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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인사이트]핵무기보다 무서운 달러⑥(끝)


당장은 달러를 대신하거나 병행할 통화가 없는 것이 문제

[아이뉴스24 김상도 기자]달러를 미국의 법과 정책을 국경 너머까지 강요하는 도구로 쓰기 시작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메리카 퍼스트’를 부르짖기 시작한 때부터 였다. 미국의 적대국인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 다른 많은 국가들은 그러한 행위를 권력의 남용으로 간주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정치적 무기’라고 비난했다.

영국 및 프랑스 같은 우방국도 마찬가지 생각인데, 세계 시장 질서의 보호자로서 미국의 역할이 축소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달러의 도구화는 결국 미국의 금융 헤게모니를 붕괴시킬 가능성이 있는데, 다른 국가들이 달러를 회피할 수 있는 통화 제도를 모색하기 때문이다.

 [123rf.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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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이란, 말레이시아, 터키, 카타르 등은 정상회담에서 전자 화폐, 자국 통화, 금, 물물 교환 등의 방식을 제안했다. 그러한 각국의 움직임은 그동안 불만만 토로하던 태도에서 실제 행동을 나설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러시아

러시아가 제일 먼저 달려나갔다. 러시아는 자국의 중요한 은행과 회사들이 위험에 처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미국이 불량하다고 간주하는 국가들과의 교역이 가능한 기업·단체를 늘렸다. 러시아 정부가 후원하는 프롬스비야츠방크 PJSC는 제재 위협으로부터 스베르방크나 VTB 같은 러시아의 대형 은행의 거래를 보호하는 기능을 한다.

러시아는 금융 시스템의 탈달러화도 열심히 해왔다. 2013년부터 러시아 중앙은행은 달러가 차지하는 외환 보유율을 40%에서 24%로 낮췄다. 2018년부터는 중앙은행이 보유하던 미국 재무부증권을 1천억 달러에서 100억 달러 이하로 낮췄다.

러시아 재무장관은 지난해 1,250억 달러에 달하는 국부펀드에서의 달러 비율도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달러를 도랑에 쳐넣겠다는 것이 푸틴 대통령의 표현이다.

이러한 러시아의 본격적인 행동은 미국의 경제 제재에 기인한다. 러시아가 2014년 크리미아 반도를 합병하자, 그때부터 미국이 경제 제재를 가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물론 러시아의 결제 통화 다양화를 위한 희망도 담겨 있었다.

러시아의 부채도 탈달러화가 진행되고 있다. 새로 발행되는 채권은 루블화나 유로화 표시이며 위안화 표시 채권도 판매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 러시아 기업들의 부채는 2014년 이후 2,600억 달러로 감소했는데, 이 가운데 2,000억은 달러 표시이다.

반면에 러시아 기업들과 시민들은 달러 보유로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기업 및 가계 보유 달러는 지난 2014년 현재 800억 달러로 조사됐다. 달러 자산이 같은 금액의 유로화보다 이자가 높고 제재의 위험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ING 금융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러시아의 상품과 용역 수출은 62%가 달러로 이루어졌는데, 2013년의 80%보다는 많이 줄어든 액수다. 중국과의 교역도 2013년에는 거의 모두 달러로 이루어졌는데, 현재는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인도와의 교역은 제재에 민감한 군수 장비가 많은데, 전액 달러에서 루블로 전환해 놓았다.

 [zero hed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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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도 러시아의 전철을 따라올 수 있을까. 중국은 과다하게 달러 중심 금융 시스템에 노출돼 있다. 미국이 화웨이 같은 중국의 첨단 기업을 제재 명단에 올리는 것은 궁극적으로 그들과 거래를 하는 부품 공급 업체와 거래 당사자들을 처벌하면서 이루어진다. 미국 행정부는 또 뉴욕에 본부를 둔 중국 기업들을 제재 리스트에 올리고 중국 회사에 투자하는 미국인들의 구매 행위를 제한한다.

중국이 미국의 달러 제재를 회피하려던 첫 번째 시도는 엉망으로 돼 버렸다. 2007~2008년 국제금융위기 동안 중국은 위안화의 국제화를 촉진하기 위해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pecial Drawing Rights)의 일원이 되기 위해 압력을 가했고, 그 결과 준비 통화로써 인가를 IMF로부터 받았다.

의기양양해진 중국은 2020년까지 달러에 도전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했다. 그러나 2015년 중국 주식 시장이 붕괴되자, 중국 정부는 어설프게 자본 통제를 강화했다. 그 결과 위안화의 세계통화 점유율은 몇 년 동안 2%대에 머물러 있었다. 결국 중국 위안화의 국제화는 섣부른 시도였음이 드러났다.

시간이 흐른 지금 달러에 대한 도전은 또 다른 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중국은 CIPS라는 국내 거래 및 결제 통보 시스템을 독자적으로 구축했다. 이 시스템이 구축되기 전인 2015년까지만 해도 국제결제 통보 시스템인 스위프트(SWIFT)에 의해 이루어지던 것이었다.

그러나 규모는 약소해, 2018년의 경우 연간 처리 건수가 스위프트가 하루에 처리하는 양밖에 안 됐다. 그래도 해외 결제를 위안화로 단순화하면서 은행의 결제 방식을 다양화했다. 현재 중국, 인도 및 기타 국가들이 스위프트의 대안 시스템을 합동으로 운영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 화폐

중국은 재래식 은행보다 빠른 속도로 세계화하는 온라인 기업들 덕분에 부분적으로나마 세계의 소비자 금융 시스템에 진입할 수 있었다. 알리바바와 자회사 앤트 파이낸셜을 통한 결제는 전 세계 56개 국가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알리페이 로고는 어느 지역에서는 비자와 마찬가지로 쉽게 볼 수 있다.

자본 시장에서 2018년 중국은 위안화 표시 원유 선물 거래를 상하이 시장에 소개했다. ‘페트로 위안’이라고 알려진 이 선물 거래는 달러 표시 원유 거래에 대한 잠재적 대항마로 여겨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주요 국제 기업들을 자국 시장에 유치하려고 노력 중이다.

한편 중국 중앙은행은 새로운 디지털 화폐를 위한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에서 미국을 앞서, 어떠한 형태로든 디지털 화폐시스템이 국제적으로 구축되면 기선을 제압하겠다는 생각이다. 중국 정부는 또 브라질, 러시아, 인도, 남아공 등 브릭스 국가들과 공동으로 암호화폐를 창설하는 문제도 논의했다.

◇EU

이러한 달러 탈출 움직임은 놀랍게도 미국 적대국뿐만 아니라 우방국에서도 나오고 있다. 우르술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집행위원회 위원장은 2019~2024년을 위한 성명에서 “유로의 국제적 역할을 강화하기 원한다”고 밝혔다. 유럽연합은 현재 회원국들이 달러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있는 새로운 행동 계획을 마련 중에 있다.

한때 유로존 위기가 시작되기 전, 유로는 달러의 강력한 대항마가 되었던 적이 있었다. 특히 몇몇 중동 산유국들이 유로 청구서를 발행하기 시작하면서 유로를 매력적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유로존의 위기가 닥치면서 유로가 얼마나 취약한 통화인가를 증명했다. 비록 유럽중앙은행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유로를 보호하겠다고 약속했으나, 불안한 유로 결제를 몇 개 국가들이 거부하기 시작하면서 유로 환율은 폭락할 수도 있다.

따라서 아직 달러를 배척할 때가 아니다. 유로나 위안을 주요 준비 통화로 쓰기에는 장애물이 많다. 위안화는 충분히 태환이 되지 않고, 중국의 자본 통제가 외국인들이 위안화를 보유하는 것을 어렵게 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위안화는 아직 거래하기에 안전한 자산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중앙은행은 전형적으로 자신들이 선호하는 화폐로 표시된 안전 자산의 형태로 준비 통화를 보유한다. 그러나 안전 자산이 없을 경우 현금을 보유해야 한다. 그러나 현금은 이자도 없고 불편하다. 국제외환시장에서 위안화의 점유율은 계속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아시아 국가들도 계속 엔화나 달러에 의존하고 있다.

하여튼 미국 달러의 횡포로 인해 전 세계가 신음하고 있지만, 당분간 달러 지배를 별수 없이 계속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상도 기자 kimsangd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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