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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개천절 '드라이브 스루' 집회는 합법이다?


'대체로 거짓'…집시법상 일반집회와 동일, 기본권 침해 우려는 '숙제'

[아이뉴스24 조석근 기자] 보수 기독교, 시민단체의 개천절 집회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 22일 연평도 인근 해상의 실종자가 북한 해역에서 사살된 사건까지 발생했다. 개천절 집회가 개최될 경우 보수 성향 참가자들의 집중도 예상된다.

정부는 지난 8·15 광화문 집회가 코로나19 재유행의 중대 계기가 된 만큼 엄단한다는 방침이다. 이 와중에 또 다른 논란을 낳은 부분이 개천절 집회 주최 측 일부의 소위 '드라이브 스루' 집회 방침이다. 감염병 확산 우려를 감안해 차량을 이용한 시위로 집회를 대신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 드라이브 스루 집회를 둘러싼 논란에 기름을 부은 쪽이 국민의힘 강경 보수 인사들이다. 김진태 전 의원의 경우 "내 차 안에 나 혼자 있는데 코로나와 아무 상관 없다. 정부가 금지한다면 코미디"라고 드라이브 스루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민경욱 전 의원도 "(드라이브 스루 집회를 금지한다면) 아예 주차장에도 9대 이상 주차를 금지하라"며 서울시 방역지침을 비꼬기도 했다.

보수 기독교, 시민단체 8·15 광화문 집회 참석자들이 청와대 방면 도로를 점거하고 경찰과 대치 중이다.  [뉴시스]
보수 기독교, 시민단체 8·15 광화문 집회 참석자들이 청와대 방면 도로를 점거하고 경찰과 대치 중이다. [뉴시스]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경우 "본인 스스로 해야겠다고 하면 막을 방법이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기본적인 취지는 집회 자체를 자제해달라는 것이지만 사실상 용인으로도 해석할 수 있어 논란을 더 키운 측면이 있다. 과연 이 '드라이브 스루' 집회가 법적으로 문제 없는 것일까.

◆차량 동원 '일반 집회'일 뿐, 집시법·감염병법 등 단속 근거 충분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서경석 목사 등이 이끄는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운동'은 개천절 집회를 앞두고 이런 드라이브 스루 방식을 공식화했다. 표현을 '카퍼레이드'로 바꿨을 뿐이다. 서울 7개 지역 공영주차장에 모여 청와대, 정부청사가 위치한 광화문 등 서울 중심을 차량으로 돈다는 것이다.

이들은 "코로나 확산을 빌미로 차량 집회까지 막는 것은 문재인 정부식 독재, 세계 어느 나라에도 유래 없는 일", "경찰의 집회금지 통고에 대해 행정소송을 곧바로 진행해 관철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천절 집회와 관련해 경찰과 서울시는 '원천 봉쇄'를 선언했다. 서울시는 내달 11일까지 서울 전지역의 10인 이상 집회를 금지하고 위반 시 주최자와 참여자에 3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한다. 민경욱 전 의원이 비꼰 대목이다.

김진태 국민의힘 전 의원이 페이스북을 통해 제안한 '드라이브 스루' 집회 모습  [사진=김진태 전 의원 페이스북 캡처]
김진태 국민의힘 전 의원이 페이스북을 통해 제안한 '드라이브 스루' 집회 모습 [사진=김진태 전 의원 페이스북 캡처]

경찰은 서울시와 경기도의 시경계 지점부터 한강 다리(강상), 중구·종로 등 도심권역까지 3중 차단선을 중심으로 검문소를 운영하고 집회세력의 집결 자체를 막는다는 입장이다. 8·15 광화문 집회 당시 4만명이 운집해 여기서만 지난 23일 기준 630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전국적으로 코로나19 감염병을 확산시켰다는 이유다.

보수 기독교, 시민단체들의 주장처럼 집회의 자유는 헌법상 기본권에 속한다. 다만 헌법 37조의 경우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금 감염병 사태와 개천절 집회에서 그 근거 법률이란 우선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이다. 보수단체들과 정치권 일각의 드라이브 스루 관련 발언들은 집시법 내 별도 규정이 없다는 전제에서 나왔다. 규정이 없으니 규제할 수 없다는 것인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집시법상 '드라이브 스루'라는 표현은 물론 등장하지 않는다. 차량 탑승 여부와 관계 없이 모이는 것 자체가 집시법이 규정하는 '옥외(장외) 집회'다. 즉 차량을 동원한 집회도 일반 집회와 동일한 성격을 갖는다는 뜻이다. 경찰의 경우 통상 '차량 시위'로 표현한다.

가까운 예로 전국농민회총연맹이 2016년11월 트랙터, 용달차 등 차량 1천여대를 동원해 서울 도심 집회를 개최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촉구 차원인데 경찰은 당시 교통방해 등 이유로 금지를 통고했으나 서울행정법원이 이를 뒤집고 집회를 허용했다.

경찰청 경비과 관계자는 "트럭, 트랙터 등 교통수단을 동원한 집회 사례들은 흔하다"며 "개천절 집회 주최측 일부가 주장하는 개인차량 동원 집회도 성격상 같은 것으로 일반 집회 원칙이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집시법상 집회는 기본적으로 신고제다. 허가의 대상이 아니란 뜻이다. 집회 일자, 장소, 인원, 주최자, 질서유지인 등을 관할 경찰서에 신고하면 집회가 가능하다. 경찰이 집회를 금지할 수 있는 경우는 제한적이다.

집시법상 경찰의 집회 금지통고 요건은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해산된 정당의 집회와 함께 "집단적 폭행, 협박, 손괴(파괴), 방화 등 공공의 안녕과 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이 끼칠 것이 명백한 경우"다. 여기에 "교통 소통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등이 붙는다.

코로나19 같은 감염병 사태에 적용되는 감염병 예방·관리법의 경우 질병관리청장, 시도지사 및 지자체장이 발동 가능한 감염병 예방조치로 "관할 지역 교통의 전부 또는 일부 차단", "흥행, 집회, 재례 또는 그 밖의 여러 사람의 집합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것" 등 집회 관련 조항을 두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번 개천절 집회 차량 시위의 경우 준비·해산 과정에서 코로나19 감염확산 위험이 있고 심각한 교통장애와 교통사고 발생 우려도 크다"며 "집회 진행 과정에서 도로교통법은 물론 형사소송법상 공무집행방해 적용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집회금지 '과잉금지 원칙' 논란은 불가피

드라이브 스루 집회를 비롯한 개천절 집회 금지가 법적인 근거를 갖추고 있다고 해도 문제는 남는다. 우선 서울시내 도심집회 금지는 무엇보다 8·15 광화문 집회 허용으로 인한 코로나19 재확산이 직접적인 이유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23일 전국 18세 이상 500명으로 대상으로 집계한 여론조사(95% 신뢰 수준, 표본오차 ±4.4%p)의 경우 응답자 70.9%가 드라이브 스루 집회에 대해 '코로나19 방역 차원에서 금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만큼 코로나19 재확산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다만 코로나19 확산 위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정치적 성향과 무관하게 집회, 결사의 자유라는 기본권이 장기간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이혁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집회금지에 관해선 판례들이 엇갈릴 수 있다"며 "경찰이 공공운수노조, 전국농민회 등의 서울시내 대규모 차량 동원 집회계획을 고속도로상에서 원천 봉쇄한 사례들이 여럿 있었는데 이번 사례도 본질적으론 같다"고 지적했다.

류하경 변호사는 "기본권 침해는 최소에 그쳐야 하는 게 원칙적으로 맞다"며 "코로나19 상황이라고 해도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되진 않는지 검토는 있어야 하는데 개천절 집회 행정소송 과정에서도 아마 이 문제가 쟁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석근 기자 mysu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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