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어썸 스피어 "최후의 CK에서 우승해 기쁘다"


열세 예상 깨고 극적 우승…"선수들 좋은 미래 열렸으면"

[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어썸 스피어가 LCK(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챌린저스 코리아 '최후의 우승팀'이라는 타이틀을 얻게됐다. 지난달 31일 열린 서머 결승전에서 진에어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 것.

LCK는 내년부터 프랜차이즈 체제로 전환, 기존 LCK와 챌린저스 코리아로 대표됐던 1·2부리그 구분도 없어진다. 라이엇게임즈는 지난달 28일 프랜차이즈 리그에 출전할 10개 우선협상 대상 팀 발표도 끝낸 상태다. 이에 따라 챌린저스 코리아는 사실상 올해가 마지막인 셈이다.

어썸 스피어는 우승은 했지만 예전과 달리 LCK로 승격 기회도 없고, 프랜차이즈 우선 협상 대상 10개 기업안에도 들지 못해 오히려 다음 시즌 LCK 참가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

그러나 연이은 선수 이탈 등 어려움 속에서 거둔 값진 우승이라는 점에서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들의 기쁨과 보람은 남다르다.

지난 14일 서울 구로구 스피어게이밍 사무실에서 윤서하 스피어게이밍 단장, 강범석 어썸 스피어 감독, '프린스' 이채환 선수를 만나 이번 우승 소감과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어봤다.

지난 14일 서울 구로구 스피어게이밍 사옥에서 진행된 인터뷰. 왼쪽부터 윤서하 단장, '프린스' 이채환 선수, 강범석 어썸스피어 감독. 주: 인터뷰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준수해 마스크를 쓴 채 진행됐으며 사진 촬영 시에만 마스크를 벗었음.

◆정규리그도 결승전도 '반전의 연속'

어썸 스피어의 우승 과정은 험난했다. 리그 초반 주축 선수들의 이적 여파 등으로 3연패, 최하위로 추락했다. 그러나 이후 거짓말처럼 파죽의 9연승을 거두며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넘어 우승권까지 치고 올라갔다. 11차전에서 그리핀에게 한 세트를 내주기 전까지는 16세트 연속 승리를 따내기도 했다. 정규리그 1위 자리는 진에어 그린윙스가 차지했지만 어썸 스피어는 그야말로 반전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며 2위 자리를 꿰찼다.

지난달 31일 열린 결승전 역시 반전의 연속이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진에어의 승리를 예상했고 실제로 1세트부터 3세트까지 모두 초반 주도권은 진에어가 잡았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어썸 스피어가 3대0으로 완승을 거뒀다.

특히 3세트 초반에는 킬 스코어가 0대7까지 벌어지며 패색이 짙었지만, 꾸준히 드래곤 스택을 쌓으며 힘을 키워가다 한타 싸움에서 승리하며 전세를 뒤집는 데 성공했고 결국 상대 넥서스를 파괴했다. 이채환 선수는 1세트부터 3세트까지 대활약하며 결승전 MVP에 선정됐다.

이채환 선수는 "정규리그에서 진에어에 졌는데 실력 때문에 졌다는 생각 대신 내가 잘 하기만 하면 충분히 결승전에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결승전 일주일 전까지는 계속 경기에서 이기다 보니 오히려 나사가 풀린 느낌이었으나 결승전을 앞두고 무조건 우승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았고, 남은 일주일 동안 엄청 열심히 연습했다"고 말했다.

강범석 감독은 "정규리그 막판에 진에어에게 패배하기까지 9연승을 달렸는데, 지고 나서 저희에 대해, 특히 마음가짐 면에서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며 "방심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고 심기일전해서 플레이오프에 임했다"고 말했다.

챌린저스 코리아 서머의 우승컵. 이번 대회가 마지막 챌린저스 코리아로, 어썸 스피어는 '최후의 CK 우승팀'이라는 수식어를 얻게 됐다. [사진=스피어게이밍]

결승전 우승의 원동력으로 모두 1세트에서의 역전승을 꼽았다. 게임 중반 대지 드래곤을 두고 벌인 교전에서 승리하면서 분위기가 점차 반전되기 시작했고, '체이시' 김동현 '오른'의 대장장이 힘을 바탕으로 강력해진 그레이브즈와 애쉬가 잇따른 교전에서 대활약하며 끝내 경기를 뒤집었다.

강 감독은 "최근 LPL이나 PCS 플레이오프를 보면 '오른'을 픽한 팀들의 승률이 대체로 높고, 상대방 '타나' 선수가 오른을 잘 쓴다"고 평가했다.

또 "우리가 1세트 오른을 먼저 픽했을 때 조짐이 좋게 느껴졌고 결과적으로 승리의 원동력 중 하나가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채환 선수는 "결승전 날 특별히 컨디션이 좋은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조금씩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었다"며 "1세트 경기력이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안 들었는데 그래도 팀이 이겨서 좋았고 2세트 이후로는 스스로도 좋은 경기력을 발휘했던 듯 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숙소에서 온라인으로 경기가 진행된 점은 아쉽다고 했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어쩔 수 없지만, 기왕이면 팬들과 한 자리에서 우승을 즐길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올해 연이어 좋은 성적을 거두며 팬들도 어느 정도 생겼다.

강 감독은 "지난해 처음 케스파(KeSPA) 컵에서 진에어·DRX와 경기했을 때는 신생팀이다 보니 저희를 응원하는 팀이 없다시피 했다"며 "올해 스프링과 서머를 잘 치르면서 저희를 응원하는 팬들도 많이 늘어난 것 같다"고 웃었다.

◆"스프링 후 팀 분위기 다잡는데 집중…선수들 믿고 따라와 감사"

올해 스프링 시즌에서 아쉽게 승격에 실패한 어썸 스피어는 서머 시즌을 앞두고 주축 선수들이 대거 팀을 떠나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잔류를 선택한 '프린스' 이채환 선수를 중심으로 추가로 몇몇 선수들을 영입했지만 부침은 있었다. '크러쉬' 김준서와 '크로우' 김선규는 약 6개월 간의 공백기가 있었다. 팀에 미드 포지션이 너무 많아지면서 김동현을 탑으로 포지션 변경하기도 했다. 어렵게 포지션별로 로스터를 꾸렸다.

더욱이 라이엇게임즈가 지난 4월 LCK 프랜차이즈화를 공식 발표하면서 서머 시즌에서 우승해도 승격이 불가능했다. 여기에 선수단까지 크게 바뀐 터라 팀 분위기가 크게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금방 분위기를 다잡는 데 성공했다.

이 선수는 "'체이시' 김동현과는 담원 게이밍에서 한 팀이었고 '쭈스' 장준수도 스프링 후반부터 합류해 몇 달 동안 팀에 있었던 데다가 감독님과 코치님들도 그대로 있어서 크게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느끼지는 않았다"며 "일부러 으쌰으쌰하지 않아도 다들 워낙 각자 열심히 했고, 감독님도 악역 포지션을 잡으면서 쓴소리를 하시면서도 선수들을 다들 아껴 주셨다"라고 말했다.

강 감독은 "서머 시즌에는 승강전이 없어 처음에 그렇게 큰 동기부여가 되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었지만, 의욕적인 선수들이 많이 영입됐고 시즌이 시작되면서 이기고자 하는 마음이 강해졌다"며 "시즌 전 김동현 선수의 공격적인 면에 주목해 미드에서 탑으로 포지션을 변경했는데, 포지션 변경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에도 믿고 따라줘서 고마웠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결승전 사흘 전 LCK 프랜차이즈 우선협상 결과 발표가 났을 당시에는 안타까움을 완전히 감출 수 없었다. 어썸 스피어와 파트너 업체인 소노호텔&리조트는 예비 협상 대상 기업 4순위에 들었다. 기존 우선 협상 대상 기업 중 4곳 이상의 우선협상이 파기돼야 다음 시즌 LCK에 참가할 수 있는 셈이다.

어썸 스피어 선수단이 CK 리그에 참가해 플레이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스피어게이밍]

강 감독은 "(예비후보순위에 배정받은 것을 확인한 후) 선수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며 "저희 프론트 전체는 물론 함께 협력한 소노호텔&리조트 관계자 분들도 며칠 밤을 새 가며 준비를 했는데 아쉬운 마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래도 마지막 챌린저스 코리아 우승을 위해 막판 담금질을 했다. 윤서하 단장은 "최대한 빠르게 결과를 받아들이고자 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이채환은 "연습실에서는 별로 말하지 않았지만 숙소에 가서 누우면 선수들끼리 마치 앵무새처럼 '우승하고 싶다'는 말을 반복했다"며 "비록 우승해도 승격은 어렵지만 우승을 통해 선수들의 실력을 입증할 수 있으니까 많은 사람들에게 이런 부분들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연습을 하다가 새벽 4시30분에 퇴근했는데 단장님과 소노호텔&리조트 관계자 분들이 여전히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있는 거다"라며 "그걸 보고 정신을 더욱 다잡았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김목경 전 담원게이밍 감독을 우승 요인으로 꼽기도 한다. 담원에서 올 초 사퇴한 김 전 감독은 이후 본인이 차린 아마추어팀인 '어썸'을 독립법인화해 '어썸이스포츠'를 창립했고, 스피어게이밍과도 네이밍 스폰서를 맺었다.

스피어게이밍이 '어썸 스피어'로 팀명을 바꾼 이유이기도 했다. 어썸이스포츠는 선수단의 숙소와 연습실을 제공했고 스피어게이밍의 사무실도 기존 잠실에서 구로로 이전됐다. 김 감독이 전 담원 감독이었고 어썸 스피어에도 담원 출신 선수들이 몇 명 있다 보니 '2부 담원'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강 감독은 "김 전 감독이 숙소나 연습실 등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 많은 도움을 준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우승을 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선수들을 비롯해 코칭스태프와 프론트의 피나는 노력과 저력을 결코 빼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김 감독이 직접적으로 선수들과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니고 회사와의 스폰서 관계로 볼 수 있다"며 "코칭, 벤픽, 피드백 등 실질적인 팀 운영은 저희가 직접 했다"고 덧붙였다.

◆"프랜차이즈 도전만으로 의미 있어…'GC 부산 스피어' 기대해 달라"

올해 어썸 스피어는 지속 가능한 팀 운영을 위해 LCK 프랜차이즈 입성 경쟁에 뛰어들었다. 대명소노그룹의 소노호텔&리조트와 손잡았다. 소노호텔&리조트는 기존에도 승마, 아이스하키 등 스포츠 분야를 후원·운영하고 있었는데 2018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을 기점으로 e스포츠에 대해서도 관심을 보였다. 이때부터 소노호텔&리조트와 맺은 인연이 프랜차이즈를 위한 협력으로 이어졌다.

프랜차이즈 경쟁력 확보를 위해 윤서하 단장을 비롯한 어썸 스피어 측과 소노호텔&리조트는 불철주야 논의하며 심사를 위한 자료를 준비해 나갔다. 소노호텔&리조트 측은 지난 7월 보도자료에서 팀 운영을 위해 '소노캄 고양' 내부에 트레이닝 센터를 설치·운영하겠다고 발표했고, 선수들이 호텔에서 생활하며 각종 호텔 부대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고도 공언했다. e스포츠 팬들을 위한 별도의 멤버십 프로그램도 약속했다.

어썸 스피어 측도 발빠르게 움직였다. 윤 단장은 "카이스트(KAIST)에 인지 능력 연구를 하는 연구실이 있는데, 근전도센서 등을 통해 선수들의 반응 메커니즘 등을 체크하는 등 스포츠과학 쪽 연구를 많이 하고 있다"며 "저희 팀 선수들도 몇 차례 연구에 참여했는데 이를 토대로 선수들의 기량 발전을 대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솔루션을 심사 과정에서 강조했다"고 말했다. 다른 팀과 차별화된 강점을 내세우기 위한 묘안이었다.

결과적으로 우선 협상 대상자에 들지는 못했지만 어썸 스피어는 소노호텔&리조트 측에 대한 감사를 표했다. 윤 단장은 "LCK 프랜차이즈는 굉장히 많은 자본을 요구하는 만큼 약소 팀들은 투자자나 파트너 없이는 도전 자체가 불가능한데, 소노호틸&리조트에 든든한 지원을 약속해서 프랜차이즈에 도전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강 감독 역시 "회사 관계자들이 저희 사무실에도 수차례 찾아왔고, 경기장에도 여러 차례 방문했다"며 "5개월 동안 열심히 협력할 기회를 얻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프랜차이즈에 최종 선정되지 못할 경우 어썸 스피어 LoL(롤) 팀은 자연스럽게 해체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프랜차이즈 최종 참가 팀은 10월 중순경 발표 예정이다.

윤서하 단장은 챌린저스 코리아 결승전을 앞두고 "저희 선수들에 대한 오퍼를 환영하고 있다. 편하게 연락 달라"는 글을 SNS에 남기기도 했다. 윤 단장은 "프랜차이즈에 도전한 계기 자체가 선수들과 더 좋은 미래를 같이 꾸려가고 싶어서였다"며 "비록 저희가 그 미래에 함께 하지 못하더라도 선수들에게 좋은 미래가 열렸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고 설명했다.

어썸 스피어가 해체돼도 스피어게이밍 게임단은 유지된다. 지난 7월부터 레인보우 식스 시즈 팀인 'GC 부산 스피어'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분간 'GC 부산 스피어'를 중심으로 게임단을 꾸려나갈 계획이다.

윤 단장은 "창단 첫 시즌부터 코리안 오픈 2020 서머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며 "오는 11월 열리는 APAC 노스 승강전 진출 가능성이 높아졌는데, 만일 승강전에서 좋은 결과를 거두면 내년부터 국제 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고 말했다.

스피어게이밍은 또 LCK 팀이 해체될 경우에 대비해 다른 종목의 e스포츠 팀을 창설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그 동안 팀을 이끌어 왔던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프론트 직원 등에게 일제히 감사를 표했다.

윤 단장은 "사실 대회 때 유니폼이 찢어지는 등의 일들이 생각나 선수들에게 미안한 점도 있었는데 그래도 좋은 성적을 내고 마무리를 지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강 감독은 "정식으로 감독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우승도 일구고 선수들과 1년 동안 함께 해서 정말 기뻤다"며 "다른 어떤 것보다도 저를 거쳤던 선수들이 LCK라든지 롤드컵 등 세계 대회에서 뛰는 모습을 감독으로서 보고 싶은 마음"이라고 털어놨다.

이 선수는 "감독님과 코치님이 정말 고생을 많이 하셨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동기부여를 해 주신 프런트 분들에게도 감사하다"며 "팀원들도 모두 성격이 좋아서 잘 맞았던 것 같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해서 더욱 멋있는 프로게이머가 되는 게 목표"라고 다짐했다.

윤선훈기자 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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