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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서 기업하지 말란 소리?"…정부·巨與, 규제법안 재계 호소 들을까


'공정경제 3법' 두고 재계 반발…코로나19 위기 속 개정안까지 겹쳐 경영악화 우려 ↑

 [사진=정소희 기자]
[사진=정소희 기자]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경제가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서 경제 활성화 방안은커녕 규제 위주 법안만 쏟아내고 있다. 경제계 얘기는 듣지 않고 '공정경제' 기치만 내걸고 법안 추진에 집중하고 있어 답답하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어려운데 지금 같은 분위기로 봐선 국내서 기업을 운영하라는 건지 모르겠다."

최근 만난 한 재계 관계자는 정부가 '공정거래 3법' 개정안을 적극 추진하는 움직임을 보이자 한숨을 쉬며 이 같이 말했다. 정부와 거대 여당이 주요 국정 과제로 이를 추진하고 있는 데다 야당에서도 찬성 취지의 목소리가 들리자 재계에선 망연자실한 분위기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공정거래 3법'은 공정거래법·상법·금융그룹감독법을 지칭하는 말로, 21대 첫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달 25일 국무회의를 통과해 국회로 제출된 상태로, 관련 상임위 상정을 앞두고 있다.

정부는 대기업 집단의 경제력 남용을 근절하고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금융그룹의 재무 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해당 법안의 제·개정을 추진해왔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전속고발제 폐지를 담은데 이어 총수일가 사익편취를 막기 위해 총수일가 지분 기준(상장 30%, 비상장 20%)을 20%로 일원화하고, 이들이 50% 초과 보유한 자회사도 규제대상에 포함한다.

상법 일부개정안은 다중대표소송제 도입과 감사위원 분리선출제 도입 및 선임·해임 규정 개선을 골자로 한다. 금융그룹감독법은 자산 5조 원 이상 등의 요건을 갖춘 비지주 금융그룹을 감독대상으로 지정, 위험관리 체계 구축, 자본적정성 점검 등 금융그룹 감독방안 마련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국내 기업의 경영 정보가 외국 경쟁 기업이나 투기자본에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기업 활동도 더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6개 경제단체들은 지난 16일 '상법·공정거래법에 대한 경제계 공동 성명'을 통해 '공정경제 3법' 개정 반대 의견을 강하게 밝혔다.

또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은 지난 15일 김종인 국민의 힘 위원장을 만나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막아야 한다고 읍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이 최근 정부와 여당이 추진 중인 규제법안에 일부 호응하는 듯한 의견을 냈던 것이 권 부회장을 움직였다. 여기에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도 다음주에 김 위원장을 찾아 경제계 의견에 힘을 실어줄 것을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 [사진=전경련]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 [사진=전경련]

이처럼 경제계 주요 인사들이 다급하게 국회 문턱을 넘고 있는 것은 '공정경제3법'이 기업에 미치는 파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삼성전자의 경우 외국인 지분율은 56%로, 현재 최대주주 지분은 이건희 회장(4.18%), 삼성물산(5.01%), 삼성생명(8.51%) 등으로 분산돼 있다. 그러나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최대주주 지분은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3%까지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외국계 투기자본 여러 곳이 연대하면 삼성전자 감사위원으로 올라서는 것이 가능해진다"며 "자금력이 충분한 중국 자본이 연대해 중국 경쟁사 임원을 삼성 이사회에 침투시키는 것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중대표소송제 역시 재계의 고민거리다. 정부의 의도대로 다중대표소송제도를 도입하게 되면 모회사의 주주는 1%의 지분만 가지고도 자회사의 이사에 대해 책임을 추궁할 수 있게 된다. 상장사의 경우에는 0.01%만 보유해도 소송이 가능하다. 또 자회사에 출자도 하지 않은 모회사의 주주에 의해 자회사가 소송에 휘말리는 등 소송리스크가 커질 뿐 아니라 자회사 주주의 권리도 상대적으로 침해될 소지가 있다. 전경련에선 이로 인한 상장사 소송리스크가 3.9배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재계 관계자는 "다중대표소송제를 도입하면 행동주의 헤지펀드 등이 단기간 내 지분을 매입해 자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게 될 수도 있다"며 "소송 남발로 이어지게 되면 기업 경쟁력이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다중대표소송제를 도입한 국가는 전 세계에서 일본밖에 없고, 이마저도 모회사가 자회사 지분 100%를 보유한 경우에만 해당한다"며 "현재 개정안은 모회사가 지분 50% 이상을 보유한 자회사도 대상으로 규정해 과도하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표=경총]
[표=경총]

감사위원 분리선임도 주주의 재산권 침해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안에 따르면 감사위원 1인 이상을 이사 선출단계에서부터 다른 이사들과 분리해서 선임해야 한다. 이에 감사위원도 다른 이사들과 권리·의무가 동일한 '이사'이지만, 정당성이 부족한 분리선임 규제로 인해 주주의 재산권이 침해되고 대주주에 대한 의결권 제한으로 자본다수결 원칙도 훼손될 전망이다.

지주회사 지분율 규제 강화에 따른 손실 규모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안에 따르면 향후 대기업집단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거나, 기존 지주회사가 자회사·손자회사를 신규로 편입하는 경우 지금보다 자⸱손자회사 지분을 더 많이 취득해야 한다. 지주회사 체제 전환비용만 30조1천억 원, 이에 따른 일자리 손실은 23만8천 명에 이를 전망이다.

사익편취 규제대상 확대도 논란거리다. 규제 대상 총수 일가의 지분이 기존 30%에서 20%로 확대되면 LG, 삼양사 등 51개 그룹의 388개 업체가 규제 대상으로 편입된다. 정부안에 따라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이 확대될 경우 경영상 필요에 의해 수직계열화한 계열사 간 거래가 위축돼 기업 경영의 효율성이 떨어지게 된다.

재계 관계자는 "만일 규제에 순응하기 위해 총수일가가 보유 지분을 매각할 경우 시장은 이를 사업 축소·포기의 시그널로 인식해 주가가 하락한다"며 "이로 인해 소수주주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사진=아이뉴스24 DB]
[사진=아이뉴스24 DB]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는 것에 대해서도 시장의 큰 혼란이 예상된다. 누구나 공정위를 거치지 않고 기업을 직접 고발할 수 있게 되면 경쟁사업자에 의한 무분별한 고발, 공정위·검찰의 중복조사 등이 있을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과징금 상한 상향도 과도한 규제로 보여진다. 현재 기업들은 과징금 외에도 형사고발, 시정조치, 과태료, 민사적인 손해배상 등 법 위반 행위에 대해 강한 제재를 받고 있다. 여기에 과징금까지 높아질 경우 기업들은 신규투자, 신성장동력 발굴보다 사법리스크 관리에 자원을 더욱 집중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전경련에선 과징금 상한이 상향 조정될 경우 최대 6천억 원 가량의 과징금이 추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재계 관계자는 "지금은 경제위기를 극복해야 할 시기로, 세계 각국은 위기 극복을 위해 기업 규제완화 등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며 "우리도 기업이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마음껏 나설 수 있는 규제완화가 우선돼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어 "위기 극복에 찬물을 끼얹는 상법, 공정거래법 개정에는 신중해야 한다"며 "이번 정기국회에서 경제계의 의견이 적극 반영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창립 50주년 기념 행사 [사진=조성우 기자]
한국경영자총협회 창립 50주년 기념 행사 [사진=조성우 기자]

재계의 이 같은 요청에도 이번 정기국회에서 '공정경제 3법'의 통과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보여진다. 국회 내 176석을 가지며 거대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이 단독 입법을 할 수도 있어서다. 더불어민주당은 '공정경제 3법'을 올해 정기국회 안에 처리할 계획으로, 재계에서는 오는 11월쯤 이 법안이 본회의에 회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개정안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극복에 집중해야 할 시기에 기업의 역량을 불필요한 규제에 순응하는데 소진하도록 하고 있다"며 "이번 정기 국회에서 기업부담과 국민경제에 미칠 영향을 신중히 검토하고, 경제계 의견을 적극 반영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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