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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사업 키우는 신동빈…호텔롯데 상장 재추진하나


롯데호텔 시애틀로 美서 영역 확장…英 호텔 인수·日 호텔 추가 오픈 검토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호텔사업에 힘을 싣기 위해 영역 확장에 본격 나섰다.

호텔롯데가 롯데그룹의 중간지주회사 구실을 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코로나19'로 대폭 낮아진 기업 가치를 조금이라도 끌어올려 향후 증권시장 상장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행동으로 분석된다. 이를 통해 지배구조 개편과 함께 '일본 기업' 논란도 함께 해소하려는 포석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롯데지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롯데지주]

4일 재계에 따르면 호텔롯데는 오는 24일 미국 시애틀에 현지 두 번째 호텔인 '롯데호텔 시애틀'을 오픈키로 하고, 지난 7월부터 사전예약을 진행하고 있다. 기존 호텔 인수가 아닌 롯데호텔이 미국에서 직접 선보이는 호텔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호텔롯데는 지난해 12월 말에 하나금융투자와 공동투자해 미국 사모펀드 '스톡브릿지'로부터 시애틀 시내의 특급호텔을 1억7천500만 달러(약 2천40억 원)에 인수했다.

호텔롯데의 호텔 사업부문인 롯데호텔은 당초 올해 6월부터 '롯데호텔 시애틀'을 운영하려고 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오픈 시기가 계속 미뤄지면서 속앓이를 해 왔다. 롯데호텔은 호텔 소유자인 호텔롯데·하나금융투자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면서 수수료나 매출 일부를 나눠갖게 된다.

◆뉴욕 이어 美 서부 진출…북미 시장 안착

롯데호텔시애틀은 시애틀 5번가에 위치한 럭셔리 호텔로, 타코마 국제공항에서 약 20km 거리에 있다. 44층 높이의 빌딩 1층부터 16층에 33개의 스위트룸을 포함해 총 189실을 보유하고 있다. 인테리어는 프랑스의 스타 디자이너 필립스탁이 맡았다. 각 객실에는 통유리창을 통해 시애틀의 스카이 라인을 감상할 수 있으며, 시그니처 레스토랑인 '샤롯데 레스토랑 앤 라운지'를 포함한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빅터 카귄다간(Victor F. Caguindagan) 롯데호텔 시애틀 총지배인은 최근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롯데는 한국에서 가장 큰 호텔 그룹으로, 전 세계에서 성공적으로 호텔을 오픈한 경험이 있다"며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 지에 따라 새로운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보고 롯데만의 차별화된 시설과 서비스를 통해 고객들에게 '뉴 노멀'을 제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롯데호텔 시애틀 객실 전경 [사진=롯데호텔 공식 홈페이지]
롯데호텔 시애틀 객실 전경 [사진=롯데호텔 공식 홈페이지]

롯데호텔시애틀은 롯데뉴욕팰리스, 롯데호텔 괌에 이은 롯데의 세 번째 미국 지역 호텔이다. 호텔 부근에는 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스타벅스 등 주요 기업의 본사와 애플·디즈니 같은 기업의 사무실이 위치해 있어 글로벌 기업의 각종 행사 수요도 기대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롯데호텔은 글로벌 호텔 체인으로 한 걸음 더 올라서게 됐다. 지난 1973년 설립된 롯데호텔은 2010년 러시아 롯데호텔 모스크바 오픈을 시작으로 현재 미국 뉴욕과 베트남 하노이, 미얀마 양곤 등 총 7개 국에서 30여 개의 호텔과 리조트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시그니엘 서울'에 이어 '시그니엘 부산'까지 성공적으로 오픈하며 럭셔리 호텔에서의 경쟁력도 입증했다.

미국에선 지난 2015년에 인수한 '롯데 뉴욕 팰리스'로 호평받고 있다. 이곳은 매년 9월 UN 총회 기간 동안 '제2의 백악관'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질 정도로 업계의 인정을 받고 있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글로벌 호텔들의 격전지인 뉴욕에서도 VIP 유치 전쟁에서 한 발 앞서가며 선진 시장인 북미 시장에 안착했다고 대내외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며 "시애틀에서도 새로운 호텔을 선보이며 미국 동서부를 횡단하는 새로운 글로벌 호텔 기업으로서 입지를 굳힐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호텔롯데 경영 정상화 총력…상장 의지 반영된 듯

이처럼 롯데호텔이 미국에서 영역을 넓히고 있는 것은 신 회장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신 회장은 세계 경제가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 선진국을 중심으로 해외 시장을 개척해 나가야 한다고 누누이 강조해왔다. 특히 올 초 한 일본 언론과 진행한 인터뷰에선 "호텔 부문은 인수·합병(M&A)을 포함해 향후 5년간 현재의 2배인 전 세계 3만 객실 체제로 확충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신 회장은 롯데호텔 시애틀 오픈에 이어 영국 호텔 인수도 검토하고 있는 상태다. 또 일본에서도 향후 3~4년에 걸쳐 도쿄 등에 호텔 수를 적극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의 일환으로 지난 6월에는 '시그니엘 부산' 오픈 행사에 직접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신 회장이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7개월여 만이다.

재계 관계자는 "신 회장이 오픈 행사에 직접 모습을 드러낸 것은 최근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호텔사업에 힘을 불어넣고자 하는 행보로 보인다"며 "호텔은 신 회장이 화학과 함께 롯데의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핵심 사업인 만큼 앞으로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로도 보여진다"고 밝혔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롯데지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롯데지주]

재계에선 롯데호텔의 국외 진출 강화를 그룹 차원에서 진행되는 지배구조 개편의 한 과정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다. 호텔롯데가 국외 사업 강화를 통해 기업 가치를 끌어올린 뒤 주식시장에 상장하려 한다는 것이다. 호텔롯데는 롯데그룹의 중간지주사격으로 롯데지주·롯데쇼핑 등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호텔롯데 지분 전부를 일본 롯데홀딩스 등 일본 계열사가 소유하고 있는 탓에 호텔롯데는 '롯데=일본 기업' 논란의 핵심 고리가 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호텔롯데 상장 여부는 롯데를 둘러싼 '일본 기업' 논란을 해소하기 위한 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마지막 열쇠로 꼽혀왔다"며 "호텔롯데가 상장하게 되면 자연스레 주주 구성이 바뀌게 되면서 이런 논란에서 벗어날 여지가 생기게 된다"고 말했다.

호텔롯데 상장은 2015년 8월부터 물밑에서 검토돼 왔으나 신 회장이 검찰 조사와 구속 등을 겪으며 중단됐다. 재계에선 신동빈 회장이 대법원에서 집행유예 확정판결을 받은 이후 호텔롯데 상장이 재추진될 것이란 분석을 내놨지만 사드 보복, 불매운동 등으로 타격을 입어 지금도 쉽지 않은 상태다.

특히 올 초부터 본격 확산된 '코로나19' 사태는 롯데의 호텔사업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CNN 보도에 따르면 미국호텔숙박협회(AHLA)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투숙객 급감으로 호텔 종사자의 44%가 일시적 해고를 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과거 9·11 테러와 2008년 금융 위기를 합친 것을 포함한 것보다 더 큰 수치다.

신 회장 역시 이 같은 위기 상황이 닥치자 최근 진행한 사장단회의에서 각 사업별로 해외 사업 전략에 대한 재검토를 지시하기도 했다. 신 회장은 "1998년 IMF, 2008년 리먼 쇼크는 1~2년 잘 견디면 회복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완전히 다른 상황"이라며 "그간의 사업전략을 돌아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도 신 회장은 호텔롯데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호텔롯데가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자 지난 6월 롯데지주를 통해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이 보유한 롯데푸드 지분 555억 원 어치를 사들이며 자금 수혈에 나서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위기 상황 속에서도 신 회장이 호텔 사업을 직접 챙기는 것은 올해 오픈하는 호텔들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호텔롯데가 지배구조 개편의 마지막 퍼즐인 만큼 이를 통한 경영 정상화에 더 주력할 듯 하다"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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