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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街 2·3세가 뛴다] '갑질회장' 윤재승, 대웅제약 경영복귀 시동걸까


전문경영인 한계 넘어설 오너 책임경영 꾀해야 한다는 분석도

국내 제약업계에서는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신념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유독 강하다. 유난히 전문경영인이 드물고 2~4세로의 경영승계가 활발해서다. 최근 분위기는 더 심화하는 분위기다. 제약의 불모지였던 우리나라에서 맨손으로 오늘날의 제약업계를 일군 창업 1세대 퇴진과 함께 그 자녀들이 대거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다. 모든 일에는 명암이 있기 마련이다. 아이뉴스24에서는 [제약街 2·3세가 뛴다]는 기획을 통해 젊은 경영인의 뒤를 짚어봤다. [편집자주]

[아이뉴스24 이연춘 기자] '갑질 회장' 수식어가 붙은 윤재승 전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지 2년을 맞는 가운데 복귀에 시동을 걸지 업계 안팎의 이목이 쏠린다.

지난 2018년 8월 오너 갑질이 불거진 대웅제약은 '직원들이 주인이 되는 회사'로 환골탈태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다만 지난 2분기 영업익 적자로 전환하며 전문경영인의 한계를 넘어설 오너 책임경영에 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분석도 일각에선 적지 않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윤 전 대웅제약 회장은 상습적 폭언과 욕설 등의 갑질을 해왔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검사 출신인 윤 회장은 창업주 윤영환 명예회장의 셋째 아들이다.

윤재승 전 대웅제약 회장 [뉴시스]
윤재승 전 대웅제약 회장 [뉴시스]

윤 전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남에 따라 대웅제약은 윤재춘, 전승호 전문대표 중심의 전문경영인 체제로 탈바꿈하며 기업 이미지와 실적 끌어올리며 두 토끼 잡기에 담금질에 나섰다.

이 결과 지난해 연간 매출액이 1조52억 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매출 1조' 클럽에 가입했다. 전년보다 6.5% 증가한 실적이다. 영입이익은 전년 대비 2.2% 늘어난 314억 원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최근 대웅제약의 상황은 가시밭길이다.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에다 보툴리눔 톡신(보톡스) 제제 '나보타'의 미국 소송비용 등의 영향으로 엎친 데 덮친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쟁사 메디톡스와의 균주 도용 논란과 관련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로부터 패소 예비판정을 받은 대웅제약은 이 소송 과정에서 적잖은 비용을 소요했다.

수백억 원에 이르는 소송비용이 소요되는 것은 물론 보톡스 최대 시장인 미국 영업이 중단되는 데 따른 영업손실도 엄청날 것으로 추정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천문학적인 손해배상도 감수해야 한다.

이 때문에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섰다. 올해 2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보다 14.2% 감소한 2천260억 원, 영업이익은 47억 원 손실을 기록했다. 적자 전환에 가증 큰 영향을 준 건 역시 나보타였다. 윤재춘·전승호 각자 대표의 경영 행보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오너갑질 이후 전문경영인 체제로 탈바꿈하며 기업 이미지와 실적 끌어올리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역부족이란 분석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대웅제약은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과 라니티딘 성분 의약품 판매 중지 조치 등으로 어려운 사업환경을 겪고 있다고 분석한다. 다만 상반기 손익에 큰 악영향을 준 나보타 소송비용은 올 하반기엔 감소할 것으로 예상할 것으로 기대된다.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와의 '보톡스 분쟁'에 대한 ITC의 예비판결문에 대해 "편향과 왜곡의 극치"라며 강하게 반박하고 있지만 오너 경영 부재로 이렇다 할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시장에선 대웅제약이 지속 가능한 생존에 힘을 보태고 신사업으로 돌파구를 찾고 책임경영을 강화해 추진하기 위해서는 오너경영에 나서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무엇보다 오너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대규모 시설·연구개발(R&D) 투자 등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감한 투자나 빠른 결정을 위해서는 전문경영인의 한계가 있어 보인다"며 "갈수록 치열해지는 시장 경쟁에서 대웅제약이 살아남으려면 전문성과 통찰력을 갖춘 책임경영이 필수"라고 했다.

현재 보톡스 예비판정에 대해 대웅제약은 도용 경위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는데도 도용이 맞다고 판결한 것은 '편향과 왜곡의 극치'라며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중대한 오류로 가득한 예비판결을 명백하게 탄핵하고 11월의 최종결정에서 반드시 승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웅제약]
[대웅제약]

대웅제약의 생각대로 최종판정에서 결과가 뒤바뀔지는 미지수다. ITC 최종판정 경향을 보면 예비판정을 뒤집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는 것. 특히 증거 제시를 중시하는 미국 사법체계상 대웅제약이 계속해서 증거제시에 소극적으로 임한다면 판정을 뒤집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대웅제약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2018년 이후 대웅제약의 오너 부재로 경영 차질을 빚으며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며 "이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리더'로 전문경영인은 빅 트렌드를 못 보고 불확실한 시대에 필요한 투자를 못한다. 큰 숲은 보고 방향을 제시해주는 것은 리더의 역할"이라고 했다.

이혜린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웅제약 ITC 예비판정의 부정적 결과를 볼 때 중장기적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오는 11월 최종 판결을 뒤엎을지 관건"이라고 했다. 소송비용이 확대되고 나보타의 실적을 제외하면서 대웅제약 추정 실적 하향에 따라 올해와 내년 연결 영업수익이 하향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연춘 기자 stayki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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