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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街 2·3세가 뛴다] 현대약품 3세경영…이상준號 독자노선 나설까


취약한 지배구조는 숙제…의약외품 제품 의존도 높아

국내 제약업계는 '피는 물보다 진하다’라는 신념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유독 강하다. 전문경영인이 드물고 2~4세로의 경영승계가 활발해서다. 최근 분위기는 더 심화하는 추세다. 제약의 불모지였던 우리나라에서 맨손으로 오늘날의 제약업계를 일군 창업 1세대의 퇴진과 함께 그 자녀들이 대거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다. 아이뉴스24에서는 [제약街 2·3세가 뛴다]는 기획을 통해 젊은 경영인의 뒤를 짚어봤다. [편집자주]

[아이뉴스24 이연춘 기자] '정면돌파 1500억 원.' 음료 '미에로화이바'로 잘 알려진 현대약품에서 오너 3세 경영의 닻을 올린 이상준 대표의 올해 경영목표다.

1976년생인 이상준 대표는 고(故) 이규석 창업주의 아들인 이한구 회장의 장남이다. 지난 2011년 등기임원으로 선임된 데 이어 2018년 2월 아버지 이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서 공식 대표이사 사장에 오르며 3세 경영 체제를 알렸다. 현재 이 대표는 김영학 대표와 공동으로 회사를 운영한다.

국내외 파트너사와 윈윈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신제품 개발을 통해서 글로벌 시장 확대에 주력하겠다는 게 그의 경영 목표다.

이상준 현대약품 대표
이상준 현대약품 대표

2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약품은 1965년 7월 현대소독화학공업으로 설립된 후 1973년 현대약품공업을 거쳐 지난 2007년 현재의 사명을 가지게 됐다. 식이섬유 음료 미에로화이바, 벌레물림치료제 버물리 등으로 이름을 알렸다.

이 대표는 동국대 독어독문학과와 미국 샌디에이고대학교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지난 2003년 현대약품에 입사해 경영기획팀장, 미래전략본부장 등을 두루 거치는 등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받았다.

3세 경영의 시동을 건 지 2년째지만 오너십은 기반이 굳건하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회장이 여전히 경영 전반에 직접 관여하고 있다는 게 업계 일각의 분석이다. 여기에 지분 역시 5%를 넘지 못하고 있다. 이 회장의 지분은 17.88%이지만 이 대표는 4.22%에 불과하다. 여동생 이소영 씨의 지분은 0.27% 등이다.

일각에선 이 대표의 취약한 지배구조를 풀어나가야 할 숙제로 꼽는다. 지분승계뿐만 아니라 올해 창립 55주년을 맞아 고민도 깊다.

현대약품의 매출 구조는 단일 의약외품(OTC) 제품에 기대고 있는 구조다. 지난 상반기 마이녹실(탈모치료제), 미에로화이바(식이섬유음료)가 453억 원으로 총매출의 67.4%를 차지한다. 나머지 31.9%는 지혈제, 돌발성통증치료제인 타코실, 액틱 등에서 나온다. 영업이익률은 1%대로 매우 낮은 편이다.

이 때문에 3세 독자경영이 더딜 수 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쟁력 있는 전문의약품(ETC) 개발에 아직 성공하지 못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현대약품의 상반기 매출은 673억 원으로 전년 동기 680억 원 대비 1.0%가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0억 원을, 당기순이익은 30억원을 달성했다.

현재 공동대표 체제에서 3세 경영의 독자노선 경영 향방은 업계의 관심사이다. 다만 이 대표의 지분 정리와 실적 부진은 풀어야 할 숙제로 보인다. 특히 단일 품목에 의지해 온 수익구조 다변화가 급선무라고 지적한다. 회사의 연구개발을 진두지휘하는 이 대표의 발걸음이 무거운 이유다. R&D 성과에 따라 지분 승계 속도가 갈릴 것이라는 관측도 일각에서 내놓는다.

이 대표는 취임 이후 매년 100억 원 규모를 신약개발에 투입했다. 지난 5월 현대약품은 신약개발 전문업체 사이러스테라퓨틱스와 경구용 당뇨신약 후보물질 'HDNO-1765'에 대한 라이선스(아웃)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총 248억 원이다. 선급기술료가 8억 원, 단계별 마일스톤은 240억 원이다.

이번 계약에 따라 사이러스는 국내와 인도네시아, 베트남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약품이 개발한 당뇨신약 후보물질에 대한 전용 실시권을 취득하게 됐다. 실시권 취득을 통해 해당 신약에 대한 개발과 상용화를 추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현대약품 매출구조(2020년 상반기).
현대약품 매출구조(2020년 상반기).

이 대표는 "HDNO-1765는 주사제와 펩타이드 성분을 대체할 수 있는 경구용 저분자 물질로 개발에 성공하면 당뇨병 치료제 관련해 새로운 시장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내비쳤다.

올해 코로나19라는 변수의 돌파구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의약품 수요 자체가 줄고 있고,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지난해 실적도 유지하기 어려운 것은 물론, 마이너스 성장까지 우려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산업 가운데 가장 오래된 업종으로 꼽히는 제약업계에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면서 "창업자의 손자인 3세 경영인이 전면에 나서 회사를 이끌거나 경영 전반에 속속 등장하는 추세지만 이제 막 경영진에 합류했기 때문에 어떤 평가를 받기에는 시간이 충분치 않다"고 했다. 다만 비교적 젊은 데다 글로벌 경험이 풍부한 3세들이 경영 전면에 나오면서 보수적인 업계 분위기도 변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연춘 기자 stayki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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