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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발 묶인 휴가객 쇼핑몰로…유통街 '구원투수' 떠오른 '몰링'


곳곳에 가족 단위 고객 들어차…추석 대목까지 회복세 이어질까 관심 집중

[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원래 오늘 근처 계곡이라도 놀러가려고 했는데 비가 와서 못 가게 됐고, 집에만 있자니 후덥지근하고 짜증만 나서 가족과 함께 구경이라도 하려고 왔어요. 시원하기도 하고 아이가 좋아하는 걸 보니 잘 나왔다 싶네요."

지난 9일 롯데몰 수원점에서 가족과 쇼핑을 즐기고 있던 직장인 김용수(42·남) 씨는 기자와 만나 여름 휴가를 쇼핑몰에서 즐기는 것 같은 기분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전자제품을 판매하는 매장으로 아이의 손길에 이끌려 바삐 발걸음을 옮겼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소비심리 침체와 역대 최장 기간의 장마까지 '이중 악재'에 시달리고 있는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반전을 일으키고 있다. 장마가 휴가철 소비자의 발걸음을 묶었고 이들이 앞다퉈 인근에 위치한 쇼핑몰을 찾으면서다.

긴 장마철이 유통업계에 '위기'가 아닌 '기회'로 자리잡는 모양새다. [사진=이현석기자]
긴 장마철이 유통업계에 '위기'가 아닌 '기회'로 자리잡는 모양새다. [사진=이현석기자]

이날 찾은 롯데몰 수원점은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로 붐비는 모습이었다. 주차장 입구에서부터 주차를 마치기까지 30분 가까운 시간이 필요했다. 또 평소 웨이팅 시간 없이도 쉽게 자리를 찾을 수 있었던 식당가에서도 몇몇 식당은 10팀에 가까운 대기 인원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들은 대부분 가족·연인 고객들로 보였다. 아이들의 높은 목소리가 공간을 가득 메웠다. 한 발짝을 옮길 때마다 맞은 편에서 오는 사람과 부딪히지는 않을까 다소 신경이 쓰이기도 할 만큼 많은 사람들이 쇼핑을 즐기고 있었다. 또 군데군데 배치된 직원들은 이들 고객에게 마스크 착용을 요청하는 등 방역 활동에 한창이었다.

롯데몰 수원점의 한 패션 매장에서 쇼핑을 즐기고 있던 소비자 유지선(21·여) 씨는 "근처에 살고 있어서 자주 오고 있는데 이렇게 사람이 많은 건 오랜만에 보는 것 같다"며 "코로나19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이런 풍경은 오랜만에 보는 것 같아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고 밝혔다.

이 같은 풍경은 지난 주 내내 전국에 위치한 복합쇼핑몰에서 일상적으로 볼 수 있었던 광경이었다. 롯데몰의 지난 주 일평균 방문객은 10만4천 명 수준으로 지난달 대비 약 1만3천 명 가량 늘어났다. 신세계가 운영하고 있는 스타필드도 장마 이전 대비 17~18% 증가한 매출을 기록했다.

서울 용산이라는 '위치 프리미엄'을 누리고 있는 아이파크몰은 더욱 높은 성장세를 기록했다. 아이파크몰은 장마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후 전주 대비 15% 이상의 매출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대비 식음료 매장 수를 30% 가까이 끌어올려 '몰링족'들의 발걸음을 사로잡았고 코로나19 사태로 미뤄졌던 영화 개봉이 이어지며 이 같은 상승세가 점점 가팔라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 9일 롯데몰 수원점의 한 식당에서 고객들이 웨이팅을 하고 있다. [사진=이현석기자]
지난 9일 롯데몰 수원점의 한 식당에서 고객들이 웨이팅을 하고 있다. [사진=이현석기자]

백화점에서도 마찬가지 상황이 벌어졌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7~9일 전년 동요일 대비 4% 매출 신장을 기록했다. 장마가 본격적으로 진행된 지난달 27일과 비교해도 매출이 늘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9일까지 전년 대비 매출이 6.4% 늘어났다. 특히 지난 주말에는 전년 대비 7.5%의 매출 신장을 기록하며 더욱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이는 유난히 긴 장마로 인해 벌어진 상황으로 풀이된다. 과거와 달리 장마가 언제 끝날지 예측할 수 없고 휴가 계획이 틀어진 소비자들이 주거지 인근의 대형 쇼핑몰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과정에서 예년에 '휴식 기간'이었던 장마 시즌이 새로운 '대목'으로 변화했다는 평이다.

업계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불행 중 다행'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에 이어 길어진 장마로 상반기 및 바캉스 시즌의 장사를 망쳤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서 '몰링'이 새로운 바캉스 트렌드로 자리잡으며 타격을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 과정에서 몰링 전략의 성공 가능성도 확인했다는 분석이다.

또 이 같은 흥행이 한달 여 앞으로 다가온 추석 대목에도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아지는 모습이다. 대목 시즌을 앞두고 오프라인 유통 시장에서의 소비심리가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만큼 활발한 프로모션 등의 전략적 뒷받침이 수반된다면 충분히 기대를 걸어볼 만 하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장마철은 유통업계에게 어려운 시기였지만 올해는 코로나19와 긴 장마가 겹치며 몰링에 대한 고객 관심을 끌어올리는 계기로 작용했다"며 "향후 추석 대목 등에 더 많은 소비자를 사로잡을 수 있는 매장 구성 및 프로모션에 최선을 다해 소비자를 공략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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