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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실의 팔뚝 '테크니션', 고용불안에 시달린다


ESC·브릭, 실험 테크니션 현황 및 인식도 조사

[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 연구실에는 교수와 학생 또는 연구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실험실의 각종 장비를 운영·관리하고, 실험에도 참여하면서 각종 잡무를 처리하는 '테크니션'이라는 이름의 직업군이 있다. 실험실에 없으면 안될 필수직군이지만 대부분은 논문에 이름도 올리지 못하는 계약직으로 ‘고용불안'과 '열악한 업무 환경’에 시달리고 있다.

사단법인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 열린정책위원회와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는 국내 최초로 실험 테크니션 종사자 352명, 과학기술종사자 723명 등 총 1천7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험 테크니션 현황 및 인식도 조사' 결과를 29일 발표했다.

 실험 테크니션 종사자 현황 조사 中 실험 테크니션에 대한 제도적/정책적 제안 주관식 답변 단어구름 [출처=브릭]
실험 테크니션 종사자 현황 조사 中 실험 테크니션에 대한 제도적/정책적 제안 주관식 답변 단어구름 [출처=브릭]

실험 테크니션이란 과학기술 연구 현장에서 시설·장비의 운영 및 관리, 데이터 분석 및 해석, 설계된 실험의 수행 등을 전담하는 전문 인력이다. 해외 우수 연구기관에서는 테크니션이 하나의 직업군으로 확립돼 있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문화적·제도적으로 정착되지 않았다는 지적과 함께, 그 역할과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연구현장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는 연구현장의 이같은 인식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이번 설문조사는 테크니션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실험 테크니션 종사자 현황 조사’와 과학기술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실험 테크니션 직군에 대한 과학기술 종사자 인식도 조사’로 나누어 진행됐다.

‘현황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59%가 전반적으로 현재 직업에 만족한다고 답했지만, 43%만이 직업 유지를 희망한다고 답했다. 77%가 본업 외의 업무를 처리하고 있으며, 처우/임금에 대한 불만과 직업의 불안정성이 가장 큰 고민이라고 답했다. 73%가 과학기술 분야의 타 직업군에 비해 근무조건 및 환경이 열악하다고 답했고, 별도의 직업군으로서 전망이 있다고 보는지에 대해서는 답변이 반반씩 갈렸다. 5년 이내에 실험 테크니션 직업군의 안정성과 지속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답한 비율은 39%였다. 한편 응답자의 80%는 실험 테크니션 직군의 정착이 연구환경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의견을 표했다.

실험 테크니션 직업군의 미래 전망에 대해서는 설문에 참여한 과학기술인의 74%가 긍정적으로 보았는데, ‘현황조사’에서의 같은 문항에 대한 긍정적인 응답이 50%에 그친 것과 비교할 때 과학기술계 내에서도 직군 간의 인식 격차가 두드러짐을 알 수 있었다.

실험 테크니션에 대한 정책적·제도적 제안(주관식 설문)에 대해, 실험 테크니션 종사자들은 처우 개선 및 계약직 해소, 연구실험 업무 외의 잡무 개선, 과학기술인의 인식 변화 등의 답변이 많았으며, 일반 과학기술인은 직업군 정착으로 일자리 창출, 전문인력 확보, 고가 연구장비 운영인력 필요성 등을 언급했다.

공통적인 제안으로는 대학 교수 연구실 별 채용이 아닌 기관 단위 실험 테크니션 채용 제도, 여성 과학기술인에 특화된 실험 테크니션 직군 정착, 전문성 확보를 위한 자격증 제도, 실험 테크니션 직군에 필요한 교육 훈련 등이 있었다.

이번 설문조사는 7월 7일부터 16일까지 10일간 BRIC의 SciON 온라인 설문조사로 진행됐다. ESC는 국내 실험 테크니션 직군에 대한 현황을 파악하고 개선점을 제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번 설문조사를 수행했다고 밝혔다.

이기욱 ESC 열린정책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번 조사 결과를 통해 실험 테크니션 직군이 연구실험 업무에 필수적인 직군이며 그 필요성에 대해 모두가 공감하고 있고, 연구개발에 다양한 기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그러나 실험 테크니션이 개별 연구실 단위의 현장에서 계약직 고용, 처우개선 등의 현실적 문제에 직면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난 만큼 앞으로 실험 테크니션 직군의 정착을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ESC는 “더 나은 과학과 더 나은 세상을 함께 추구”한다는 모토 아래 과학기술자 및 각계 각층의 시민이 모여 2016년 6월 설립한 사단법인이다.

이번 설문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브릭(ibric.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최상국 기자 skcho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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