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은희 기자] “이렇게 크고 유명한 작품의 10주년을 함께하는 건 아주 큰 부담이지만 뿌듯함이 있죠. 감개무량합니다.”
뮤지컬 ‘모차르트!’의 10주년 기념 공연에 자유를 갈망하는 천재 작곡가 모차르트 역으로 새롭게 합류한 박강현은 이같이 타이틀롤을 거머쥔 소감을 밝혔다.

‘모차르트!’는 미하엘 쿤체 극작가와 실베스터 르베이 작곡가의 작품으로 1999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초연했다. 이후 독일·스웨덴·일본·헝가리·한국 등 9개국에서 2200회 이상 공연해 240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국내에서는 2010년 처음 선보였으며 5번의 변화를 거쳐 3개 버전으로 소개됐다.
박강현은 오디션을 통해 앞으로의 10년을 이끌어갈 모차르트로 낙점됐다. 그는 “그동안 참여했던 배우들이 다 ‘가장 힘든 작품’이라고 할 만큼 넘버가 많고 난이도도 높다”며 “그리고 무대에 있는 시간이 길어서 체력적으로 힘들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웃는 남자’ 초연 때 박효신 형한테도 물어봤는데 형도 ‘모차르트’를 힘든 작품으로 꼽았다”며 “‘박효신 형이 힘들면 얼마나 힘들까’라는 생각에 더 부담이 됐다”고 고백했다.

그럼에도 도전을 결심한 이유는 ‘개인적인 욕심’이었다. 그는 “어려운 문제나 일에 부딪혔을 때 그것을 뛰어넘고자 하는 욕구는 더 커진다”며 “‘이걸 해내리라’ 하는 욕구로 부담감을 이겨낸 것 같다”고 다부진 답변을 내놓았다.
박강현은 “무엇보다 지금은 무대에 설 수 있는 것 자체가 가장 큰 행복”이라며 “상황이 이렇게 돼버리니까 일상이 더 소중해졌다. 좀 더 조심스럽고 행복하게 살아하고 있다”고 무대 위 노동자로서의 행복을 밝혔다.
아울러 마스크를 쓴 관객들의 박수와 환호에 감사하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뿌듯하고 눈물이 날 정도로 감동적이에요. 박수쳐주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 목을 좀 아끼셨으면 좋겠어요.”(웃음)
다음은 뮤지컬배우 박강현과의 일문일답.
- 오디션 당시 분위기는 어땠나.
“심사위원들이 다 아는 분들이라서 더 부담이 됐다. 처음에 ‘나는 나는 음악’ ‘내 운명 피하고 싶어’ 지정곡 2개를 들고 갔다. 처음에 감정을 배제한 채 불러서 노래만 한다고 혼났다. 김문정 음악감독님이 상황과 갈등을 설명해주시면서 다시 해보라고 하셔서 감정을 넣어 다시 불렀다. 그러고 나서 합격을 했다. 두 번째 부르고 나온 순간에도 확신은 없었다. 되면 되는 거고 아니면 마는 거고, 나한테 오든 안 오든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크게 의미를 두진 않았다.”

- 본인만의 모차르트를 완성하기 위해 신경 쓴 부분이 있나.
“고민하긴 했는데 형들이 어떤 식으로 표현했는지 모르고 같은 연기를 하더라도 다른 사람이면 다르게 보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대본을 보고 굳이 어떤 부분을 다르게 하려고 하지 않아도 알아서 다르게 될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그냥 했다.”
- 인물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상황적으로 크게 이해가 안 되는 장면은 없었다. 내가 겪어보지 못한 상황이 대부분이지만 감정은 어느 정도는 알 것 같아서 그렇게 표현을 했다. 매 뮤지컬이 그랬지만 장면과 장면을 어떻게 자연스럽게 연결할지가 관건이다. 이 사람의 일생이 3시간 안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중간중간 점프하는 부분들이 되게 많다. 갑작스럽게 다음 신에서 감정이나 상태가 많이 변한 상황에서 ‘시간의 지남을 과연 관객들은 알까’ 고민하게 된다.”
- 모차르트와 닮은 점이 있다면.
“극중 장난스러운 부분이 닮았다. 나도 편한 사람들 앞에선 장난을 잘 친다. 하지만 천재인 부분은 맞닿아 있는 게 전혀 없다.(웃음) 높은 사람한테 대들고 ‘내가 최고’라고 하는 건 나랑 전혀 다르다. 나는 예의를 중시하는 사람이다.”

- 초연부터 참여한 박은태·김준수와 같은 역할을 맡아 도움도 받았을 것 같다.
“굉장히 자극을 많이 받았다. 준수 형이랑은 ‘엘리자벳’과 ‘엑스칼리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 같이 하는 작품인데 같은 역할은 처음이다. 박은태 형은 이번에 처음 만났지만 워낙 명성이 잘 알려져 있으니 합류하면서 형들에게 많이 배워야 되겠단 생각이 가장 컸다. 은태 형은 노련함이 느껴진다. 그리고 연습을 할 때 의견을 굉장히 많이 낸다. 옆에서 보면서 간접적으로 되게 많이 도움이 됐다. 준수 형은 몸이 부서져라 노래하고 연기하는 사람이란 걸 알기 때문에 에너지를 발산하는 부분들을 배우고 싶었다. 두 분 다 작품에 대해서 너무나 잘 알고 있어서 형들이 내는 의견에서 내가 몰랐던 것들을 많이 찾는다.”
- 첫 공연 때 기분이 어땠나.
“‘웃는 남자’ 끝나고 무대에 서기까지 공백이 좀 있었다. 그래서 오랜만에 관객들 앞에 선다는 떨림과 첫 공연을 한다는 떨림이 같이 있었다. 마스크를 쓰고 힘들게 보러 와주시는 관객들에게 보답하고 싶은 마음과 그들의 소중한 시간이 아깝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부담도 있었다.”

- 김소향·김연지·해나 세 콘스탄체와의 호흡도 궁금하다.
“소향 누나는 워낙 호흡을 많이 맞춰봐서 굉장히 편안하다. 서로 잘 통하는 부분이 있어서 엄청 기댈 수 있다. 연지 누나는 뭔가 투박하면서 순수한 느낌이 있다. 그래서 그 순수함이 되게 아름답게 느껴진다. 해나는 굉장히 발랄하다. 이번에 처음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장난을 많이 치면서 나를 편안하게 해준다. 통통 튀는 매력이 있는 콘스탄체다.”
- 예술을 하는 사람으로서 공감하는 대사나 가사가 있나.
“뮤지컬은 종합예술이고 공연예술인데 사실 나는 예술을 한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예술을 하는 내 안에 빠져있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무대 위 노동자라고 생각한다. 내가 음악을 그렇게 잘하는 것도 아니고 어딘가에 견문이 넓은 것도 아닌데 감히 예술을 한다고 하기엔 주제넘은 부분이 있어서 거기까진 생각을 안 해봤다.”
-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강화 조치에 따라 개막이 5일 미뤄졌다. 여러 가지 감정이 오갔을 것 같다.
“‘무슨 일을 해야 되지?’ 그런 생각도 했다. 공연이 멈춰서 이미 다른 일을 하시는 분들도 계시니까 그땐 되게 현실적으로 생각을 하게 되더라. 진짜 최악의 상황엔 뭐라도 다른 일을 찾아봐야겠단 생각을 했다. 항상 살얼음 위를 걷는 기분이다. 그래서 현재가 더 감사한 거고. 배우·스태프들 모두 생계가 걸린 문제니까 극장 문을 닫는단 얘기가 나왔을 때 다들 마음 졸이고 있었다. 공연이 5일만 밀린다고 했을 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아직 ‘모차르트!’를 못 본 관객들을 위해 관전 포인트를 짚어 달라.
“넘버가 굉장히 좋은 뮤지컬이다. 작곡가님이 심혈을 기울여서 아주 잘 쓴 것 같다. 박강현의 모차르트는 이번에 합류해서 새롭다. 무대 위의 배우들이 평소에도 열심히 하지만 지금은 갑절로 열심히 감사하게 소중하게 하고 있으니까 기회가 되고 건강이 허락하면 한번쯤 보러 오시는 걸 추천한다.”
- 데뷔 5주년을 맞았다. 지난 5년을 돌아보면 어떤가.
“정말 운이 좋았고 가장 뿌듯한 건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리 학교(성균관대 연기예술학과) 같은 경우는 연기전공이 25명인데 동기 중에 지금 연기를 하고 있는 사람은 5명도 안 된다. 1학년이 끝나기도 전에 진로를 바꿔버린 사람도 많고 좀 하다가 안 되겠다 싶어서 바꾼 애들도 있다. 나는 학교를 졸업하고 오디션을 준비하면서 한량처럼 살았는데 막연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별로 없었다. ‘도전하다가 안돼도 먹고 살진 않겠나’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원하는 바를 크게 이루지 못하더라도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즐기면서 살면 된다고 생각했다.”

- 요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
“‘어떻게 살아가야하는가’다. 인간적으로서 가끔은 화도 나는데 어떻게 잘 컨트롤하면서 좀 더 옳고 바른 방향으로 갈 것인지, 내가 진짜 원하는 욕구는 무엇인지 등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한다. 공연을 하는 게 나한테 제일 큰일인데 공연을 한번 마치고 나면 굉장히 공허해서 생각이 많아진다. 그래서 그런 시간들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많이 한다. 사람을 잘 챙겨야 되겠다는 생각도 하고.”
- 다른 사람보다 뛰어난 자신만의 강점을 꼽는다면.
“옛날부터 운이 좋았던 것 같다. 뽑기 같은 거 하면 1등도 걸렸다. 평균적으로 따지면 고음도 조금 더 잘 된다. 그리고 자신에 대한 믿음이 조금 더 있는 편이 아닌가 싶다. 스스로 높게 평가하는 건 아니지만 끈기가 있기 때문에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뭐든 행해버린다. 그런 점이 조금 다르지 않을까.”

- 대중의 사랑과 관심을 어떻게 받아들이나.
“나는 사랑이 엄청 고픈 사람은 아니다. 원래 항상 혼자 있었고 외롭지만 집에서 혼자 있는 것도 잘 참으면서 살았던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갑자기 많은 사랑을 받았을 때 기분이 무척 좋지만 과분하다. 유튜브 댓글들을 보면 웃긴 것도 많고 과찬이 많더라. ‘나를 많이 예뻐해주시는구나’ 싶어 감사하지만 좋은 것들도 담아두지 않고 흘려버린다. 가지고 있으면 안 될 것 같은 불안함이 있다. ‘벌써부터 이 칭찬에 맛 들면 안 되는데’라는 생각을 늘 한다. 가끔 사진들을 보면 인터넷에만 존재하는 박강현이 있다.(웃음) 현실에는 그런 박강현이 없다. 크게 연연하진 않는다. 무대 위의 모습만 사랑해주셔도 감사하다.”
- 배우로서의 지향점을 얘기해 달라.
“딱히 어떤 목표를 잡진 않았다. 시간이 해결해주는 부분들이 되게 많은 것 같다. 지금 뮤지컬을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나중에 영화도 할 계획이다. 영화가 하고 싶어서 연기를 시작했기 때문에 카메라 연기를 잘 배워보고 싶다. 공연을 하면서 연기를 잘 가꿔서 영화도 병행하는 배우가 되면 좋겠다.”
/박은희 기자 ehpar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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