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사이트] 코로나로 저무는 ‘앵글로-색슨’ 세기

美·英의 국가 시스템 고장으로 포스트 코로나는 아시아 또는 중국의 세기


[아이뉴스24 김상도 기자] 코로나 팬데믹은 세계 각국의 시스템이 보유하고 있던 역량의 민낯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그동안 지구촌의 모범 국가로 여겨지던 서방 선진국들은 코로나 대처에 실패하면서 수 많은 자국 국민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보아야만 했다.

비극은 미국에서 가장 두드러져, 세계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와 사망자가 발생했다. 확진자는 16일 하루 7만3천명이 발생하면서 누적 확진 400만 명으로 세계 최다다. 사망자 역시 14만1천명으로 세계의 25%를 점하면서 최고를 기록했다. 앵글로-색슨의 원조 영국도 확진 30만 명, 사망 4만5천 명으로 확진자 수에서 세계 상위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앵글로-색슨 국가인 미국과 영국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심각한 체제적 난관에 봉착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

코로나19로 인해 미국에서 계속되고 있는 재앙은 미국의 엄혹한 현실을 투명하게 드러내 준다. 미국의 정치적 양극화는 미국인들이 기본적인 공중보건 가이드라인이나, 다른 국가에서 성공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시행하는데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심화되는 사회·경제적 불평등은 가장 취약한 공동체에 코로나 창궐을 불러왔다. 더구나 총사령관인 대통령은 방역을 위한 연합 전선을 구축하고 전 세계의 역량을 결집하는 대신, 국제기구를 무력화시키는 한편, 해외의 적대국가들에게는 고통을 전가하고 국내의 정적들에게는 사태 악화의 책임을 돌렸다.

미국 정부의 실패는 영국과 함께 다른 국가들의 성공적인 방역과 대조되면서 더욱 비참한 모습을 보였다. 한국은 걸어 들어가 코로나 검사를 받을 수 있는 진단소를 전국에 설치하고, 감염된 환자의 동선을 추적하기 위해 휴대폰의 위치 정보와 크레딧카드 사용 정보를 이용했다. 이 방식은 영국이 여러 달 동안 완성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대만과 싱가포르 같은 동아시아 국가들도 훨씬 더 잘 대처했다. 베트남은 신속하게 코로나 바이러스를 뿌리 뽑았다. 여러 가지 의심을 받는 중국도 코로나19의 전염을 줄이는데 성공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감염이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는 것을 방치하고 1차 팬데믹조차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연일 확진자와 사망자에서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은 세계 최강의 슈퍼 파워라는 우월적 지위를 포기하고 아시아의 떠오르는 슈퍼 파워에 자리를 양보해야 하는 변곡점에 도착한 것일 수도 있다.

미국은 코로나19로 인해 지금까지 미국 독립전쟁, 베트남 전쟁, 한국 전쟁, 이라크 전쟁, 아프가니스탄 전쟁 전사자를 합친 것 보다 많은 141,000명이 사망했다. [위키피디아]

코로나19는 정책 실패를 거듭하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민주주의 국가들을 제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가혹하게 비싼 의료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고, 영국도 공허한 사회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는 또 강력한 정부의 국가들이 코로나 전파를 억제하고 사회·경제적 후유증에 맞서는데 있어서는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의 코로나19 대응 실패는 부분적으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싹튼 자만심에 원인이 있다. 다른 국가들로부터 배울 것이 별로 없다는 자만심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미생물이 몇 개월 만에 앵글로-색슨족 자만심의 속을 들춰낸 것이다.

그 결과 자만심은 지나치게 큰 것이었음이 밝혀졌다. 자만심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 질서를 형성한 이념적 프로젝트의 중심에 있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거역할 수 없이 우월한 것으로 보였던 앵글로-색슨의 자유방임 민주주의 원칙의 핵심 요소였다.

지난 500년 동안의 역사는 앵글로-색슨이 운명적으로 항상 이기는 쪽에 서 있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그러한 운명적 승자는 다른 국가들을 애통함과 조롱하는 마음으로 바라보면서, 그들이 자신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 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다.

20세기 말에 이르러서야 21세기는 아시아의 세기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조심스럽게 흘러 나왔다. 20세기는 미국의 세기로서 인류 역사상 가장 처참한 전쟁을 포함해 여러 가지의 지정학적인 충격을 안겨준 바 있다. 코로나는 미국의 헤게모니에 새로운 충격을 가해 세계 역사의 흐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미국 정책담당자들은 지정학적 중심을 동쪽으로 옮겨, 세계 인구의 대다수가 살고 가장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아시아에 중요한 전략적 관심을 돌려야만 하는 문제에 직면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금 이 지역에 ‘팩스 아메리카나’라는 용어를 도입하는 대신, 스스로 아시아에서 형성되고 있는 새로운 현실을 인정해야만 하는 자신들을 발견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앵글로-색슨 세기는 끝이 나고 아시아, 또는 중국의 세기가 올 수도 있다. [WSJ]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아시아는 세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인도와 중국이 히말라야산맥을 사이에 두고 벌이는 대치는 21세기의 잘못된 국경분쟁의 시작을 예고하고 있다. 홍콩 자유도시 및 대만이 직면하고 있는 생존 위협은 서방 국가들로부터의 지원을 불러 모으고 있다. 유럽의 정치적 미래에 대한 심사숙고는 아시아를 외면하고는 이루어질 수 없게 됐다.

이러한 실태의 상당 부분은 중국과 관련이 있다. 중국은 갈수록 국내외적으로 확신에 차고 공격적인 행동을 선택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과의 무역 전쟁을 시작하면서 맞대결을 선택했다. 그러나 미국의 전통적 우방국들마저 아시아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한 1972년 이후 처음으로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적대적이고, 예측불가능한 상태에 빠졌다. 중국 관리들은 그러한 적대 행위가 불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세계를 2진법으로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 시스템의 차이는 제로섬 게임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 미국과의 긴장 완화를 모색하고 있는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말이다. “중국은 또 다른 미국이 되지 않을 것이고, 될 수도 없다”고도 말한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 간 현실적인 경쟁을 부인할 수 없다. 아시아 국가들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역설적으로 중국의 굴기는 아시아 세기의 종말을 의미할 수도 있다. 중국이 다른 모든 아시아 국가보다 더 걍력해 진다는 사실은 중국이 더 이상 아시아의 단결을 촉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중국이 미국을 능가하고 세계 유일의 패권 국가로 우뚝 서게 된다면 중국의 상상력이 ‘중국의 세기’에 눈을 돌리게 되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닐 것이다.

김상도기자 kimsangd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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