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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실패한 단통법' 개선안 도출도 '난항'


비판에도 개선안에는 이견, 결론 못내 …이통시장 유통구조 개선 학술토론회

[아이뉴스24 송혜리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이동통신 3사, 유통점, 소비자단체 등이 참여한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협의회'가 끝내 개선안 도출이라는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종료했다.

협의회는 지난 2월 시장 상황에 맞는 '이동통신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개선안 도출을 위해 발족, 논의를 이어왔으나 이해관계자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최종 개선안 도출에 실패했다.

'이동통신시장 유통구조 개선을 위한 학술토론회'에서 (왼쪽부터) 오병철 연세대 교수, 변정욱 국방대학원 교수, 이봉의 서울대교수, 이경원 동국대교수, 홍명수 명지대교수 등이 토론하고 있다.  [출처=아이뉴스24DB]
'이동통신시장 유통구조 개선을 위한 학술토론회'에서 (왼쪽부터) 오병철 연세대 교수, 변정욱 국방대학원 교수, 이봉의 서울대교수, 이경원 동국대교수, 홍명수 명지대교수 등이 토론하고 있다. [출처=아이뉴스24DB]

10일 서강대학교 ICT법경제연구소, 정보통신정책학회 주최로 전국은행연합회 국제회의실에서 '이동통신 시장 유통구조 개선을 위한 학술토론회'가 열렸다.

단통법 시행 성과 등을 평가하고 이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이 자리에서는 협의회가 논의해온 단통법 개선방안도 공개됐다.

단통법은 불투명하고 차별적인 보조금 지급으로 일부 이용자에게 보조금 혜택이 편중되면서 발생되는 이른바 '이용자 차별', 고가요금제 가입을 전제로 한 가입자 유치로 인한 '가계 통신비 증가와 요금경쟁 억제' 등 개선을 위해 지난 2014년 10월 시행했다.

주요 내용은 ▲부당한 차별적인 단말 지원금 지급 금지 ▲지원금 지급 요건 및 내용 공시 ▲지원금과 연계한 개별계약 체결 제한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선택약정할인) 제공 등이다.

문제는 단통법의 이 같은 취지와 규정에도 불법 지원금 경쟁과 이용자차별, 서비스·요금경쟁의 부진, 고가 단말과 고가요금제로 인한 이용자 부담 증가 등이 이어졌다는 평가다. 이른바 단통법 무용론이다.

이의 상황에 따라 정부와 이통 3사, 유통망, 소비자단체는 단통법 개선을 위한 협의회를 발족, 통신사가 소비자에 제공하는 공시지원금, 통신사가 유통망에 제공하는 추가지원금, 통신사가 판매자에 지급하는 장려금(리베이트) 관련 단통법 개선 사항을 논의했다.

개선 방향으로 지원금 경쟁 촉진 차원에서 ▲가입 유형(번호이동·신규가입·기기변경 등) 간 합리적 차등 허용 ▲추가 지원금 한도 상향 ▲공시 유지 의무기간(7일에서 3~4일로) 단축 ▲공시일(매주 월, 목) 지정 등 방안이 도출했다.

아울러 위약금 구조 개선을 위해 ▲지원금에 포함된 제조사 재원은 위약금 산정 시 제외 ▲공시지원금 선택자 조기 해지 시 지원금 전액 반납 기간을 현행 6개월에서 3개월로 축소 ▲선택약정 할인 위약금을 1개월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 수준으로 조정하는 내용도 논의됐다.

특히 이번 협의회 안에서 최대 쟁점이 됐던 장려금 부분에서는 ▲장려금 연동제(소매규제에서 도매규제로의 전환) ▲장려금 합리적 차등제 등이 거론됐다.

이중 '장려금 연동제'는 유통점 추가 지원금 규제(현재 공시지원금의 15%)를 폐지하되 차별적인 장려금 지급 등 이용자 차별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장려금을 공시지원금(+출고가)에 연동하는 형태다.

또 '장려금 합리적 차등제'는 유통망 등에 대한 장려금 차등 폭이 일정 범위를 넘어갈 경우 규제하는 것으로, '유통 채널 간 합리적 차등제'와 '대리점 간 합리적 차등제' 등으로 나눠 검토됐다.

유통 채널 간 합리적 차등제는 유통 채널 간 장려금 평균 차등 폭을 설정하고, 단말별 평균을 산정해 이를 벗어날 경우 규제하는 것. 대리점 간 합리적 차등제 역시 대리점 간 장려금 평균 차등 폭, 단말별 평균을 산정해 해당 범위를 벗어날 경우에 한해 규제토록 한 것이다.

하지만 이날 공개된 개선안은 업계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논의된 내용을 담은 수준. 실제로 이통업계는 해당 개선안 내용 대부분에 반대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의 경우 '채널 간 장려금 차등제'에 대해서만 조건부 찬성입장을 밝힌 정도다.

그러나 개선안 내용 대부준은 공시지원금 규제 완화로 경쟁이 지나치게 가열될 우려가 있고, 기업의 마케팅 수단인 장려금 지급에 기준을 두는 것은 새로운 규제라는 이유 등으로 합의안 마련에 실패, 정부의 단통법 개선이 쉽지 않을 조짐이다.

◆통신업계 "새로운 규제될라" 우려

이날 토론회에는 512억원이라는 단통법 시행 이후 역대 과징금을 물게된 이통 3사 관계자도 참석해 단통법 개선안에 우려를 재차 표명했다.

최상국 SK텔레콤 정책협력실 경쟁제도팀장은 "현재 코로나19 이슈 때문에 로드 상권은 어려움을 겪고 있고, 집단상가와 온라인에 모든 정책이 몰리는 등 채널 간 불균형이 크다"며 "채널 간 차등을 금지하는 합리적 차등제도, 즉 채널 간 차등을 일부 제한하는 것은 찬성"이라고 말했다.

이철호 KT 무선시장팀 공정경쟁 담당 CR1실 팀장은 "장려금 규제는 또 다른 규제가 생기는 것"이라며 "이는 유통점과 관계된 부분으로 사업자 자율에 맡겨달라는 입장이며, 한편으론 통신사 자율권을 침해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용우 LG유플러스 공정경쟁팀장은 "장려금과 관련해 도매 규제라는 단어를 사용했는데, 소매에서 있는 위법 행위에 대해 추가적인 처벌을 할지 논의해야 할 것"이라며 "장려금 규제 출발은 장려금이 불법 지원금으로 다 쓰이는지 검토하는 것에서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규제 완화에 대한 목소리도 여전했다.

이종천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이사는 "소매시장에서 장려금을 통한 시장 경쟁 촉진을 유도, 이용자의 이익이 증대 될 수 있는 '장려금 연동제' 등을 보완해 소매규제에서 도매규제로의 시장관리 방향을 전환하는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동통신 유통 생태계는 '서비스사업자,제조사,판매자,악세서리 산업 등'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지만, 이용자보호를 목적으로 도입된 규제가 변질돼 경쟁없는 시장으로 전락했다"며 "건전한 이동통신 유통구조를 목표로 이용자 이익 및 소상공인과의 보호 법안으로 개선, 운영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염수현 KISDI 연구위원이 단통법 개선안을 발표하고 있다.  [출처=아이뉴스24DB]
염수현 KISDI 연구위원이 단통법 개선안을 발표하고 있다. [출처=아이뉴스24DB]

◆학계 "단통법은 실패" 비판

경제·법 등 각 분야 교수들은 단통법에 대해 실패한 규제라 입을 모았다.

권남훈 건국대 교수는 기조 발제를 통해 "완벽한 차별금지의 불가능, 이통사 경쟁수단 제한 등 단통법 시행에 따른 부작용은 어느정도 예상 가능했고, 일부는 현실화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규제가 과연 시장에 얼마나,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지 겸허히 평가해야 하고, 투명성 강화, 정보 비대칭성의 해소, 행동경제학적 넛지 등은 항상 필요하다"며 "경쟁 촉진과 같은 일반적 목표의 정책은 필요하나, 경쟁 방식을 '설계'할 수 있다는 생각은 과도한 자신감"이라고 덧붙였다.

변정욱 국방대학원 교수는 "단통법 시행 이후 저가 요금제 선호와 부가서비스 선택 감소 등 통신 소비 변화와 단말 구입비 경감(저가단만 선택, 교체주기 연장)등에 가계통신비 부담은 감소한 추세"라며 "2013년 대비 2019년엔 19.5% 줄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이 같은 가계통신비 감소는 요금 및 단말기 가격 인하를 통해 이뤄진 게 아니라, 소비(단말기 교체 주기 연장, 저가 단말기 선택 증가, 부가서비스 선택 감소) 축소를 통한 것"이라고 효과는 제한적이었음을 강조했다.

변 교수는 또 "가계통신비 절감이라는 정책목표를 달성했음에도 높은 보조금을 주고받지 못하는 불만이 해소되지 못해 단통법에 대한 논란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요금 및 단말 가격 인하와 가계통신비 절감을 동시에 꾀할 수 없어, 어떤 편익이 더 큰지 판단이 필요하다"며 "단통법 폐지 또는 완화로 시장 활성화에 치중할 경우 가계통신비 증가 우려가 있고, 규제를 유지·강화할 경우 불법 보조금 양산과 5G 및 단말 유통 시장 위축 등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봉의 서울대 교수도 "이용자 차별이라는 문제는 사라진 적 없고, 그 어떤 법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했다"며 "소비자에게 어떤 근본적인 도움이 됐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치열한 경쟁상황으로 볼 때 지원금 상한제나 논의 중인 장려금 규제가 제대로 준수되기 어렵고 특히 장려금 규제는 경쟁 촉진이나 이용자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단말 시장과 이통시장의 환경변화에 대한 이해를 기초로 원점에서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적어도 단말 지원금에 대해 '차별=불법'이라는 단순 프레임을 극복하고, 이용자 이익 관점에서 차별적 지원금을 재평가하는 작업도 절실히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이경원 동국대 교수 "정부는 이통시장 실패가 발생, 깊게 개입하고 있으나 일반적으로 시장실패는 거래량이 적어 사회 후생이 열악하게 되는 경우 혹은 사업자들이 지나치게 마진을 많이 챙기는 경우다"라며 "현재 시장실패가 발생하고 있는지 의문을 던져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홍명수 명지대 교수 역시 "단말 지원금 감소로 인한 실질 구매 가격 상승이 통신요금 인하와 경쟁에 따른 품질 향상으로 상쇄되고, 차별적 거래가 제한됨으로써 불이익이 해소되는 등 이용자 이익 증대 효과가 있는지도 의문"이라며 "명확한 실증적 자료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유통구조 개선이 이뤄지지 못하는 근본적 원인은 통신시장이 3사 과점 구조에 있기 때문"이라며 " 사업자 담합에 이르지 않더라도 전략적인 가격 책정을 통해 가격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원금 상한제 폐지 이후 현저한 지원금 상승이 나타나지 않았던 점도 전략적인 가격 동향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이통 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근본적인 답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송혜리 기자 chewo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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