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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수출규제 1년 ④] 10년 아성 일본맥주의 몰락…담배는 '무풍지대'


대체재 존재·제품 충성도가 명암 갈라…"'선택적 불매' 논란 필연적"

[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일본의 핵심소재 수출규제로 촉발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1년을 맞았다.

10년 동안 매출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던 일본산 맥주는 1년만에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제품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일부 제품은 살아남아 대조를 이뤘고 이에 '선택적 불매운동' 논란이 현재 진행형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CU는 지난주부터 유통기한 종료가 임박한 일본 맥주 12종에 대한 본사 반품 처리를 진행했다. 대상은 아사히·코젤라거·산토리·오티나와 등으로 이들 제품은 반품 즉시 전량 폐기됐다.

CU는 수입 맥주 시장에서 일본 맥주의 제품 경쟁력이 사라져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 실제 일본 제품 불매운동 이전 매월 수입액 1위를 차지했던 일본 맥주는 불매운동 직후인 지난해 7월 순위권에서 자취를 감췄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1년을 맞았다. [사진=아이뉴스24 DB]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1년을 맞았다. [사진=아이뉴스24 DB]

이 같은 현상은 코로나19로 '홈술' 트렌드가 득세해 국산 수제맥주 등 제품이 급성장을 기록한 올해 상반기에도 이어졌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5월 기간 동안 일본 맥주 수입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0% 이상 줄어들었다.

이는 일본 맥주를 유통하는 기업의 '몰락'으로 이어졌다. 수입 맥주 1위였던 아사히 맥주를 판매했던 롯데칠성음료와 일본 아사히그룹 합작사 롯데아사히주류는 지난해 623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2018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불거진 이후 매출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영업손실은 197억 원에 달했다. 이에 롯데아사히주류는 지난해 12월 계약직 영업사원들의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올 초에는 정규직 직원 희망퇴직 및 타 계열사로의 전보 조치를 진행하는 등 구조조정 작업을 진행했다. 이 외에도 삿포로맥주를 유통하던 엠즈베버리지는 전 직원 주 4일 근무 체계로 전환 운영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루머'도 퍼졌다. 롯데칠성음료는 온라인 상에서 일본 아사히가 지분을 가진 기업이라는 소문이 퍼지며 '처음처럼'을 비롯한 주류 제품 매출에 타격을 입었다. 다른 계열사인 세븐일레븐도 일본 브랜드라는 소문이 퍼지며 미국 라이센스 브랜드라며 해명하기도 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일본 아사히가 지분을 가지고 있다는 루머가 퍼져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사진=롯데칠성음료]
롯데칠성음료는 일본 아사히가 지분을 가지고 있다는 루머가 퍼져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사진=롯데칠성음료]

이와 함께 일본 음식을 판매하거나 일본풍 이름을 가진 자영업자 점포도 불매운동에 휘말려 '일본 메뉴를 판매할 뿐이다'라는 해명문을 게재하는 일이 전국 곳곳에서 벌어졌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은 맥주를 넘어 먹거리 시장으로도 확산됐다. 지난 2018년 국내 진출 이후 23개까지 매장을 확장했던 일본 햄버거 브랜드 '모스버거'는 최근 경영난으로 매장을 순차적으로 폐점하고 있다.

반면 담배 시장은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도 '무풍지대'로 남아 있어 주목받고 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 5월 필리핀에서 국내로 들여온 담배 수입량은 약 332톤이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9.9% 늘어난 수치다.

국내 담배 사업자 중 필리핀에서 수입한 제품을 판매하는 곳은 '메비우스'와 '카멜', '플룸테크'를 판매하는 일본 담배회사 JTI코리아 뿐이다. 당초 JTI코리아는 국내 물량을 KT&G 공장에서 위탁 생산했지만 지난 2017년 필리핀으로 생산기지를 옮긴 바 있다.

JTI코리아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 이전 국내 담배 시장에서 약 10%가량을 점유하고 있었다. 불매운동 직후에는 점유율이 8%대로 하락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었지만 곧바로 반등했다. 실제 지난해 9월 필리핀에서의 담배 수입량은 363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90% 이상 급증했다.

이는 맥주와 담배의 시장 차이로 인한 현상으로 풀이된다. 시장에 다양한 제품이 풀려 있어 선택권이 넓은 맥주와 달리 담배는 소수 업체만이 사업을 전개하고 있으며 특정 제품에 대한 고객 충성도가 매우 높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JTI코리아의 메비우스는 전자담배가 급격히 시장을 잠식하던 지난 2017년에도 크게 변동 없는 판매량을 기록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사회 생활 과정에서 다양한 제품을 접할 수 있어 새로운 제품에 대한 거부감이 적은 맥주 등 타 기호식품과 달리 담배는 개인적 성향이 크게 반영돼 한 번 선택한 제품을 지속적으로 애용하는 성향이 크다"며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길어지더라도 담배 제품군은 상대적으로 타격을 덜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닌텐도 스위치 동물의 숲 에디션은 일본 제품 불매운동 열기에도 '품귀현상'을 빚기도 했다. [사진=닌텐도]
닌텐도 스위치 동물의 숲 에디션은 일본 제품 불매운동 열기에도 '품귀현상'을 빚기도 했다. [사진=닌텐도]

이에 일각으로부터는 '선택적 불매운동'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대체재가 없는 분야일수록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닌텐도 스위치의 인기 게임 '동물의 숲' 대란이 대표적이다. 동물의 숲은 출시 직후 높은 인기를 끌었고 때마침 코로나19 사태로 닌텐도 스위치 기기의 수급이 원활하지 않자 중고 기기와 게임팩이 프리미엄이 붙어 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판매되는 기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한 비판에 대한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은 개인의 선택일 뿐 남에게 강요할 사안이 아니며 대체재가 없어 구매하는 것까지 비난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별다른 방법이 없다는 반응이다. '극일' 정서가 강해지며 일본 제품을 사지 않는 것이 전반적인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하더라도 대체재가 없는 제품의 소비는 이어질 수밖에 없으며 이로 인한 사회적 논란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규범적 측면에서 바람직한 소비가 있다 하더라도 개인의 욕구 충족을 위한 소비 선택을 강요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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