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다운 기자] "지금 같은 시기에 어떻게 고객에게 사모펀드를 권하겠어요."
사모펀드에서 잇따라 대규모 손실, 환매 중단, 사기 등의 사건이 발생하면서 시장이 싸늘히 식었다. 주요 판매창구였던 은행 프라이빗뱅킹(PB) 센터에서도 사모펀드 판매를 꺼리고 있다.
2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투자 사모펀드에서는 최근 4개월 동안 자금이 줄지어 빠져나갔다.

월간 기준 지난 3월 1조4천억원, 4월 1조6천억원, 5월 1조4천억원이 순유출됐고, 6월 들어서도 지난 25일까지 3천200억원의 돈이 빠져나갔다.
그동안 끝없이 돈이 흘러들어오며 급팽창하던 사모펀드 시장은 지난해 말 '라임 사태'와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이후 자금 유입이 줄더니 올 들어서는 마이너스 전환한 것이다.
반면 공모펀드에는 코로나19로 금융시장이 출렁이던 지난 4월 13조4천억원, 5월 18조3천억원 규모의 자금이 오히려 순유입됐다.
지난해 말부터 라임자산운용 펀드와 DLF의 환매 중단 및 대규모 손실 사태에 이어, 올해에도 하나은행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 기업은행 디스커버리 펀드, 팝펀딩 펀드, 영국 루프톱 펀드 등이 줄줄이 환매가 중단됐다. 모두 사모펀드 구조로 만들어져 판매된 펀드다.
여기에 최근에는 5천억원에 이르는 옵티머스 펀드에서도 사기 혐의 사태가 불거지면서 사모펀드에 대한 신뢰도는 바닥으로 곤두박질했다.
특히 옵티머스 펀드의 경우 라임 펀드와 DLF 사태가 터진 이후에도 "공기업 채권 투자이기 때문에 안전하다"며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실상은 부실 사채에 투자해 '펀드 돌려막기'를 하는 사기 행각을 벌인 것으로 의심돼, 투자자들은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격'이라며 울분을 토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사모펀드의 주요 판매창구였던 은행 PB 센터에서의 판매도 시들해졌다.
지난 4월 은행에서 판매한 사모펀드 상품 잔액은 23조3천억원으로 전년보다 16.53% 감소했다.
한 시중은행 PB는 "기존에 사모펀드에 가입했던 PB 고객들의 불안감이 굉장히 높다"며 "'내 사모펀드는 어떤가 보자'며 다시 설명을 요구하거나 재점검하는 고객들이 많다"고 전했다.
사모펀드 호황기에는 '공모펀드 권하면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PB 센터에서 사모펀드가 선호됐으나, 최근에는 공모펀드 중심으로 판매가 바뀌었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은행 PB는 "요즘에는 사모펀드를 팔고 있지도 않고 팔 상품도 없다"며 "대신 공모펀드 위주로 투자를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다운 기자 kdw@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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