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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이동걸의 '생즉사', 쌍용차의 '사즉생'


[아이뉴스24 강길홍 기자]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쌍용차에 '사즉생'을 요구했다. 지난 17일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였다.

이 회장은 "산업은행이 돈만 넣으면 기업을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며 "기업을 살리려면 사업 부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회장은 "옛말에 '죽으려고 하면 살 것이고, 살려고 할 것이면 죽는다'는 말이 있는데 쌍용차 노사는 살려고만 한다"고 비판했다.

또한 산업은행은 기간산업안정기금으로 쌍용차를 지원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최대현 산은 부행장은 "기안기금은 코로나 이전부터 경영에 문제가 있는 회사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이 회장에게 쌍용차에게 필요한 '죽을 각오'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

쌍용차 노사는 지난해 9월부터 복지 중단·축소 등에 합의했고, 12월부터는 전직원 임금 및 상여금 반납 등 추가적인 고강도 경영 쇄신책을 시행 중이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쌍용차 직원들의 임금은 전년 동기 대비 38.5% 줄었다.

쌍용차의 한 직원은 "연봉기준으로 2천만원 가까이 줄었다"면서 "생활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회사의 경영 정상화가 우선이기 때문에 수용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쌍용차 노사는 올해 임금 및 단체교섭을 완성차 업체 가운데 가장 먼저 마무리했다. 쌍용차 노사는 2010년 이후 11년 연속 무분규 기록도 이어가고 있다.

서울 구로 서비스센터 부지와 부산 물류센터 등 비핵심자산을 매각하며 유동성 확보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쌍용차 최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도 코로나19 사태로 2천300억원 지원 계획은 철회했지만 400억원의 긴급자금을 지원하며 쌍용차에 힘을 보탰다. 또한 새로운 투자자 유치에도 나섰다. 신규 투자자가 원하면 최대주주 지위도 내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쌍용차 노사가 보여준 일련의 움직임은 이미 사즉생의 각오가 아닌가 생각된다.

그런데도 산업은행은 쌍용차를 부정적으로만 바라보고 있다. 특히 쌍용차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적자였기 때문에 기안기금을 지원할 수 없다고 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쌍용차는 코로나19 사태가 터지지 않았다면 예정대로 마힌드라의 지원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 여파로 수출길이 막히면서 경영사정이 더 어려워진 것도 사실이다.

물론 코로나19 이전부터 적자였던 것도 맞다. 기안기금 지원을 받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도 지난해 적자였던 것은 마찬가지다.

산업은행은 쌍용차에 기안기금을 지원할 수 없다면서도 기존 대출금은 급하게 회수하지 않겠다고 선심 쓰듯 밝혔다. 쌍용차가 산업은행에서 차입한 대출금은 1천900억원이다. 이 가운데 900억원의 만기가 다음달 돌아온다.

쌍용차 입장에서는 대출 연장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지만 산업은행 입장에서는 급하게 회수할 필요도 없는 돈이다. 평택공장 건물·토지 등이 담보로 잡혀있기 때문이다.

평택공장은 토지 가치만으로도 산업은행 대출금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대출금에 대한 이자도 'CD금리+1.57~2.10%'로 꼬박꼬박 내고 있다.

쌍용차에게 사즉생을 요구하고 있는 이 회장의 3년 임기는 올해 9월 만료된다. 이 회장은 지난해 초 "잘 되면 한 6년도 생각해보고"라며 연임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지만, 최근 "충분히 피곤하다"며 연임설에 선을 긋고 있다. 이 같은 이 회장의 태도변화가 '사즉생'인지, '생즉사'인지 궁금해진다.

강길홍 기자 sliz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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