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후 중고거래 시장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불황 속 사용하지 않는 물건에 대한 처분 니즈가 상태 좋은 물건을 저렴하게 구매하고자 하는 구매 니즈와 시너지를 일으키고 한정판 판매 등으로 새 제품에 대한 접근성이 낮아지는 경우가 늘어나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중고거래 시장은 약 20조 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008년에 비해 12년만에 5배 가량 성장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언택트'에 대한 관심이 늘며 중고거래를 중개하는 플랫폼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은 지난 5월 이용자수 680만 명을 기록하며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용한 쇼핑앱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1천400만명에 가까운 수가 이용한 1위 쿠팡에 비해서는 절반 수준이지만 11번가·G마켓·위메프 등 이커머스 업계 주요 회사보다도 높은 수치다. 또 거래 건수는 지난 1월 400만 건에서 800만 건을 넘나드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당근마켓은 중고거래시 가장 큰 고민거리인 사기를 철저히 방지해 높은 인기를 끌었다. 자신의 위치에서 6km 이내에 있는 거래자와만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업계는 이 같은 플랫폼의 자체적인 기능과 함께 코로나19로 인한 시장 변화도 당근마켓의 성장에 큰 영향을 줬다고 풀이하고 있다.
먼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재택근무가 확산되고 급여가 줄어드는 등 악순환이 반복되며 집에서 보관중이던 물건을 급히 내다 파는 경우가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실제 중고거래 시장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적으로 주요 시장으로 자리잡기도 했다.
최근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물건을 처분한 바 있는 여행업계 직장인 김영민(34·남·가명) 씨는 "업황 악화로 출근을 하지 않고 집에 오래 있다 보니 쓸모 없는 물건들이 눈에 띄어 중고마켓에 내다 팔았다"며 "월급이 줄어든 상황인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되기도 했고 미련만 남아있는 채 사용하지 않던 물건을 처분하게 돼 홀가분한 기분"이라고 설명했다.

또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절벽에 직면한 유통업계가 앞다퉈 '한정판 마케팅'을 진행한 것도 중고거래 시장의 활성화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리셀'을 통해 효용을 얻으려는 판매자의 니즈 및 한정판에 대한 높은 수요가 중고 거래 성장으로 이어졌다는 평이다.
실제 최근 스타벅스에서는 '서머 레디백'을 받으려는 고객이 커피 300잔을 주문한 뒤 굿즈만 챙겨 사라진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또 할리스커피가 비슷한 시기 시행한 사은 행사에서도 유사한 일이 벌어졌다.
상황은 다소 다르지만 최근 가격을 인상한 샤넬 등 명품 브랜드의 제품도 리셀 시장에서 활발한 거래량을 보인 바 있다. 이들 제품은 인상된 소비자가보다는 낮지만 기존 가격보다는 높은 가격으로 '프리미엄'이 붙어 팔렸다.
업계 관계자는 "중고물품을 선호하는 심리는 경제 불황이 이어질 때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불황형 소비'와 같은 현상"이라며 "코로나19로 인해 소득이 줄었고 중고거래 플랫폼 등은 높은 수준으로 발달돼 있었던 만큼 수요가 빠르게 늘어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불황 타개 및 소비자 관심을 끌기 위한 한정판 행사가 이어진 것도 중고거래 급증의 한 요인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는 앞으로도 중고거래가 시장의 주류 트렌드로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등 특수한 상황으로 시장이 빠른 성장세에 접어들었지만 중고거래가 줄 수 있는 경제적 편의성 등이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으로 인식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시장 성장에 따라 플랫폼을 통해 중고거래를 진행하는 소비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책 마련도 시급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중고거래 시장이 커지며 수요자·공급자의 도덕적 해이도 역시 커지고 있다"며 "중개 업체나 플랫폼 기업들이 보험 등을 들어 사기 피해를 자체적으로 방지하거나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관여해 소비자 권익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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