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한국거래소 상장심사는 ‘자동문’인가

상장 직후 적자 ‘불량기업’ 수두룩…개미만 고스란히 피해


[아이뉴스24 문병언 기자]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신라젠이 상장 4년도 안 돼 퇴출의 갈림길에 섰다. 전현직 임원과 함께 문은상 대표이사가 ‘배임’ 혐의 등으로 구속됐기 때문이다.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여부 결정을 앞두고 있다.

한때 최고 주가 15만2천300원에 시가총액 9조를 찍기도 했던 신라젠이 상장폐지 위기에 처한 것은 코스닥시장 상장에 많은 허점이 있음을 보여준다.

신라젠은 지난 2014년 간암 치료제 ‘펙사벡’을 개발하던 미국 제네릭스사를 인수한 뒤 2016년 12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하지만 주요 파이프라인인 펙사벡이 임상3상시험에서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하면서 작년 8월 임상중단을 권고받았다.

문제는 펙사벡이 제네릭스가 실시했던 임상2b상에서도 실패했던 약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전문평가기관인 나이스평가정보와 이크레더블로부터 AA, A의 기술성 평가를 받아 기술특례로 상장에 성공했다.

코스닥 상장기업인 샘코와 퓨전(옛 퓨전데이타), 코썬바이오(옛 현성바이탈), 매직마이크로도 상장 직후부터 적자의 늪에 빠져 허우적 대고 있다. 당연히 상장심사가 제대로 이뤄졌느냐는 비난이 일고 있다.

2017년 9월 기술특례로 상장한 국내 유일의 항공기 도어시스템 전문기업인 샘코는 그해 매출 300억원에 영업이익 32억원, 순이익 7억원을 올렸으나 2018년에는 영업적자 42억원에 순손실 20억원으로 돌변했다.

작년에는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240억원, 320억원 적자를 기록, 매출액 257억원을 웃도는 손실을 냈다. 작년 회계감사에서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 능력에 대한 불확실성’을 이유로 의견거절을 받기도 했다.

코썬바이오는 상장한 2016년에는 매출 286억원에 영업이익 79억원, 순이익 67억원으로 무려 27%가 넘는 영업이익률을 자랑했지만 곧바로 적자 전환했다. 최근 연결 기준 매출액 256억원에 영업이익 39억원, 순이익 31억원이었던 2017년 재무제표를 수정했다. 실제로는 영업손실 23억원, 순손실 73억원이었다고 실토했다.

2018년에는 매출이 95억원으로 쪼그라들고 영업손실은 240억원, 순손실은 무려 596억원에 달했다. 작년에도 매출은 27억원에 불과한 반면 영업손실 284억원, 순손실 501억원이라는 처참한 실적을 올렸다. 코썬바이오는 잦은 불성실 공시로 인해 코스닥시장위원회에서 상장폐지 결정을 내려 3년반만에 퇴출될 위기에 처해 있다.

퓨전도 상장한 2016년에는 영업이익과 순이익을 기록했으나 다음해부터 82억원, 131억원, 137억원의 순손실이 이어지고 있다. 작년 회계감사에서 존속능력 불확실성을 이유로 의견거절을 받았다.

2015년 11월 상장한 매직마이크로도 상황은 비슷하다. 상장한 해에는 영업이익 8억원, 순이익 19억원을 달성했으나 다음해부터 4년 연속으로 37억원, 16억원, 96억원, 27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처럼 상장 직후부터 곧바로 적자로 돌아선 것은 상장 전 실적과 재무제표에 문제가 있었다는 방증이다. 상장을 위해 가공매출을 올리거나 밀어내기로 실적을 좋게 만들었을 공산이 크다. 회계법인의 회계감사와 주관사의 기업실사, 한국거래소의 상장심사에서 이를 걸러내지 못한 것이다.

게다가 상장 주관사의 실적 추정치가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장밋빛'인 경우도 많다. 신라젠의 경우 2019년에 64억원의 영업흑자를 내고 올해는 영업이익이 1천41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저 세상 얘기다. 신라젠은 작년에 별도 기준 74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순손실은 무려 2천129억원에 달했다.

샘코는 주관사가 추정한 작년 매출액이 684억원이었는데, 실제로는 257억원에 그쳤다. 맞으면 좋고, 틀리면 그만인가.

이처럼 불량기업을 솎아내지 못하고, 엉터리 실적 추정치로 인한 피해는 개인투자자들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신라젠은 임상중단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거래가 중단된 현 주가는 1만2천100원이다. 최고가에 비해 10분의 1 토막이 났지만 시가총액은 여전히 8천666억원에 이른다. 대마불사랄까.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 퇴출이 아닌 개선기간을 부여할 수도 있다. 만약 퇴출될 경우 이마저 종이조각이 된다. 신라젠은 소액주주가 87.68%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회계법인이나 전문평가기관, 주관사는 물론 상장을 최종 승인하는 한국거래소 누구도 책임지는 곳이 없다. 서로 책임전가에만 급급하다.

물론 상장기업들이 모두 성공의 열매를 맛보고,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안겨줄 수는 없다. 하지만 상장하자마자 적자로 돌아서고 퇴출로 내몰리는 기업이 수두룩 한 것은 주관사의 기업실사와 한국거래소의 상장심사에 허점이 많다는 의미다.

투자자들은 증시에 상장된 기업이라면 기술력이 뛰어나거나 성장성이 높다는 기본전제 하에 투자에 임한다. 따라서 한국거래소는 좋은 기업을 상장시켜 거래되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다. 투자자의 책임만 내세울 순 없다.

한국거래소는 코스닥 상장요건을 '과거 실적'에서 '미래 성장성' 위주로 바꾸겠다는 계획이다. 이로 인해 불량기업이 증시에 입성할 틈이 더 커질 수 있다. 성장 잠재력이 높은 혁신기업에 대한 상장 문턱을 낮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투자자 보호가 뒷전이 돼서는 안된다.

문병언기자 moonnur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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