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국감 총정리] "통신사 개인정보보호 문제 전면화"

 


17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끝났다.

국감 초기 국가기밀 유출 여부와 막판 헌재 신행정수도특별법 위헌 결정으로 여·야간 긴장이 고조됐지만, 대부분 차분하게 진행됐다.

정보통신부를 감사한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위원장 이해봉)도 마찬가지. ▲ 정보화촉진기금 관련자 추가 비리 문제 ▲ KT 민영화 졸속 추진 및 탈세 의혹 등 정치 쟁점화될 수 있는 사안들도 있었지만, 무리없이 지나갔다.

오히려 ▲ 통신사와 포털 등 정보통신 업계의 개인정보보호 강화 대책 촉구와 ▲ 공정위와 정통부의 통신시장 경쟁 정책 견해차 재확인 ▲ IT 8-3-9 정책의 신뢰성 및 객관성 확보 방안 ▲ CDMA 기술유출 여부와 ▲ 통신 요금 조정에 있어 소비자 권익 확보 방안 ▲ 통·방융합시대 법 제도 정비 ▲ WCDMA, 와이브로(휴대인터넷) 등 신규서비스 관련 정책▲ SW를 비롯한 IT 서비스 활성화 방안 등이 이슈화됐다.

마지막 날인 지난 21일에는 야당(한나라) 의원들이 한국정보통신대학교(ICU)에 국가예산 지원을 가능하게 하는 '한국정보통신대학교법 제정안'에 적극 반대하면서, 국감소위원회에서 이슈화될 전망이다.

◆비리나 정치권 실세 개입은 의혹 언급 수준

서상기, 김석준 등 한나라당 의원들은 정촉기금 추가 비리 의혹과 KT 부실 민영화 추진 및 한솔엠닷컴 인수시 탈세 의혹 등을 제기했다.

하지만 추가적인 사실 증거를 제시하지 못해 정치 쟁점화되지 않았다.

다만 정촉기금 관련 검찰의 비리 기업 내사 및 재판이 진행중이고, KT와 국세청이 국세심판원에서 탈세여부를 겨루고 있는 만큼, 이후 다시 쟁점화될 불씨는 남아있다.

◆최대이슈는 선진 정보보호체계 구축

이번 국감의 최대 이슈는 "유비쿼터스 시대를 대비해 선진적인 정보보호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

변재일 의원은 통신비밀보호법으로만 보호됐던 위치정보와 통화내역도 개인정보라는 정통부 해석을 이끌어내, 국감후 조치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김희정·심재엽 의원은 불법 '친구찾기'에 악용되는 휴대폰 불법 복제 문제를 이슈화하는데 성공했지만, 대안으로 제시한 리콜이나 소프트웨어(인증키) 업그레이드는 현실성이 없어 정통부는 무선공인인증서 도입 등 다른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류근찬 의원은 개인의 주민등록 번호가 인터넷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문제를 제기, 정통부가 대책을 만들도록 했다.

개인정보보호 문제는 혁신위와 시민 단체에서 각각 추진중인 '개인정보보호기본법' 제정과 맞물리면서, 국감 이후에도 최대 이슈가 될 전망이다.

공정위-정통부, 경쟁정책 견해차 재확인

국감 역사상 처음으로 정무위와 과정위에 통신위 사무국장과 공정위 경쟁국장이 교차증인으로 출석하면서, 정통부와 공정위의 통신시장 경쟁 철학과 현실 인식 문제가 공론화됐다.

하지만 ▲ 요금인가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정통부'와 요금인가제 폐지를 주장하는 '공정위'▲ 경쟁환경이 성숙되지 않아 유효경쟁정책이 유지돼야 한다는 '정통부'와 무선이나 유선 시장에서 경쟁을 할 만한 여건이 됐다는 '공정위' 등 생각이 너무나 달랐다.

이 문제는 ▲ 클린마케팅 등 통신사 담합여부 조사에 대한 공정위 판결과 ▲ 요금인가제도, 허가·등록시 조건부여 제도, 단말기보조금 지급금지 제도 등에 대한 규제개혁위원회의 최종 판단을 정점으로 계속 논란거리가 될 전망이다.

IT 8-3-9 정책, '질책'도 '격려'속에서

정통부 정책 목표인 IT 8-3-9에 대해서는 "시장전망치가 부정확하다(변재일 의원)", "PM 의 책임성 및 제도의 효율성 확보가 시급하다(권선택, 이종걸 의원)", "정촉기금 지원 대책이 연계돼 마련돼야 한다(류근찬 의원)" 등 많은 질책이 있었지만, 격려속에서 이뤄졌다.

국감 전 일부 의원들은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극단적인 평가도 했지만, IT 8-3-9는 국민소득 2만불 시대를 이끌어갈 핵심 전략인 만큼 총괄 평가는 내년 국감으로 미루기로 했다.

이동전화, 인터넷 요금..소비자 관점에서 정해져야

통신 요금 조정 문제 역시 관심거리였다. 정세균·김낙순·권선택 의원(열린우리) 등은 정통부가 사업자가 아닌 소비자 관점에서 요금 인하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정세균 의원은 이통사 광고비 100% 원가보상 문제를 ▲ 김낙순 의원은 LG텔레콤의 생존을 담보로한 유효경쟁 정책이 소비자 권익을 저하시킨다는 주장을 ▲ 권선택 의원은 정부가 KT IP 공유기 사용금지에 대해 허용하면 홈네트워크 시대 요금 종량제가 도입돼 국민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를 각각 제기했다.

반면 유승희 의원(열린우리)은 공정위가 주장하는 이동전화 요금인가제 폐지는 시기상조라는 의견을 제시, 정부의 유효경쟁 정책을 지지했다.

방송법 개정안은 정통부 승리...위성DMB 재전송 및 규제기구 단일화 논의는 진행중

문광위와 과정위에서는 방·통 융합, 통·방 융합 시대 법제도 정비가 이슈화됐다.

특히 국감기간중 별정방송 개념이 빠진 방송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돼, 통신사업자들은 당분간 방송 규제 없이 '준'이나 '핌', '홈엔'을 서비스할 수 있게 됐다.

당초 이경숙 의원(열린우리)은 별정방송 개념을 넣어 방송법 개정안을 제출할 계획이었지만, 변재일·천정배 의원의 설득으로 열린우리당은 당장 통신회사가 제공하는 방송서비스를 방송법에서 규제하지는 않기로 당론을 정했다.

하지만 위성DMB에 대한 지상파 재송신 문제와 방송통신위원회 설립 등 핫이슈는 정리되지 않았다.

정부가 곧 방송통신구조개편위원회를 만들 예정이고, 진영(한나라)· 염동연(열린우리) 의원 등이 통방융합법 제정에 관심을 두는 만큼, 통방융합은 계속 진행될 이슈다.

신규서비스 투자 활성화에는 이견

홍창선· 이종걸 의원(열린우리)은 WCDMA와 와이브로(휴대인터넷) 정책에서 정부는 "강력한 기지국 공용화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요구했다.

특히 이종걸 의원은 정부가 통신사업자들에게 WCDMA 투자를 강제한 것은 잘한 일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반면 변재일 의원(열린우리)은 "기술발전과 장비 활용율을 감안했을 때 WCDMA에 대한 투자 강행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향후 역사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다"면서 이견을 보였다.

통신서비스 전문화 시책과 무선망 개방은 공론화될 듯

정통부가 이번 국감에서 통신시장 지배적 사업자의 경우 자회사를 통한 제조업 진출을 막는 정책을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밝힌 만큼, 이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

진대제 장관은 류근찬 의원(자민련)이 "정기국회때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제출해 시장 지배적 통신사업자(SK그룹)의 단말기 사업 확대를 막을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서비스 사업자가 단말기 제조업을 겸업하는 건 폐해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전문가 공청회 통해 공론화한 후 정책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무선인터넷망 개방에 대해서는 유승희 의원(열린우리)이 "SK텔레콤이 무선인터넷망 개방과 관련 전기통신사업법과 신세기 합병인가 조건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서면으로 답변해 달라.(법을 위반했다면) 시정 여부까지 답변해 달라"고 정통부에 요구한 만큼, 정통부는 상당한 압박감을 갖게 됐다.

◆최고 스타는 '허선' 공정위 경쟁국장

이번 정통부 국정감사 때 최고 스타는 단연 '허선' 공정거래위원회 경쟁 국장이었다.

21일 증언대에 선 허 선 국장은 경쟁 정책의 전문가답게 차분한 어조로 일관된 주장을 폈다. 자신의 경쟁 철학을 굽히지 않으면서도, 타 부처인 정통부에 대한 예의를 갖추는 모습은 과정위 국회의원들과 관계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변재일 의원은 이날 국감장에서 "허선 국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경쟁정책 전문가"라면서 허 국장을 존중했다.

허 국장을 증인신청한 류근찬 의원실 관계자도 "할당된 주파수 회수 문제에 대해 '시장에 따라 다르다'는 허 국장의 답변에서 책임있는 답변만 하겠다는 당당한 모습이 느껴졌고, 요금인가제나 현재의 경쟁상황에 대해 설명할 때는 공정 경쟁, 시장 경쟁에 대한 일관된 철학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정기국회 입법화 과제두고 여야 공방 예상

국감은 마무리됐지만, 12월 4일 정기국회가 끝날 때까지 중요한 입법 과제들이 남아 있다.

특히 여·야간에 첨예한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는 ▲ '한국정보통신대학교(ICI)법 제정안'과 ▲ '대덕R&D특구법'의 국회 통과가 관심거리다.

ICU특별법은 첨예한 여야 대립 예상

사립학교인 한국정보통신대학교(ICU)에 국가 예산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한국정보통신대학교법 제정안'은 염동연 의원(열린우리)이 강봉균,김낙순, 김영춘, 변재일 의원과 발의했다.

하지만 김영선·심재엽·김석준 의원(한나라) 등이 "정보화촉진자금을 ICU에 공급했는데 이것은 맞지 않으며, 특별법을 만들어 ICU에 국가예산을 지원하겠다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다"고 주장하면서 대립하고 있다.

특히 김영선 의원은 "정통부 장관은 관계부처 협의를 했다고 하는데, 제보된 바에 따르면 교육부가 반대하고 있다고 한다"면서 "이게 사실이라면 위증책임을 추궁할 것이며, 위원장에게 위증 여부 조사를 의뢰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덕R&D특구법, 헌재결정으로 새로운 국면

과기부가 열린우리당과 함께 추진중인 '대덕R&D 특구법'은 강재섭 등 한나라당 의원들이 발의한 '연구개발특구의 지정 및 육성에 관한 법률'과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대덕R&D 특구법'은 대덕을 R&D특구로 하자는 것이고, '연구개발특구의 지정 및 육성에 관한 법률'은 대덕도 하되 다른 지역도 같은 요건이라면 지정하자는 것.

헌재 결정으로 충청권 민심을 걱정하는 한나라당 기류 덕분에 '대덕R&D 특구법' 국회 통과의 가능성이 높아진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열린우리당 관계자는 "당내 염동연 의원 등이 반대하지만 '대덕R&D특구법'은 당에서 정한 100대 입법과제의 하나"라면서 "헌재 판결로 한나라당이 양보하지 않을 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나라당 관계자는 "'연구개발특구의 지정 및 육성에 관한 법률'의 요지는 대덕을 빼자는게 아니라, 대덕은 당연히 지정하고, 국토 균형발전을 위해 다른 지역도 같은 조건이라면 지정하자는 것"이라면서 "이번 헌재 사태에 따라 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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