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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글로벌 공략ⓛ] 될성부른 회사 콕 찍어 적극 인수…'철저한 현지화 전략' 승부수


코로나19 여파에도 캄보디아 잠재력 커 우리은행·국민은행 등 진출 러시

[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이 글로벌 시장에서 지나친 경쟁을 자제하자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모든 금융권이 최근 몇년간 동남아시아 진출 열기로 뜨거웠다. 하지만 같은 동남아시아에서도 나라마다 금융사들의 생존전략이 차이를 보이고 있다.

관문이 좁은 태국은 진출한 업체가 거의 없는 데 반해 요충지인 베트남으로는 쏠림 현상이 뚜렷하다. 요즘 가장 각광받는 곳이 캄보디아다. 국내 제1·2금융권 기업들이 잇따라 현지기업 인수·합병(M&A)에 나서고 있다. 캄보디아 자회사간 합병으로 현지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는 우리은행 캄보디아 법인을 통해 동남아시장 진출 현황을 살펴봤다.

◆ 우리은행의 캄보디아 법인 'WB파이낸스'…고객 100% 모두 현지인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 위치한 WB파이낸스 본사 전경 [우리은행 ]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 위치한 WB파이낸스 본사 전경 [우리은행 ]

현지 기업을 인수한터라 기본 모토도 철저한 현지화로 시장에서 인정받겠다는 것이다. 이는 법인이나 지점을 설립한 후 먼저 교민과 한국계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영업으로 첫발을 내딛는 통상적인 해외 진출전략과는 차별화된 전략이다.

기업문화부터 '우리은행식 캄보디아'로 만들기 위해 점진적으로 바꾸고 있다. 현지에서 근무하고 있는 허진 우리은행 부부장은 인터뷰를 통해 "WB파이낸스 인수 이후 주주변경에 대한 동요를 막기 위해 기존 운영돼 오던 시스템 그대로 운영하면서 현지 기업문화를 이해하는데 노력해 왔다"며 "현지 문화를 존중하면서 우리은행의 경영철학과 선진금융기법을 맞춤화(Customize)해서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WB파이낸스는 우리은행이 인수한 현지 기업들을 합병한 금융사다. 우리은행은 2014년과 2018년에 각각 인수한 소액여신전문금융사 우리파이낸스캄보디아와 저축은행 WB파이낸스를 지난 2월에 합병했다.

이를테면 진출 초기 소매금융 등에 소규모 투자를 하면서 시장을 검증한 뒤 인수한 기업들을 합병해 덩치를 키우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우리파이낸스캄보디아는 프놈펜 위주 대도시에 영업력이 집중돼 있었고, WB파이낸스는 지방에서 힘을 발휘했기 때문에 두 회사의 합병으로 대도시와 지방 등 지역별로 영업력이 골고루 강화됐다. 우리파이낸스의 20개 지점에서도 수신도 가능하기에 여·수신 영업 모두 갖추는 계기도 됐다.

내년에 현지의 리딩 금융사로 거듭나기 위해 지역 밀착형 상품 등 적극적인 마케팅과 함께 디지털 인프라가 부족한 캄보디아에서 모바일 뱅킹 업그레이드로 현지 금융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계획이다. 핀테크업체·전자지갑업체 등과의 제휴 등을 포함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허진 부부장은 "WB파이낸스는 다양한 리테일 상품 라인업을 위해 신상품 개발은 물론 시장 상황에 맞은 상품으로 기존 상품을 변경 개발하면서 모바일 뱅킹 업그레이드에도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합병 이후 각종 광고 등으로 새로운 WB파이낸스 출범에 대한 마케팅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코로나19 여파 있지만"…캄보디아 잠재력 여전히 큰 시장

우리은행뿐만 아니라 최근 캄보디아에서는 국내 금융사들이 현지 기업을 인수해 진출을 하려는 사례가 꽤 눈에 띈다.

최근 KB국민은행은 소액대출금융기관인 프라삭 마이크로파이낸스사 지분 70%을 인수하는 작업을 완료했다. 2016년에는 JB금융이 프놈펜 상업은행의 지분을 사들이면서 계열 편입했다. 캐피탈업계에서도 DGB캐피탈이 지난 1월 소액금융업을 하고 있는 캄캐피탈(Cam Capital Plc)을 인수했다.

업계 관계자는 "사무소부터 시작해서 현지법인까지 설립하는 방식으로 하기까지는 향후 금융시장이 어떻게 바뀔지도 모르고 현지 금융당국의 인허가 속도도 더디다"라며 "캄보디아는 은행 거래가 적고 기본 인프라가 부족한 편이다. 하지만 인건비가 저렴하고 순이자마진(NIM)도 높은 곳이라 금융사 입장에서는 전 국민을 새로운 고객으로 끌어들이 수 있어 관심이 높은 곳이다"라고 밝혔다.

캄보디아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노동비용이 강점으로 향후 성장 가능성이 큰 국가다. 캄보디아 중앙은행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 평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7.1%다. 은행·마이크로파이낸스(MFI) 등을 포함한 금융산업 성장률은 5년 평균 23.8%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금융산업 성장률은 GDP 성장률 대비 3배 수준 성장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사태 전에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캄보디아 경제가 향후 5개년 6~7% 고성장을 전망했다. 이번 사태로 캄보디아 경제·금융산업 성장률이 일시적으로 하락할 수 있지만, 향후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고성장으로 회복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캄보디아의 'WB파이낸스'는 코로나 사태로 국제금융시장 불확실성 증가에 따른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동남아시아 내 다른 지역은?…태국·베트남 극과극 현상 뚜렷

캄보디아는 사실 우리 금융사들이 진출해있는 동남아국가들 중에서도 아직까지 진출 점포가 적은 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책은행·시중은행·카드·증권·보험·캐피탈 등 국내 전체 금융사의 해외 점포 중 아시아에 진출해있는 점포는 사무소·지점·현지법인 등을 포함해 총 294곳이다. 사무소는 실질적인 영업 기능없이 시장 동향 등의 최소 역할만 한다.

이 가운데 동남아시아는 156곳이다. 베트남이 54곳으로 가장 많고 인도네시아 25곳, 미얀마 24곳, 싱가포르 20곳이다. 캄보디아는 15곳으로 아직 상대적으로 진출정도가 덜하다. 필리핀은 7곳, 라오스 4곳, 말레이시아 2곳이다. 베트남과 함께 동남아시아의 맹주라 할 수 있는 태국은 오히려 3곳으로 매우 적은 편이다.

같은 동남아시아라도 지역별 차이가 벌어지는 것은 각 국가마다 발전 속도가 다르고 현지 금융당국의 규제, 금융시장의 잠재력이 조금씩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베트남은 현지화도 중요하지만 우리나라 기업들을 대상으로 하는 거점점포의 역할도 필요하다. 이에 비해 태국은 동남아에서도 경제 발전속도가 빠른 편인데도 정작 진출한 국내 금융사들이 적다.

업계 관계자는 "지역에 따라 진출 목표가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캄보디아나 인도네시아처럼 현지화를 목표로 하는 곳도 있지만 뉴욕이나 싱가포르 같은 곳에서는 전세계 많은 금융사들이 진출해 있어 투자금융(IB) 등을 위한 거점점포 역할만 하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베트남의 경우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을 위한 거점점포면서도 현지화를 위해 법인을 설립, 현지 고객들을 위한 주택담보대출, 디지털 뱅킹 등도 하는 경우가 많다"며 "태국은 진출이 어렵다. (현지 금융당국 규제 등의 영향으로) 굉장히 많은 자본금이 들어간다"며 "과거 한국계 은행들이 진출하려다가 안된 이후 현재 진출이 어려운 편이다"라고 설명했다.

태국은 은행에 대한 최소 자본금이 200억 바트 이상이고 2020년까지 외국계 은행에 대한 인허가를 금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우리나라 은행들이 진출했으나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국내 은행들이 태국에서 잇따라 철수하면서 금융관문을 닫았다. 다만 최근에는 KB국민카드가 현지 여신전문금융기업인 제이핀테크(J Fintech Co., Ltd)의 지분 50.99%를 인수하는 등 다시 시장 공략 채비를 하고 있다.

이효정 기자 hyo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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