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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생고기 같은 스팸을 조리없이 그대로 먹어도 된다?


캔햄 생산 시 고온 열처리 통해 '멸균' 과정 거쳐…대체로 사실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지난해 8월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한 배우 임수향 씨는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즉석밥과 캔햄인 '스팸', 김 등 여러 반찬을 식탁 위에 올려뒀다. 평소 다소곳해 보였던 이미지 덕분인지 "이제 스팸을 후라이팬에서 굽겠지"라고 생각했지만, 임 씨는 예상과 다르게 갑자기 캔햄을 집어 젓가락으로 내용물을 그대로 파헤쳐 밥 위에 올려뒀다. 김에 밥과 생햄, 김치를 싸먹으며 즐거워하는 모습에 일부 출연진이 당황해 하자 임 씨는 "저게 더 맛있다"고 말하며 자신의 취향을 분명하게 밝혔다.

지난해 8월 방송된 MBC '나 혼자 산다'에서 배우 임수향 씨가 '스팸'을 조리하지 않고 먹어 출연진들이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진=MBC '나 혼자 산다' 방송 캡처]
지난해 8월 방송된 MBC '나 혼자 산다'에서 배우 임수향 씨가 '스팸'을 조리하지 않고 먹어 출연진들이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진=MBC '나 혼자 산다' 방송 캡처]

이처럼 임 씨 처럼 '스팸 생식'을 해도 괜찮을까. 스팸 제조업체의 의견을 종합하면 대체로 사실이라는 결론이다. 하지만 소비자들 상당수는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실제 방송을 통해 '스팸 생식'을 즐기는 임 씨의 모습이 공개되자 대부분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스팸' 같은 캔햄 제품들이 겉으로 보기에 생고기인 것처럼 보여 굽거나 데치거나 볶아 먹는 등 다양한 조리법으로만 섭취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 세균 감염을 우려하며 반드시 조리해서 먹어야 한다는 의견들을 내놓기도 했다.

한 소비자는 "결혼 초기에 남편이 숟가락으로 스팸을 파먹어서 깜짝 놀랐다"며 "내용물 안에 기름 같은 것도 많이 보이고 세균도 있을 것 같아 불안해 '스팸'을 굽지도 않고 그대로 먹는다고 지적했다가 싸움 난 적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을 통해 일부 소비자들은 '캔햄 생식 예찬'에 나섰다. 이들 중에는 생으로 먹을 때가 조리했을 때 보다 식감이 부드러운 데다 짠맛이 강하고 감칠맛이 느껴져 더 좋다는 평가가 많았다. 또 태어날 때부터 생햄을 자주 먹었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도 주장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캔햄 제조사들은 모두 먹어도 괜찮다는 입장을 내놨고, 식약처에선 제조사가 권유한 대로 먹는 것이 안전하다고 두루뭉술하게 답변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제품을 만들 때 멸균 등 생산 과정상 기준이나 안전 기준 같은 것을 식약처에서 정하긴 하지만, 섭취 방법에 대한 것은 우리 소관이 아닌 제조사에서 정하는 것"이라며 "제조 목적에 따라 섭취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업체들이 권유하는 대로 먹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사진=CJ제일제당]
[사진=CJ제일제당]

현재 캔햄을 생산하는 주요 업체는 CJ제일제당과 동원F&B, 롯데푸드, 대상, 오뚜기, 농심 등으로, 국내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으로 4천268억 원 수준이다. 이 중 '스팸'을 앞세운 CJ제일제당이 56.7%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고, 동원F&B '리챔'이 16.2%, 대상 '런천미트'가 2.5%, 롯데푸드 '로스팜'이 6% 수준이다. 이 외에 오뚜기 '후레시햄', 농심 '튤립햄' 등도 점유율 경쟁을 함께 벌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1980년대까지만 해도 캔햄은 부잣집에서나 먹을 수 있는 귀한 반찬이었다"며 "1980년대 후반에 CJ제일제당이 '스팸'의 국내 생산을 시작하면서부터 점차 대중화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캔햄은 1937년 미국 호멜사에서 '스팸'을 처음 출시하며 만들어졌고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 전투식량으로 쓰일 정도로 조리와 보관이 쉬운 음식으로 각광 받았다"며 "과거 사례만 봐도 캔햄 제품에 대한 안전성은 오래전부터 입증됐다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동원F&B '리챔' 생산 현장과 롯데푸드 '로스팜' 생산 공정 [사진=각 사]
동원F&B '리챔' 생산 현장과 롯데푸드 '로스팜' 생산 공정 [사진=각 사]

제조업체들이 캔햄 제품의 안전성에 대해 자신하는 이유는 바로 생산 과정에서 진행되는 '멸균' 처리 덕분이다.

업계에 따르면 캔햄 공정 과정은 원료 선택부터 최종 제품 출하까지 철저한 검증을 통해 이뤄진다. 우선 업체들은 돈육을 선별해 일정한 굵기로 분쇄한 후 소금, 설탕 등 조미 소재를 넣고 혼합한다. 또 저온에서 일정 시간 숙성을 한 후 캔에 정량을 채워넣고 멸균 처리한 뒤 제품을 냉각시킨다. 이후에는 제품들이 포장돼 유통채널로 보내진다.

캔햄 공정 과정은 식약처에서도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식약처가 정한 '식육가공품 멸·살균 열처리 동등성 평가 방법'에 따르면 열처리 시 중심부 온도 120℃에서 4분간 열처리를 하는 것이 기준이다. 만약 온도가 다를 경우에는 기준과 동일한 열처리 효과를 얻기 위해 적정 가열 시간이 얼마인지도 모두 규정해 놓고 있는 상태다. 이를 통해 식약처는 살모넬라균 등 주요 식중독균을 살균해야 한다는 점을 업체들에게 고지해 주기적으로 관리에 나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정 시간 동안 햄 원료가 고온에 노출되면서 제품이 완전한 무균 상태가 된다"며 "단순 가열 온도가 아니라 중심부 온도가 120℃까지 돼야 하는 만큼 다른 곳은 더 높은 온도로 열처리가 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스팸'은 '레토르트'라고 불리는 멸균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개봉 후 조리 없이 그대로 먹어도 문제가 없다"며 "해썹(HACCP·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 지정을 받은 진천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만큼 믿고 먹어도 된다"고 말했다.

다만 업체들은 간혹 유통 과정상 제품이 파손돼 문제가 되는 사례들도 발생되는 만큼 캔햄을 그대로 섭취하기보다 다양한 조리법을 거쳐 먹는 것을 권유했다. 또 그냥 먹는 것보다 조리를 하면 감칠맛을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수연 동원F&B 식품연구원 과장은 "'리챔'은 레토르트 과정을 통해 완벽히 익은 멸균 제품이어서 바로 먹어도 무방하다"면서도 "불에 굽는 조리과정을 거쳐야 고기의 지방과 단백질이 조미소재와 어우러지고 식감이 살아나기 때문에 구워먹는 것이 더 좋다"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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