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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에만 135개 점포…'32년 형·동생' 김정태·조용병 맞손잡고 새먹거리 찾는다


하나·신한금융 우물안 벗어나 동유럽 등 신시장 개척 글로벌 동맹

[아이뉴스24 서상혁 기자] 그동안 국내 금융사들이 새로운 먹거리를 찾겠다며 너도나도 해외 진출을 추진했지만, 행선지는 모두 비슷했다. 치열한 경쟁을 피해 서울을 떠났지만, 낯선 타지에서도 똑같은 경쟁이 벌어지는 게 현실이다.

이 같은 과당경쟁을 막기 위해 매머드급 금융사인 하나금융과 신한금융이 손을 잡았다. 제 살 깎아먹기식 경쟁을 멈추고,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제대로 된 먹거리'를 찾겠다는 취지다. 금융그룹 간 업무제휴는 역사상 처음인 만큼, 이번 맞손은 해외 비즈니스의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과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지난 25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사진=하나금융그룹]
[사진=하나금융그룹]

하나금융과 신한금융이 전격적으로 손을 잡게 된 배경으로는 두 CEO의 끈끈한 인연을 들 수 있다. 김 회장은 1952년생으로 부산 경남고, 성균관대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조 회장은 1957년생으로 김 회장보다 5년 아래다. 대전고 출신으로 고려대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김 회장과 조 회장은 과거 신한은행에서 한솥밥을 먹던 시절이 있었다. 1988년 김 회장은 신한은행 영등포지점에서 당좌 담당 수석대리, 조 회장은 외환 담당 대리였다. 두 CEO는 1년간 함께 근무하며 '형' '동생'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진다.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지만, 장기적으로 두 그룹은 공동으로 국외의 금융사를 인수하는 등 다각도로 협력한다는 계획이다. 협약엔 ▲글로벌 사업 전반의 공동 영업기회 발굴 및 추진 ▲각국 규제와 이슈 사항에 대한 공동 대응 ▲공동 신규 해외시장 진출, 해외 공동 투자, 해외 네트워크 조성 ▲기타 다양한 형태의 글로벌 부문에서의 교류와 협력 등이 담겼다.

요컨대 '글로벌 부문에서 과당경쟁을 지양하고, 상호협력하는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것'이 협약의 핵심 내용이다. 그간 국내 금융그룹들이 여러 형태로 해외 진출 또는 투자를 진행했지만 특정 지역으로의 쏠림, 그로인해 과당경쟁이 발생하는 등 많은 이득을 보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 4대 금융그룹의 올 1분기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전체 94개 종속 기업 중 아시아권에만 48개 금융사가 몰려있다. 전체의 51%다.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권역으로 좁혀도 35%(33개사)다.

은행권만 따로 떼어서 봐도 동남아시아 편중 현상은 두드러진다. 지난 3월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19년 국내은행의 해외점포 경영현황 및 현지화지표 평가 결과'에 따르면 전체 195개 해외 점포 중 아시아지역이 135개로 전체의 69.2%를 차지했다. 베트남에 위치한 해외점포가 19개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중국(16개)과 인도(16개), 미얀마(14개) 순이다.

동남아시아 권역에 금융사들이 몰리는 이유 중 하나는 지리적 이점을 들 수 있다. 국내 제조기업이 많이 진출한 덕에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우호적이고, 한국과 거리도 가깝다. 인구밀도도 높은데다 시장금리도 좋으니, 금융업을 하기엔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지리적 이점만으로 편중현상을 설명하기엔 무리가 있다. 두 번째 이유는 '리스크 회피 경향'이다.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려면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리스크 분석에 할애해야 하지만, 이미 성공한 사례를 좇는다면 시간과 돈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한국의 금융사들은 선구자적인 역할에 리스크 부담을 많이 느낀다"라며 "시장조사도 해야하고 그 과정에서 매우 면밀하게 영업상의 리스크를 파악해야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에 반해 남이 성공하는 것을 보고 시행착오를 미리 준비해서 가는 '세컨 무버' 전략은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라며 "그래서 자꾸 동남아로 금융사들이 몰리는데, 그러면서 국내 금융사들 간의 제 살 깎아먹기식의 경쟁이 발생하곤 했다"라고 지적했다.

두 금융 공룡의 맞손은 그래서 더 의미가 깊다. 양사 협력으로 보다 객관적이고 정확한 리스크 분석이 가능해져, 신흥 금융시장으로 떠오르는 서남아시아나 동유럽 국가 등 누구도 가보지 않은 곳에 깃발을 꽂을 수 있다.

공동 투자를 하는 만큼, 협상력도 올라간다. 독자적으로 금융사를 인수하더라도 금융그룹 간 경쟁으로 해당 회사의 몸값이 지나치게 높아지게 되는 일도 줄어들 전망이다.

서 교수는 "안전한 길을 찾다보면 경쟁이 붙고 파이가 줄어드는 만큼, 금융그룹들이 해외 진출을 통해 수익을 내려면 철저한 시장 분석을 통해 많은 지역을 개척해야 한다"라며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의 협업은 매우 획기적이며, 장차 새로운 해외진출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라고 밝혔다.

두 금융그룹마다 가진 장점이 뚜렷해, 상승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사는 "하나은행의 경우 외환은행을 인수한 만큼, 글로벌 네트워크가 매우 튼튼하다"라며 "신한은행도 해외 점포 부문에서 현지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두 금융그룹이 해외에 동반진출한다면 좋은 상승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라고 내다봤다.

서상혁 기자 hyu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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