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주년 질주 기아차 ㊤] 자전거 제조사로 출발해 글로벌업체 도약

자전거→오토바이→삼륜차로 쌓은 기술…80년대 '봉고 신화'로 이어져


[아이뉴스24 강길홍 기자] 기아자동차가 창립 76주년을 맞으며 '100년 기업'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자전거 제조사로 출발한 기아차는 숱한 위기와 시련을 이겨내고, 끊임없는 기술혁신과 도전정신을 바탕으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로 도약했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1944년 설립된 경성정공을 모태로 하는 기아차는 매년 5월 25일을 창립기념일로 삼고 있다. 올해는 창립 76주년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별도의 행사는 마련하지 않았지만 직원들은 25일 휴무를 갖는다"고 밝혔다.

경성정공 창업자인 학산 김철호는 기계 기술을 배우기 위해 1905년 일본으로 건너갔고, 이후 오사카의 삼화정공을 인수해 자전거 제조 기술을 쌓게 됐다. 자전거 생산기술을 국내에도 소개하고 싶다는 생각에 1944년 고국으로 돌아와 경성정공을 설립했다.

자전거 부품을 제조하던 삼화정공은 1952년 국산 최초 자전거인 삼천리호를 출시했다. 삼천리호를 출시와 함께 사명도 기아산업으로 바꿨다. 기아라는 사명은 한자로 일어날 기(起)와 버금 아(亞)를 쓰지만, 영어 기어(Gear)의 일본식 발음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아이뉴스24 DB]

기아산업은 삼천리호 성공을 통해 자본을 쌓았고, 1961년에는 일본 혼다와 제휴해 기아혼다를 설립하고 오토바이 제조에 뛰어들었다. 1962년에는 일본 마쓰다의 부품을 들여와 조립 생산한 삼륜차 K-360을 선보였다. K-360은 차폭 1.2m, 적재량 300㎏의 초소형 모델이지만, 이후 적재량이 2톤으로 늘어난 T-2000, K-360을 개량한 K-600 등 다양한 모델을 내놓으면 큰 인기를 얻었다.

삼륜차로 큰 성공을 거둔 기아산업은 1973년 경기도 소하리에 종합자동차 공장을 세웠다. 1975년 마침내 국산 최초의 승용차인 브리사를 선보였다. 브리사는 현대자동차 포니와 함께 국내 승용차 시장을 양분했다.

하지만 1981년 2월 정부가 자동차공업 합리화 조치를 발표하면서 기아차에게 위기가 닥쳤다. 정부는 현대차와 새한자동차(현 한국GM)는 승용차를, 기아산업은 화물차 및 버스만 만들 수 있도록 했다. 오토바이를 생산하던 기아기연은 대림공업에 넘어갔다. 인기 모델이던 브리사를 더 이상 생산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기아산업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기아는 1980년 9월 봉고 1톤 트럭을 도입해 판매했는데, 이듬해 8월 이를 바탕으로 한 12인승 밴 봉고 코치를 출시했다. 봉고 코치는 돌풍을 일으켰고 이후 6인승 봉고 밴, 9인승 봉고 나인으로 라인업을 확대하며 '봉고 신화'를 써내려갔다. 당시에는 모든 승합차를 '봉고차'로 부를 정도로 봉고의 인기는 대단했다.

1986년 자동차공업 합리화 조치가 해제되면서 기아산업은 다시 승용차 사업에 뛰어들었다. 기아는 승용차 시장에서 프라이드, 콩코드, 캐피탈 등을 차례로 선보였다. 1990년에는 사명을 기아자동차로 바꿨다. 기아차는 첫 SUV 모델인 스포티지도 내놨다. 봉고를 바탕으로 상용차에서 쌓아온 기술력이 SUV 시장에서 꽃을 피웠다. 이후 기아차는 쏘렌토, 카니발 등을 출시하며 SUV 시장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또한 기아차는 콩코드, 캐피탈에 이어 크레도스, 세피아를 출시하며 승용차 시장에서도 확실한 존재감을 키워갔다. 하지만 외환위기라는 복병을 만나게 되면서 또다시 위기가 찾아왔다. 기아차를 중심으로 하는 기아그룹은 1997년 재계 8위까지 올라 있었지만 계열사 경영 악화로 1998년 4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결국 국제 공개경쟁입찰로 회사 매각이 결정됐고, 같은 해 10월 현대자동차에 낙찰된다.

디자인 기아의 이정표가 된 3세대 'K5' [출처=기아자동차]

현대차그룹의 일원이 된 기아차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품질경영을 바탕으로 이전보다 더 큰 성장세를 이어가게 된다. 특히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기아차 사장이던 2006년 '디자인 경영'을 선포하며 아우디폭스바겐 디자인을 총괄했던 피터 슈라이어를 영입했다. 이후 기아차는 '직선의 단순화'라는 기아차만의 디자인 DNA를 확립하고 K5, 프라이드, 스포티지 등에 이를 적용했다. 지금은 레드닷, iF 등 세계적인 디자인상을 단골 수상하는 디자인명가로 자리 잡았다.

한편 기아차의 모태인 경성정공은 1944년 12월 1일에 설립됐는데, 5월을 창립기념일로 삼는 데는 일화가 있다. 기아산업은 창립 10주년이던 1954년에 기념행사를 준비하면서 사원들에게 의견을 물었는데 야유회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엄동설한인 12월에 야유회를 갈 수는 없었다. 이에 김철호 창업자는 5월 25일 야유회를 가기로 결정했다. 5월 25일은 1946년 삼화정공 기술진이 일본에서 돌아와 경성정공에 합류한 날이었다. 이후 기아차는 매해 5월 25일을 창립기념일로 삼았고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강길홍기자 sliz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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