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강길홍 기자] "I am your Energy." - GS칼텍스
"에쓰오일 에쓰오일 에쓰오일 좋은 기름이니까." - 에쓰오일
국내 정유사들이 자사의 품질 우수성을 강조하며 선보인 광고문구들이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정유사별로 품질에 차이가 난다고 생각해 각자 선호하는 주유소를 찾게 마련이다. 하지만 주유소들은 정유사폴(상표)과 상관없이 혼합판매가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 4사의 주유소들은 간판에 달고 있는 상표와 관계없이 정유사를 선택해 기름을 공급받고, 소비자에게 판매하고 있다. SK에너지 주유소에서 주유해도 현대오일뱅크 기름일 수 있고, GS칼텍스 주유소에서 주유하면 SK에너지 기름일 수 있는 것이다.

정유사폴과 관계없이 혼합판매가 가능해진 것은 2010년 기름값이 치솟자 정부가 석유유통구조 개선에 착수한 결과다. 그 결과 특정 정유사폴 주유소들이 별도의 표시 없이 다른 정유사 제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됐다. 주유소들은 정유사를 바꿔가며 기름을 공급받게 됐다.
다만 각 정유사가 직접 운영하는 직영주유소의 경우 자사 제품만 판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오일뱅크가 SK네트웍스가 운영하던 SK에너지 직영주유소를 인수한 것도 직영점 확대를 위한 선택이었다. 정유사 입장에서 직영점이 늘어날수록 자사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유소뿐 아니라 정유사끼리도 서로 기름을 공급하고 있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석유 대부분은 대한송유관공사를 통해 전국에 공급된다. 대한송유관공사는 전국에서 총 500만 배럴을 보관할 수 있는 11개 저유소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들 저유소는 땅속을 관통하는 파이프로 연결돼 있다.
파이프는 울산의 영남라인(SK에너지·에쓰오일)과 여수의 호남라인(GS칼텍스)에서 시작해 대전에서 합류돼 수도권으로 이어진다. 또한 대산의 호서라인(현대오일뱅크)은 충청권 석유 물류를 책임지며 천안에서 주배관망에 합류한다.
그러나 호남과 영남을 연결하는 송유관은 없다. 이에 따라 SK에너지는 호남지역에서 판매하는 기름을 GS칼텍스에서 공급받고, GS칼텍스는 영남지역에 판매하는 기름을 SK에너지에서 공급받는다. 다만 이 경우 최종 첨가제가 달라진다고 한다.
업계 관계자는 "송유관이 연결돼 있지 않은 지역은 물류비용이 많이 발생해 정유사끼리 기름을 쉐어한다"면서 "이에 따라 전라도 광주에서는 GS가 SK의 기름을 쓰고, 경상도 대구에서는 GS가 SK의 기름을 쓰게 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은 SK에너지에서는 SK 제품만 판매한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정 회사 기름의 품질이 더 우수하다고 생각해 해당 주유소만 찾는 소비자들은 배신감도 느낄 것으로 보인다.
상표별 가격 차이를 고려하면 소비자들은 경제적인 피해도 입을 수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5월 둘째 주 상표별 평균 판매가격은 휘발유 기준 1리터당 SK에너지 1천261.3원, GS칼텍스 1천255.3원, 현대오일뱅크 1천246.1원, 에쓰오일 1천245.6원, 알뜰주유소 1천219.1원, 자가상표 1천229.0원 등으로 차이가 난다.
평균 판매가격은 SK에너지가 가장 높지만 공급가격은 다르다. 정유사별 휘발유 공급가격은 SK에너지 1천89.2원, GS칼텍스 1천156.4원, 현대오일뱅크 1천129.4원, 에쓰오일 1천115.8원이다. GS칼텍스 주유소가 SK에너지로부터 기름을 공급받아 판매하면 더 높은 이익을 낼 수 있는 셈이다.
실제로 일부 정유사들은 자사폴이 아닌 타 회사 간판을 단 주유소를 상대로 적극적인 영업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유사들이 최근 휘발유 품질보다는 차별화된 서비스 등을 내세우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도 각자 선호하는 정유사 주유소를 가는 이유가 품질보다는 적립포인트나 제휴 신용카드 혜택 때문인 경우가 많다"면서 "주유소 입장에서도 기름의 품질이 아닌 정유사별 선호도에 따라 상표를 선택하게 된다"고 말했다.
다만 정유사들은 주유소들도 간판과 일치하는 정유사에서 공급받는 것이 가격적으로 더 유리하기 때문에 실제로 혼합판매에 나서는 주유소는 많지 않다고 강조했다.
SK에너지 관계자는 "주유소들도 한 정유사와의 거래 기간이 오래되고, 주유소폴과 일치하는 정유사에서 공급받아야 할인 혜택 등이 더 높아진다"면서 "혼합판매를 하고 있는 주유소 비율은 구체적으로 파악되지 않지만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길홍 기자 sliz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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