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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잡음 IPO-上] 상장만 시키면 그만? 주관사는 나몰라라


신라젠 등 '부실실사' 논란…실적 추정치도 엉터리

[아이뉴스24 류은혁 기자] '미공개정보 주식 거래 의혹'으로 신라젠이 상장된 지 3년만에 상장폐지의 갈림길에 서면서 상장을 주관했던 증권사의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썬바이오·신라젠 등 상장한 지 몇년 되지 않아 퇴출되거나 퇴출 위기에 처한 기업들이 등장하면서 주관사의 기업실사 실효성에 대한 의문과 함께 한국거래소의 상장심사가 부실하게 이뤄지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손실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신라젠의 경우 상장 3년 6개월 만에 자칫 상장폐지 될 위기에 놓였다. 문은상 신라젠 대표이사가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펙사벡의 임상중단 사실을 공시하기 전에 내부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팔아 이득을 본 혐의 등으로 구속됐기 때문이다.

문은상 신라젠 대표이사 [사진=조성우 기자]
문은상 신라젠 대표이사 [사진=조성우 기자]

문 대표는 2014년 3월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무자본으로 350억원 상당의 신라젠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인수해 회사 지분을 부당하게 취득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신라젠의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여부를 오는 29일까지 결정할 예정이다.

신라젠 기업공개(IPO)를 위해 2016년 11월 제출한 증권신고서를 보면 상장 주관사인 NH투자증권과 하나금융투자, DB금융투자(구 동부증권)는 2014년 12월부터 2016년 9월까지 1년 9개월여 동안 기업실사를 벌였다.

부산에 위치한 본사를 비롯해 서울사무소, 미국 자회사를 방문해 '펙사벡' 임상3상 담당자 등으로부터 제품의 원리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실사를 했으나 신약의 가치를 분석하는데 실패하고 BW 발행과 관련된 불법사항을 걸러내지 못했다.

또 주관사가 제시한 실적 추정치도 현실과 너무 동떨어졌다. 신라젠이 2019년에 64억7천500만원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추정했지만 실제로는 584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었다. 매출(영업수익)에서도 76.9%의 큰 괴리율을 나타냈다. 주관사 추정 영업수익은 392억6천300만원이었으나 실제 영업수익은 90억6천800만원에 불과했다.

당시 신라젠 실사 주관사들은 2019년에 펙사벡의 유럽지역 임상3상 성공과 동시에 유럽과 중국에서 판매 승인을 예측했다. 기술료수익(마일스톤)만 385억2천500만원으로 분석했다. 2020년에는 일본을 제외한 전 세계에 판매되면서 로열티 수익이 527억3천100만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펙사벡 임상3상이 실패로 끝나면서 물거품이 됐다.

신라젠 실사에는 25년 경력의 임원급을 포함해 주관사 3곳에서 모두 12명이 참여했다. 하지만 신약을 검증할 만한 바이오·제약 분야 전문가는 한명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신라젠에서는 문은상 대표이사를 포함해 연구·개발(R&D) 전략기획 총괄하는 경영자, 임상개발 총괄 책임자 등 20명이 실사에 참여했다. 사실상 주관사의 실사가 기업들이 제공하는 데이터와 논리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코썬바이오(구 현성바이탈)도 상장 직후부터 실적이 곤두박질 치면서 대규모 적자를 이어가다 상장 3년 반만에 퇴출이 결정됐다.

이와 관련해 증권사 한 관계자는 "통상 기업상장에 앞서 추정한 실적은 회계법인에서 제공된 데이터와 기업이 제공한 자료를 토대로 예측한 것"이라며 "상장폐지의 문제가 주관사의 문제로만 볼 수 없다"면서 책임을 미루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여의도 증권가 모습 [사진=조성우 기자]
여의도 증권가 모습 [사진=조성우 기자]

주관사가 기업실사 당시 파악하지 못한 '대형부실'이 뒤늦게 상장폐지로 이어질 경우 어떻게 될까. 투자자들에게 2천억원대 손실을 안겼던 2011년 '중국 고섬사태'와 관련해 상장 주관사였던 증권사에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올해 초 나왔다.

중국 섬유업체 고섬은 2010년 12월 국내 주식시장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때 투자자를 속여 2천100억원의 공모자금을 부당하게 취득했다. 고섬은 심각한 현금부족 상태였는 데도 마치 1천억원 이상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가진 것처럼 제출 서류에 기재했다.

2011년 1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됐던 고섬은 분식회계 사실이 드러나 2개월만에 거래가 정지됐고, 2013년 10월 결국 상장폐지됐다. 이로 인해 투자자들이 날린 돈은 2천1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 1부는 한화투자증권이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주관사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증권신고서 등의 중요사항을 거짓으로 기재한 것 등을 방지하지 못한 때에는 과징금 부과 대상이 된다"면서 주관사에게도 상장폐지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명시했다.

최근 '신라젠 행동주의 주주모임'도 신라젠의 주식 거래정지와 관련해 개인투자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행위라면서 즉각적인 주권거래 재개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주식거래정지 사태는 상장 전 신라젠에서 이뤄진 행위로 금융사, 회계법인, 한국거래소, 금융위원회 등 유관기관들도 전부 조사해야 한다"면서 "BW 인수자금 조성을 비롯해 BW 발행, 최초 상장심사 통과, 상장 후 감사의견 적정 등이 현 상태에 이르게 만들었다"고 항변했다.

류은혁 기자 ehryu@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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