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오지에서도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간편한 방법으로 신속정확하게 세균 감염을 진단할 수 있는 수동식 진단 기구가 개발됐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연구진이 개발한 이 발명품은 소량의 소변을 장난감처럼 생긴 도구에 담아 손으로 돌리면 한 시간 안에 세균 검출은 물론 항생제 내성까지 확인할 수 있게 만든 진단기구다. 수동식이라 기기를 구동할 전력도, 고가의 의료장비도 필요없다.
시료를 채취해 연구소에 보내고 결과가 나오기를 며칠씩 기다리지 않아도 한 두 시간 안에 세균 감염을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어 항생제 남용으로 인한 부작용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19일 IBS 첨단연성물질 연구단(단장 스티브 그래닉) 조윤경 그룹리더(UNIST 생명과학부 교수) 연구진은 장난감 ‘피젯 스피너’를 닮은 수동 진단 기구를 개발하고 이를 국제 학술지 ‘네이처 바이오메디컬 엔지니어링'에 발표했다.(논문명 : A fidget spinner for the point-of-care diagnosis of urinary-tract infection)
세균 검사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는 원심력을 이용한 미세유체칩(microfluidic chip) 연구가 활발하다. ‘칩 위의 실험실(lab on a chip)’이라 불리는 미세유체칩은 지름이 마이크로미터 수준인 미세관에 시료를 흘려 여러 실험을 한 번에 처리하는 도구다. 다만 미세유체칩을 구동하려면 복잡한 펌프나 원심력을 얻기 위한 회전장치 등 제어장비가 필요하다.
IBS 연구진은 세균성 질환이 많이 발생하는 개발도상국이나 오지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전기가 필요없는 수동식 미세유체칩을 개발했다. 적은 힘으로도 빠르게 오랫동안 회전하는 ‘피젯 스피너' 장난감에 착안해, 손으로 돌리는 '진단용 스피너'를 구상하고, 작은 압력으로도 병원균을 농축할 수 있는 특수한 구조를 설계했다.
여기에는 조윤경 교수가 2014년 개발한 ‘FAST(fluid-assisted separation technology)’ 기술이 적용됐다. 일반 미세유체칩은 시료를 거르는 필터 아래쪽에 공기가 있어 시료를 통과시키는 데 높은 압력이 필요한 반면, FAST기술은 필터 아래쪽에 마중물을 채워 작은 힘으로도 막힘 현상 없이 빠르게 입자를 분리할 수 있는 기술이다.
연구진은 더 나아가 진단용 스피너의 색상 변화로 세균의 유무를 확인하는 것은 물론 유전자 및 단백질 검사를 통한 세균의 종류 확인과 항생제 내성 검사도 진단용 스피너에서 함께 수행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회전으로 병원균을 농축한 다음, 세균 분석과 항생제 내성 테스트를 순차적으로 수행하도록 기구를 설계했다.
진단용 스피너에 소변 1밀리리터를 넣고 1~2회 돌리면 필터 위에 병원균이 100 배 이상 농축된다. 이 필터 위에 시약을 넣고 기다리면 살아있는 세균의 농도를 색깔에 따라 육안으로도 판별할 수 있고, 추가로 세균의 종류도 알아낼 수 있다. 항생제 내성은 같은 진단용 스피너에 항생제와 섞은 소변을 넣고 농축시킨 뒤, 세균이 살아있는지 여부를 시약 반응으로 확인한다. 이 과정은 농축에 5분, 반응에 각각 45분이 걸린다. 감염 진단부터 항생제 내성 여부 확인까지 모두 2시간 내에 이루어진다.
연구진은 또한 진단용 스피너의 개당 재료비가 600원에 불과해 매우 저렴하며 비전문가도 사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윤경 교수는 "항생제 내성검사는 고난도인데다 현대적인 실험실에서만 가능했는데, 이번 연구로 빠르고 정확한 세균 검출이 가능해져 오지에서 의료 수준을 증진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향후 진단용 스피너를 활용해 세균 뿐만 아니라 암을 포함한 다양한 질병을 분석하고, 임상에 사용할 수 있도록 후속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상국 기자 skcho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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