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샤넬백' 구매를 위해 매일 아침 '오픈 런' 전쟁을 치르던 소비자들이 자취를 감췄다. 오픈런의 원인이 됐던 '클래식 플랩백' 등 샤넬 제품들의 가격이 예정대로 인상되면서다.
14일 오전 11시경 찾은 명동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1층 샤넬 매장 앞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백화점 개장 전부터 사람들의 줄이 길게 늘어서고, 오픈과 함께 수많은 인파가 매장을 향해 달려나가던 지난 며칠과는 사뭇 달랐다.
대기 인원 또한 하루만에 크게 줄어들어 있었다. 지난 13일 같은 시간대 방문했을 때 192명에 달했던 대기 인원은 이날 17명 수준으로, 하루만에 90% 이상 줄었다. 대기 시간도 마찬가지로, 어제 3시간 가량 걸렸던 매장 입장까지의 소요 시간이 30분 수준으로 단축됐다. 또 가격을 문의하자 "매장 안에서 문의하면 알 수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인기 제품 위주 '차등적 인상률' 적용…샤넬 "국가별 격차 최소화"
가격 인상률은 샤넬 측의 설명보다 높았다. 샤넬은 이날 '아이코닉' 핸드백 제품 등 일부 품목의 가격을 최저 1%에서 최대 18% 인상했다고 설명했지만, 지난 며칠 동안 오픈 런의 원인이 됐던 '샤넬 클래식 플랩백'의 가격은 769만 원으로 전일 632만 원 대비 21.7%가량 가격이 올라 있었다.

다른 제품들의 가격도 크게 올랐다. '클래식 미니 플랩백 스몰'은 372만 원에서 469만 원으로 26.1% 급등해 가장 높은 가격 인상폭을 기록했으며, '클래식 미니 플랩백 뉴미니'는 424만 원에서 490만 원으로 15.6% 비싸졌다. 특히 '클래식 라지'는 923만 원을 기록해 1천만 원에 육박했다.
또 인기 라인업인 '보이 샤넬'의 빈티지 골드백의 가격도 기존 622만 원 대비 30만 원 인상됐으며, 각종 소품들의 가격도 인상된 모습이었다.
앞서 샤넬은 지난해 11월에도 가격 인상을 단행한 바 있다. 당시 클래식 라인은 2.55%, 보이샤넬 및 가브리엘 라인은 3~13% 가량 가격이 올랐다. 약 반년 만에 다시 진행된 이번 가격 인상은 지난 7일 본사가 있는 프랑스를 시작으로 11일부터는 유럽 전역에서 시행됐다.
유럽 현지 인상률은 최소 4%에서 최대 25% 수준이었다. 클래식 미니 스퀘어 플랩백이 2천680유로(약 355만 원)에서 3천350유로(약 444만 원)으로 25% 인상됐으며, 샤넬 클래식 스몰 플랩백, 샤넬 클래식 점보 플랩백의 가격은 각각 20.8%, 15.7% 올랐다. 다만 샤넬 코리아의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아직 가격이 공지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샤넬 관계자는 "다른 주요 럭셔리 브랜드와 마찬가지로, 제작비와 원가 변화 및 환율 변동 등을 고려해 가격을 정기적으로 조정한 것"이라며 "이번 조정은 샤넬 본사가 국가간 가격 차이를 줄이기 위해 시행하고 있는 조화로운 가격 정책에 의거해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예상 이상 인상폭에 소비자 "이 가격에 왜 샤넬을 사나"
큰 폭의 가격 인상이 단행됨에 따라 소비자들은 오픈 런에 참가했던 사람들이 '승자'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원하는 제품을 비교적 저렴하게 구매하는 데 성공한 것은 물론, 가격 인상 폭이 높은 만큼 이를 감안해 웃돈을 받고 리셀(되팔이)하는 '샤테크'로 보는 이윤도 비교적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샤넬은 통상 클래식백 가격 인상시 40~50만 원 사이에서 인상폭을 결정해 왔다. 단순 금액으로 비교해 봤을 때 이번 가격조정을 통해 평소보다 2배 이상 가격을 올린 셈이다.
지난 13일 오픈 런에 참가해 백을 구매하는 데 성공한 소비자 박지선(33·가명·여) 씨는 "여름 휴가 해외 여행을 가기 위해 모아둔 돈으로 백을 하나 구입했다"며 "구입할 때는 조금 아까운 생각도 들었지만, 가격 인상이 생각보다 많이 된 것을 보니 어제가 아니었으면 사지 못했겠구나 싶어 만족스럽다"고 밝혔다.

다만 가격 인상 폭에 대해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디자인이 변경되는 등 제품에 큰 변화가 없는데도 가격을 크게 올렸으며, 이번 가격 인상을 통해 에르메스 등 보다 상급 브랜드 제품과 가격이 비슷해져 굳이 샤넬 제품을 살 이유가 없어졌다는 지적이다.
박 씨는 "샤넬은 명품 브랜드 중 그래도 어느 정도 대중화가 이뤄진 브랜드라는 인식이 큰데, 이번 가격 인상으로 에르메스 엔트리 제품군과의 가격 격차가 크게 좁혀졌다"며 "샤넬은 오랜 시간 동안 제품 업그레이드 없는 가격 인상을 지속해 왔는데, 이 정도 가격이면 굳이 샤넬을 살 사람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특히 한국에서 초고가 정책을 더욱 강화하는 경향이 있어 이 점에서도 불만스럽다"고 덧붙였다.
◆마냥 웃을 수 없는 백화점업계…코로나19 사태 걱정에 '조마조마'
백화점업계는 이번 샤넬 오픈 런 대란에 대해 이례적인 일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실제 샤넬 뿐만 아니라 주요 명품업체가 가격인상을 단행할 때마다 이 같은 현상이 벌어져 왔기 때문이다. 샤넬의 이번 가격인상 폭이 컸고, 코로나19로 인한 '보복 소비' 심리가 작용해 평시 대비 많은 이들이 제품 구매를 하기 위해 줄을 섰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샤넬의 이번 가격 인상 폭이 높아 이전보다 고객들이 많이 몰린 것은 사실"이라며 "기존 명품 마니아층 외에도 리셀을 목적으로 한 구매자들도 오픈 런에 참가해 평소보다 많은 관심을 산 것 같다"고 밝혔다.

다만 명품 수수료가 상대적으로 낮은 만큼 실적 개선에 큰 보탬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바라봤다. 실제 백화점에 입점한 명품 브랜드는 타 브랜드 대비 크게 낮은 수수료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소비심리 회복에 대해서는 환영하면서도, 최근 이태원발 코로나19 재유행 조짐이 보이는 상황에 이번 오픈 런이 코로나19의 새로운 온상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습도 보였다. 실제 지난 13일 롯데백화점 본점은 소속 직원을 샤넬 제품을 사기 위해 줄을 선 고객들 사이에 투입해 간격을 유지하고, 마스크 착용을 지속적으로 독려하는 등 방역에 만전을 기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매출이 줄어든 상황에서 이번 오픈 런 같은 이벤트를 통해 매출이 발생하면 백화점 입장에서는 좋은 일이지만, 명품 매장은 수수료율이 낮아 실질적인 이익은 크지 않다"며 "오히려 줄을 선 고객들 사이에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한 인원이 있을 경우 점포 문을 하루 닫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우려도 크다"고 말했다.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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