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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 현금 실탄 확보 총력…'포스트 코로나19' 포석


'코로나19' 직격타로 위기 가중…유형 자산 팔아 유동성 높여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코로나19'로 올해 1분기에 적잖은 타격을 입은 유통업계가 '포스트 코로나19'를 대비해 자금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정부 방침이 바뀌면서 소비가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코로나 여파로 앞으로 경영 환경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판단해 팔 수 있는 자산을 팔아치워 현금화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달 10일까지 유형 자산 처분·양도 결정을 공시한 상장사는 총 33곳으로, 금액은 1조7천390억 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시기 동안 15개 회사가 매각한 총 자산 5천616억 원과 비교하면 3배 이상 증가했다.

이마트 본사 전경 [사진=아이뉴스24 DB]
이마트 본사 전경 [사진=아이뉴스24 DB]

이 중 유통업체로는 이마트가 가장 눈에 띈다. 이마트는 지난 3월 25일 재무건전성 및 투자재원 확보를 위해 서울 강서구 마곡동의 마곡 도시개발사업 업무용지(CP4 구역)를 8천158억 원에 매각했다.

이마트는 이곳에 복합쇼핑몰인 스타필드를 짓기 위해 지난 2013년 서울주택도시공사로부터 2천400여억 원에 사들였으나, 유통 환경이 악화되면서 부지를 팔아 부채를 줄이고 투자재원을 확보하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또 오는 2022년 오픈 예정인 청라 지역의 스타필드 상권과 겹칠 것으로 판단한 점도 매각의 한 요인이 됐다.

여기에 이마트는 지난해에도 13개 점포를 매각하며 실탄 확보에 적극 나섰다. 이 중 11곳은 가격이 비싼 수도권에 집중돼 있었다. 지난해 매각한 점포는 일산점, 산본점, 천호점, 동인천점, 수원점, 양주점, 검단점, 평촌점, 수색점, 포천점, 진접점, 구미점, 반야월점 등이다. 이마트는 각 점포를 세일앤리스백(Sale & Lease back) 방식으로 매각해 9천525억 원의 현금 유동성을 확보했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점포 매각을 통해 실탄은 마련하게 됐지만 건물을 임대하게 되면서 과거에 없던 임대료 부담이 생기게 됐다"며 "상권이 다소 겹친다고 판단되는 점포들을 대상으로 세일앤리스백 방식으로 매각한 만큼 당장은 아니지만 향후 점포를 정리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마트 관계자는 "대규모 점포 정리 계획이 아직까지 있지 않다"며 "폐점보단 월계점처럼 기존점 중 30% 이상을 새롭게 꾸며 유통 환경 변화에 대응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부지 매각 등을 통해 마련한 자금은 우선 부채를 줄이는 데 쓰였다"며 "나머지는 향후 신사업 확대를 위한 투자재원으로 남겨뒀다"고 덧붙였다.

아모레퍼시픽도 올해 2월 말 보유 중이던 서울 논현동 소재 성암빌딩을 1천520억 원에 매각했다. 연이은 실적 침체로 인해 재무 건전성이 악화된 데 따라 비핵심 자산을 처분함으로써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한 일환으로 풀이된다. 인수자는 당초 알려졌던 한양건설이 아닌 신영으로 낙점됐다. 처분 예정일은 오는 12월 31일이다.

아모레퍼시픽은 2016년 이후 중국 사드 보복 사태 등 대내외적 악재로 인해 수익성 악화를 이어가고 있다. 또 최근에는 비용 절감을 목표로 내걸고 수익성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사업 구조조정 등의 조치도 활발하게 진행 중으로, 업계는 성암빌딩 매각도 이 같은 움직임 중 하나로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아모레 측은 재무건전성 강화와 유동성 확보를 목적으로 매각을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말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CJ제일제당도 1조 원 이상의 유무형 자산 매각을 통해 차입 부담을 완화시켰다. 또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시장 환경 악화를 고려해 투자 계획도 축소하는 등 현금흐름 개선을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다.

특히 CJ제일제당은 지난해 12월에만 차입금 상환을 위해 부동산 1조3천억 원 규모를 매각해 눈길을 끌었다. 8천500억 원 가량인 가양동 부지 매각과 2천300억 원 규모인 영등포 제분공장 매각, 인재원 매각(528억 원) 등이 대표적이다. 그 결과 CJ제일제당은 지난해 3분기 기준 9조4천억 원이던 순차입금이 올해 6조7천억 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현대HCN 사옥 전경 [사진=현대백화점그룹]
현대HCN 사옥 전경 [사진=현대백화점그룹]

일부 기업들은 선택과 집중 전략을 바탕으로 일부 사업을 매각해 현금 유동성 확보에 나서 주목 받았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 5위인 현대HCN의 케이블 TV 사업을 매각키로 했다. 이달 말 진행되는 예비입찰을 시작으로, 이 매각이 성사되면 6천억~7천억 원 가량의 대금이 확보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이 자금을 통해 향후 성장성이 높은 신사업이나 대형 M&A를 추진할 때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해태제과는 자회사인 해태아이스크림을 1천400억 원에 경쟁사인 빙그레에 팔았다. 해태아이스크림은 해태제과가 지난 1월 아이스크림사업부를 물적분할한 법인으로, 지난해 매출은 1천800억 원대를 기록했다. 해태제과는 매각 대금을 부채 상환과 제과 사업에 핵심 역량을 집중하는 데 쓸 계획이다.

'빕스', '계절밥상' 등을 운영하는 외식업체 CJ푸드빌은 지난 3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고강도 자구안의 일환으로 부동산 등 고정 자산을 매각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경영 정상화가 이뤄지기 전까지 모든 투자를 전면 중단하고 비용 지출을 억제키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각 기업들이 '코로나19'에 따른 충격으로 하반기 이후 현실화 될 수 있는 장기 침체기에 대비해 실탄 확보에 적극 나서는 분위기"라며 "위기 국면에서 현금 보유량이 많은 기업일수록 향후 독보적인 비교 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재정 여력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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