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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애플의 아이폰SE가 무서운 이유


[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애플이 4년 만에 보급형 스마트폰을 내놨다. 2016년 '아이폰SE'라는 이름으로 첫 출시됐던 애플의 중저가 스마트폰은 4년 뒤 거의 비슷한 디자인과 똑같은 이름으로 돌아왔다. 아이폰치고는 저렴한 최소 399달러(한국에서는 55만원)의 가격에, 보급형 제품임에도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탑재하는 프로세서를 장착하면서 출시 전부터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6인치가 넘는 화면에 후면 트리플카메라를 장착한 제품이 30만원 이하에 팔리는 시대다. 언뜻 4.7인치에 불과한 화면과 후면에 카메라 하나밖에 없는 스마트폰이 50만원이 넘는다는 것이 이해가 안 갈 수도 있다. 그러나 '아이폰'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꼭 최신 프로세서를 탑재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애플의 각종 독자적인 콘텐츠를 누릴 수 있다는 점이 결정적이다.

애플은 아이폰SE 구매자들에게 애플TV+ 1년 정기 구독권을 무료로 제공한다. 아이폰SE 구매자들이 자연스럽게 애플의 콘텐츠를 이용하도록 하기 위한 묘책이다. 애플TV+가 한국에는 서비스되지 않는다는 점이 아쉽지만 글로벌 전체로 눈을 돌리면 iOS(애플의 운영체제) 생태계를 넓히는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꼭 애플TV+가 아니더라도 애플 뮤직, 애플 아케이드, 아이클라우드 등 애플이 독자 제공하는 서비스는 많다. 이들은 이용자들에게 호평을 받으며 iOS 생태계에 핵심이 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안드로이드에서는 체험할 수 없었던 이들 서비스를 아이폰SE를 통해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경험할 기회가 마련됐다. 애플도 아이폰SE를 콘텐츠에서 벌어들이는 매출을 늘릴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최근 애플의 매출을 보면 서비스 부문이 차지하는 비율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 서비스 부문의 매출은 전체의 14% 수준이다. 아직 아이폰 매출 비중이 61%로 압도적이지만 꾸준히 그 비율은 감소하는 추세다.

그간 아이폰은 '고가 스마트폰'의 대명사였다. 애플이 매년 새로운 아이폰을 내놓았지만, 소비자들은 늘 애플에 중저가폰 출시를 요구했다. 최신 아이폰의 가격이 한국 돈으로 100만원을 가뿐히 넘는 터라 마냥 제품만 보고 스마트폰을 바꾸기는 어려워졌다. 그 여파로 애플의 시장점유율도 한동안 답보 상태에 빠졌다. 삼성전자, 화웨이 등 경쟁업체들이 손에 꼽기도 어려울 만큼 많은 중저가폰을 쏟아내는 것과는 대조적인 행보였다.

이번 아이폰SE 출시로 프리미엄 제품에 집중하는 애플의 전략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속단하기는 이르다. 애플이 매년 아이폰SE와 같은 제품을 내놓겠다고 밝히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내년 중 기존 아이폰SE보다 화면 크기가 커진 '아이폰SE+' 출시설이 나오는 것을 보면 애플도 중저가폰에 대한 필요성을 어느 정도는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체 스마트폰 시장이 축소되는 상황에서 프리미엄 제품만으로는 아이폰 판매량을 마냥 늘릴 수 없다는 것이 상당수 업계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또 잠재적인 애플 콘텐츠 이용자를 늘리기 위해서라도 애플은 아이폰을 꾸준히 많이 판매할 필요가 있다. 그렇기에 '애플이 앞으로 매년 아이폰SE를 내놓는다면?' 이라는 가정도 충분히 해 볼 수 있다. 현실화될 경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결코 무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같은 '중저가폰'이지만, 독자 생태계가 공고하다는 점에서 아이폰SE는 삼성전자 갤럭시A시리즈를 비롯한 경쟁사들의 중저가폰과 비교해 확실한 강점이 있다. 오는 5월 초중순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도 애플을 비롯해 삼성전자·LG전자·샤오미 등의 중저가폰이 잇따라 출시된다. 다른 중저가폰이 가격 대비 좋은 하드웨어 성능(주로 카메라·대화면)을 내세웠다면 아이폰SE는 이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승부를 건다. 아이폰SE가 실제로 스마트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윤선훈 기자 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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