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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코스' 힘 다했나…담배업계, 엇갈린 지난해 실적


시장 축소 속 KT&G '나홀로 성장'…"일반담배 점유율 싸움 가속화"

[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2017년 '아이코스' 출시 후 시장 1위를 굳게 지켜온 한국필립모리스의 아성에 균열이 생기는 모습이다. KT&G는 연이어 신제품을 선보이며 그 균열을 파고들었고, BAT코리아도 과거의 영광을 회복하기 위해 공격적인 시장 공략을 이어갔다.

또 시장 축소 속 '점유율 싸움'이 전개된 일반담배 시장에서는 KT&G가 완승을 거뒀으며, JTI코리아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 열풍 속에서도 '선방'을 기록하며 숨은 승자의 자리를 차지했다.

◆'수성' 치중 한국필립모리스, 후발주자 역습에 '일격'

14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필립모리스는 지난해 매출 6천831억 원, 영업이익 442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21.5%, 영업이익은 36.3% 줄었다. 일반담배 시장 점유율은 3% 가량 줄었고,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 점유율도 10% 가량 줄어들어 56% 수준에 머물렀다.

업계는 한국필립모리스가 '아이코스'를 통해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의 1위로 자리잡은 후 '수성적 전략'을 이어간 것을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특히 신제품 시장에서 적극적 신제품 출시 등 후속 조치가 부족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한국필립모리스는 경쟁사인 KT&G와 BAT코리아가 '릴 하이브리드', '글로 센스', '글로 프로' 등 다양한 신제품을 선보이며 시장을 잠식하는 상황에도 '아이코스'에 소극적인 업그레이드만을 단행했다. 경쟁 제품이 무한정 연속 사용이 가능하고, 액상과의 결합 등 '하이브리드' 방식을 적용한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한국필립모리스는 '아이코스'의 아성이 흔들리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사진=한국필립모리스]
한국필립모리스는 '아이코스'의 아성이 흔들리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사진=한국필립모리스]

전자담배를 사업의 중심에 두고 있으면서도, 시장 전체의 확장보다는 수성에 치중한 것도 부진의 원인으로 꼽혔다. 글로벌 필립모리스 본사가 '담배 연기 없는 미래'라는 비전 아래 전자담배 위주의 사업 전략을 전개하고 있는 만큼 일반담배 시장 점유율 하락에 소극적 모습을 보일 수 밖에 없지만,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에서도 '집토끼 지키기'에 치중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필립모리스가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을 개척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후 시장을 성장시킨 것은 KT&G, BAT코리아 등 경쟁사가 출시한 신제품들"이라며 "수성 위주의 전략 기조가 바뀌지 않으면 하락세가 이어질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한국필립모리스의 '왕좌'에 생긴 균열은 KT&G가 빠르게 잠식했다. KT&G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1조9천632억 원, 영업이익 1조3천820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각각 전년 대비 10.99%, 10.11% 늘어난 수치다.

KT&G는 이 같은 호실적 속 '릴' 시리즈의 활약을 통해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에서의 영향력도 높였다. 출시 초기에만 해도 명백한 한국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 BAT코리아의 '글로'의 후발 주자였지만, 지난해 전용 궐련 '핏'이 시장 점유율 32%로 올라서며 확고한 2위 자리를 굳혔다. 특히 디바이스 '릴'의 경우 55%를 차지하며 업계 1위로 올라섰다.

KT&G는 일반담배 시장에서는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전자담배 시장 확대 속 궐련담배의 총 수요는 2018년 대비 2% 줄어든 639억 개비를 기록했지만, KT&G는 오히려 같은 기간 판매량을 404억 개비에서 406억 개비로 끌어올리며 시장 점유율 63.5%를 기록했다.

KT&G의 릴 하이브리드 2.0은 출시 이후 시장의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사진=KT&G]
KT&G의 릴 하이브리드 2.0은 출시 이후 시장의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사진=KT&G]

◆'투자 드라이브' 건 BAT코리아…'주목 피하고 실리' 취한 JTI코리아

업계 3위 BAT코리아는 첫 내국인 CEO인 김의성 대표를 선임하고, 연이어 신제품을 선보이며 공세를 이어갔지만 실적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BAT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3천562억 원, 영업손실 51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3.2% 줄었고 영업손실은 43억 원 늘어났다.

이는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한 투자로 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BAT코리아는 지난해 '글로 센스', '글로 프로'를 선보이고, '반값 할인' 프로모션을 전개하는 등 시장 점유율 끌어올리기에 집중했다. 또 광고선전비로도 2018년 대비 113억 원 가량 증액한 142억 원을 투자했다. 가격 할인과 판촉비 투자를 이어간 만큼, 영업이익 하락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이는 시장 영향력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BAT코리아 관계자는 "지난해 일반담배 시장에서의 점유율이 0.5% 가량 신장했다"며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에서도 '글로 프로'에 대한 투자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지난해 말 이후 4개월 연속 매출 상승세로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BAT코리아는 올해도 공격적으로 시장을 공략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최근 선보인 '던힐 파인컷 더블캡슐' 등 가향 일반담배 신제품을 출시해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올해 하반기에는 전자담배 신제품도 또 다시 출시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BAT코리아는 지난해 '글로 센스', '글로 프로' 등 신제품을 연이어 선보이며 시장을 공략헀다. [사진=아이뉴스24 DB]
BAT코리아는 지난해 '글로 센스', '글로 프로' 등 신제품을 연이어 선보이며 시장을 공략헀다. [사진=아이뉴스24 DB]

지난 한 해 일본 제품 불매운동으로 인해 적극적 영업활동에 나서지 못한 JTI코리아는 위기 속에서도 '선방'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JTI코리아는 지난해 1천869억 원의 매출과 영업이익 49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0억 원 가량, 영업이익은 8억 원 가량 줄어들었다.

표면적 실적은 하락했지만, 업계는 이를 우수한 성적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실제 JTI코리아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불붙었던 지난해 10%였던 점유율이 한때 8%까지 내려앉았다. 또 하이브리드형 전자담배인 '플룸테크'를 국내 출시했음에도 적극적인 마케팅을 전개하지 못했다. 이와 함께 영업직 노조와의 마찰이 표면에 불거지는 등 내외적 악재가 잇달아 터진 바 있다. 이 같은 상황에도 매출 하락을 1% 이내로 방어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JTI코리아는 LBS(Less Breath Smell) 기술을 적용한 '메비우스LBS' 제품군을 적극적으로 확대해 시장 점유율을 다시 끌어올렸다. 특히 라인업별로 맛과 향을 고를 수 있도록 해 기존 충성 소비자들의 이탈을 막음과 동시에 신규 소비자를 유입시켰다. 또 '플룸테크'도 시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JTI코리아 관계자는 "지난 한 해 일반담배 시장 최대 이슈는 냄새로 오는 불쾌감이었고, 소비자들은 냄새와 유해성을 줄인 담배를 찾았다"며 "' 메비우스LBS'와 '플룸테크'가 이 같은 소비자들의 니즈를 적절하게 공략해 나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JTI코리아가 선보인 '플룸테크' 팝업스토어 전경. [사진=JTI코리아]
JTI코리아가 선보인 '플룸테크' 팝업스토어 전경. [사진=JTI코리아]

올 한 해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은 다시 본격적 성장기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제 지난 2월 기준 전자담배의 담배시장 내 점유율은 13.1%에 달해 역대 최대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말 11.1%에 비해 2%p 높아진 것이다.

업계는 이 같은 점유율 상승은 지난해 '쥴'을 중심으로 제기된 액상형 전자담배 유해성 논란이 진정 국면에 들어섰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인해 실내흡연, 사회적 거리 두기가 트렌드로 자리잡으며 전자담배에 대한 수요가 다시 늘어날 것에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또 일반담배 시장에서의 경쟁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 확대에 따라 자연스럽게 전체 규모는 축소되겠지만, 냄새저감 담배가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 만큼 이를 중심으로 한 '점유율 싸움'이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전자담배 시장은 순조로이 성장을 이어가다가, 하반기 액상형 전자담배 유해성 논란이 터지며 다소 정체된 감이 있었다"며 "논란이 정리 국면에 접어든 만큼 궐련형 전자담배 신제품 출시가 이어질 것이며, 이는 곧 시장의 성장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반담배 시장은 자연스러운 축소 흐름을 이어갈 것이고, 이 안에서 점유율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구도를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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