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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이나 힘든 유통街, 선심성 규제 공약에 '부글부글'


의무휴업일 등 규제 실효성 없어…"공약 이전에 시장부터 이해해야"

[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4·15 총선을 앞둔 정치권에서 복합쇼핑몰 의무휴업 등 소상공인 보호를 전면에 내건 공약이 이어지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선심성 규제 공약까지 나오자 부글부글 끓고 있다.

더욱이 온라인 시장으로 유통업계 중심이 옮겨간 지 오래인데도 오프라인 대형 매장만을 규제 대상으로 삼는 것은 '보여주기식' 공약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및 더불어시민당은 총선 공약으로 복합쇼핑몰 출점 제한 및 의무휴업일 지정을 중심축으로 하는 공동 공약을 발표했다. 도시 계획단계로부터 복합쇼핑몰 입지를 제한하고, 대형마트와 마찬가지로 의무휴업일을 지정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정치권은 이 같은 규제가 전통시장 등 골목상권을 지키고, 이 안에서 영업하는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들의 생존을 장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노원을 후보는 "민주당과 시민당은 국민 권익 보호를 위해 맨 앞자리에 설 것"이라며 "소상공인들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즉각적 방안과 현실적 정책을 최우선적으로 수립하겠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복합쇼핑몰 등 오프라인 유통업계를 둘러싼 정치권의 '선심성 공약'이 이번 총선에도 이어지고 있다. [사진=아이뉴스24 DB]
복합쇼핑몰 등 오프라인 유통업계를 둘러싼 정치권의 '선심성 공약'이 이번 총선에도 이어지고 있다. [사진=아이뉴스24 DB]

이에 대해 업계는 소비 패턴 변화로 오프라인 시장의 경쟁력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임에도 대형 매장만을 겨냥한 규제 시행이 이어지는 것은 과도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지난 2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오프라인 부문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5% 역성장을 기록했다. 특히 대형마트의 경우 부문 전체 대비 높은 10.6%의 매출 감소를 보이기도 했다. 반면 온라인 부문은 34.3%의 높은 성장세를 보이며 절반에 가까운 업계 매출 비중을 차지했다.

업계는 코로나19 사태가 더욱 확산된 지난달부터는 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고, 상반기 전체 실적도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 같은 규제가 시행되는 것은 사실상 '사형선고'와 같은 것이라며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주요 매장이 시 외곽에 위치해 있어 대형마트보다도 더욱 고객의 주말 쏠림 현상이 심한 복합쇼핑몰의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의무휴업일 규제가 적용될 경우 월 매출의 4분의 1은 줄어들 수도 있으리라는 전망이다.

실제 신세계가 운영하는 스타필드는 경우 하남, 고양 등 외곽 지역에 위치한 매장이 매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주말 방문객이 평일 대비 2배 가량 많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들과 달리 복합쇼핑몰 주요 매장은 시 외곽에 자리잡고 있는 경우가 많아, 주말 의무휴업일이 지정될 경우 대형마트보다도 더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며 "최소한 매장 상황에 따른 규제 차등 적용 등의 추가적 조치가 함께 고려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는 복합쇼핑몰 입점 상인도 소상공인이라며 이들의 입장도 정책에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아이뉴스24 DB]
업계는 복합쇼핑몰 입점 상인도 소상공인이라며 이들의 입장도 정책에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아이뉴스24 DB]

업계는 복합쇼핑몰과 대형마트는 업태 자체가 다르며, 정부가 이 두 매장을 같은 선상에 두고 규제를 결정하는 것은 잘못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선식품 등의 상품을 전면에 내세우는 대형마트와 달리, 복합쇼핑몰은 패션·엔터테인먼트 등을 중심으로 한 '몰링'을 주요 경쟁력 삼아 운영되고 있는 만큼 인근 전통시장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설명이다.

또 복합쇼핑몰이 집객효과로 인해 인근 상권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경우도 다수 발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한국유통학회의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스타필드시티 위례가 오픈한 후 1년 동안 반경 5km내 상권의 매출은 평균 6.3% 증가한 것으로 나타기도 했다.

이와 함께 복합쇼핑몰 또한 점포에 매장을 연 소상공인들의 삶의 터전임에도 이들에 대한 정부 정책적 배려는 전무하다는 볼멘 소리도 이어졌다. '소상공인 보호'라는 명분을 앞에 내건 공약인 만큼, 규제 확산으로 인해 피해를 볼 소상공인의 입장 또한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 시내 한 복합쇼핑몰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A(37·여) 씨는 "주말에 손님이 많이 들고 있어 의무휴업제가 도입될 경우 실질적인 매출 감소는 10% 이상 될 것"이라며 "지금도 불황에 코로나19까지 겹쳐서 어려운 상황인데, 의무휴업이 강제화될 경우 영업을 이어가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업계는 오프라인 유통 업계에 대한 정부 규제를 강조하는 공약은 포퓰리즘의 일환이라며 비판하는 모습이다. 정치권이 온라인으로의 쏠림 현상이 가속화되는 시장의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으며, 정작 신규 규제를 도입해야 할 온라인 시장은 제껴둔 채 '눈에 보이는' 대형 매장 중심의 규제만을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 등이 소비자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만큼 정치권 입장에서는 '공약 소재'로 활용하기 좋다고 느낄 수 있지만, 공약 이전에 시장을 먼저 이해해야 할 것"이라며 "IT기술에 익숙치 않은 노년층 소비자들에게도 온라인에서 물건이 사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여지는 현실임에도 오프라인 유통업계 규제만 부르짖는 것은 전형적인 포퓰리즘 공약"이라고 말했다.

이어 "복합쇼핑몰이 인근 상권에 대해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증명되지 않은 사실"이라며 "한 쪽을 죽여 다른 한 쪽을 살리겠다는 이분법적 접근보다 진정한 '상생'을 위한 연구부터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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