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유통업계에게 '악몽'이자 도전의 촉매제였다. 연이은 확진자의 방문에 매장은 문을 걸어 잠갔고, 지금의 위치에 오를 수 있었던 원동력인 기존 전략은 한순간에 무용지물이 됐다. 소비자의 온라인 쏠림은 가속화됐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혁신이 전방위적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이마트·롯데쇼핑·현대백화점 등 주요 유통 기업의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최소 7.8%에서 40.3%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 확진자 방문에 따른 영업중단 등으로 인한 타격을 피하지 못했다.
반면 이커머스업계는 큰 폭으로 성장했다. 쿠팡은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된 1월 말 이후 일평균 주문량이 평상시 대비 30% 이상 증가해 300만 건을 돌파했고, 위메프는 지난달 매출이 지난해 11월 대비 8배 이상 늘었다. 또 티몬은 지난달 1억6천만 원의 실적을 달성하며 소셜커머스 업계 최초의 흑자전환을 이뤄내기도 했다.
◆코로나19, 온라인 쏠림 현상 가속화 계기
업계는 코로나19 사태가 유통업계의 온라인 쏠림 현상을 가속화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또 이에 대한 대비에도 앞다퉈 나서는 모습이다.
롯데그룹은 오는 28일 통합쇼핑몰 '롯데온'을 론칭한다. 롯데온은 롯데백화점·롯데마트·롯데홈쇼핑·롯데슈퍼 등 7개 유통계열사의 쇼핑몰을 한곳에 모은 통합 온라인 쇼핑몰이다. 또 신세계그룹은 SSG닷컴에 향후 3년 동안 1조3천118억 원을 투자해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네오'를 10개까지 늘리겠다는 방침을 최근 밝힘과 함께 로젠택배 인수에도 나서며 물류 경쟁력 확충에 돌입했다.

현대백화점그룹도 온라인 경쟁력 강화를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만 방식은 롯데·신세계와 달리 백화점·홈쇼핑·리빙 등 각 계열사의 '전문몰' 개발에 투자하고, 서울·경기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새벽 배송 지역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업계는 이 같은 '유통 공룡'들의 온라인 역량 확충이 결국 온라인 쏠림 현상을 가속화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기존까지 이들은 오프라인 시장의 경쟁력 강화 및 온라인과의 동반 성장을 외쳤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여력이 크게 줄었고, 온라인으로의 시장 중심 이동이 가속화되며 이를 공략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사업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대기업들이 바라보던 온라인 시장이 '잠재력이 있는 미래 시장'이었다면, 코로나19로 인해 이는 '생존을 위해 당장 공략해야 할 시장'으로 바뀌었다"며 "자금력을 가진 이들이 시장 개척에 적극적으로 투자한다면 온라인 시장으로의 쏠림 현상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식품' 카테고리가 온라인 시장 성장 견인…오프라인에는 '기회'
코로나19 사태 상황에서 온라인 시장의 성장을 이끈 것은 '식품' 카테고리였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2월 온라인 유통업계에서 식품류의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92.5% 늘었다.
이는 이전 조사 결과와 비슷한 성장세를 이어간 타 카테고리 대비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코로나19로 인해 식품 등 생필품을 온라인을 통해 구매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추세를 나타내는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는 식품 카테고리가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기회'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상품 직매입을 시행하고 있는 쿠팡, SSG닷컴을 제외한 타 이커머스 업체들의 신선식품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반면, 오프라인 유통업계는 이전부터 직매입을 해 온 노하우가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에 서 있기 때문이다.

또 전자제품 등 기성품의 품질이 점점 상향평준화돼 '가성비'가 구매 결정의 최중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과 달리, 식품의 경우 가격보다는 품질에 중점을 둔 소비가 진행되는 경향이 큰 것도 긍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이에 업계는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신선식품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해 연말 조직개편을 통해 신선식품 담당 조직을 세분화했고, 홈플러스는 신선 A/S 센터를 세우고 품질보장제를 운영하고 있다. 또 롯데마트도 '산지뚝심' 프로젝트를 통해 전국 농·수·축산물 우수 산지 생산자와의 협력을 강화해 나가는 모습이다.
특히 홈플러스와 롯데마트는 각지에 위치한 점포를 물류창고로 활용해 배송 서비스를 진행하는 '풀필먼트 서비스'도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배송 거리를 극도로 단축시키고, 식품 경쟁력을 온라인 시장에서의 경쟁력으로 진화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출혈성 가격경쟁에서 다소 자유로움과 함께,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절대적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부분이 식품 카테고리"라며 "각지의 점포를 활용하면 식품에서만큼은 이커머스 업체 대비 우위를 가져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환경이 모든 것을 바꾼다"…업계 전략 전면 수정 필요
업계는 코로나19 사태로 변한 내·외부적 환경이 시장은 물론 기업 내부 프로세스의 변화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생산·물류·유통은 물론 재무·인사·마케팅 등 내부 의사결정 체계까지도 변화에 직면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먼저 업계는 생산·공급망의 다변화를 주요 과제로 꼽았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마스크 등 품목의 품절 사태가 이어졌듯, 사회 급변으로 인해 수요가 폭증할 가능성이 있는 재화를 다양한 곳에서 공급받고 생산해 안정적 물량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유통망 축소와 자동화 등을 통한 가격 경쟁력 제고도 필요하며, 적재적소에 전달할 수 있는 배송 역량도 갖춰야 한다고 역설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재택근무가 확산됨에 따라 변동된 업무 시스템 및 기업문화를 좀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적용하기 위한 연구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중에 나와 있는 원격 근무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이를 통해 주52시간 근무제 등 사회적 추이에 맞춰 나감과 함께 직원 근무 만족도를 발전시키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마케팅 전략도 전면적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기존까지 대형마트 등 업계의 마케팅이 인근 아파트 단지의 전광판, 전단지, 매장 내 게시판 등 영역에 치중돼 있었다면 앞으로는 위치정보서비스 등을 활용한 온라인·모바일 영역을 보다 더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이를 디지털 역량 확충으로 이어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이 같은 내부 혁신을 주도하기 위한 '컨트롤 타워'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매 순간 닥치는 상황을 해결하는 것으로는 변화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시장에서의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또 단순한 상황 해결을 넘어, 미래 표준이 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에 집중할 수 있는 별도 조직이 필요하다는 관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유통업계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기존까지의 경영전략을 전면 수정해야 할 상황이 됐다"며 "지금의 경험을 자양분으로 삼아 앞으로 닥칠 수 있는 다양한 위기 상황을 먼저 예상하고 이를 극복해 나가기 위한 전략을 미리 수립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업계 전반에서 미래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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