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신·정몽규의 M&A 강행 카드…묘수일까 자충수일까


항공업계, 사스 때보다 더한 최악의 경영상황…자금조달 관심

[아이뉴스24 이연춘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영악화가 매우 심각하다. 애경그룹과 HDC현대산업개발그룹이 무사히 자금 조달을 할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하늘길이 막힌 뒤 항공업계 인수합병(M&A)을 바라보는 시장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룹의 재무 부담이 더욱 가중되면서 거액의 자금을 인수작업에 쏟아 넣는 것에 대한 회의적인 견해가 나오고 있다.

항공업계가 최악의 경영상황을 맞고 있는 가운데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과 정몽규 HDC그룹 회장의 M&A가 묘수일지 자충수가 될지 업계 안팎의 이목이 집중된다. 코로나19는 분명 예기치 못한 외부 충격으로 탈출구가 보이지 않은 항공업계의 상황에서 장 회장과 정 회장은 각각 이스타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강행했다.

'국내 여성CEO 1호' 타이틀을 거머쥔 장영신 회장은 코로나19 사태로 항공 수요가 얼어붙은 와중에도 제주항공을 통해 이스타항공 인수를 포기하지 않았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여객 감소와 환율 급등으로 1분기 대규모 영업적자가 예상되는 가운데 부채비율도 빠르게 늘고 있다. '경영위기'를 선포했던 국내 항공업계는 이달 들어 생존 여부를 가늠할 수 없는 공포감을 호소하는 지경이다.

'국내 여성CEO 1호' 타이틀을 거머쥔 장 회장은 코로나19 사태로 항공 수요가 얼어붙은 와중에도 제주항공을 통해 이스타항공 인수를 포기하지 않았다. 이번 이스타항공 M&A에 장 회장의 의지가 적극적으로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1972년 애경 경영에 첫 발을 내딘 장 회장은 굴지의 중견그룹을 키워낸 재계의 대표적 '여장부' 또는 '여걸'로 통한다.

앞서 2일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최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와 545억 원에 이스타항공 경영권을 인수하기로 최종 계약했다고 공시했다. 양해각서를 맺을 당시 공시한 인수 금액이 695억 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코로나19 사태로 20% 이상 낮게 이스타항공을 사들인 셈이다.

이스타항공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판단 하에 낮아진 인수가격에 동의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제주항공이 코로나19 사태에 계약을 두 차례 연기해 협상이 깨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레 나왔지만 결국 인수가를 깎는 선에서 합의를 봤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제주항공의 이번 M&A는 항공업계에서 진행되는 최초의 동종 사업자간 결합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인수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활용한 원가절감 ▲노선 활용의 유연성 확보 ▲점유율을 바탕으로 하는 가격경쟁력 확보 등에서 이스타항공과 시너지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항공사간 인수합병을 통해 체급을 키우면 규모의 경제효과로 중복비용 절감이 가능해서다.

HDC그룹의 정 회장 역시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시장의 우려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기업결합 신고 및 자금 마련 절차를 순조롭게 추진하고 있다는 게 HDC현대산업개발의 설명이다.

정 회장은 지난해 아시아나항공 인수 기자회견자리에서 "2조원 이상을 투입해 재무건전성을 개선한다면 부채비율을 300% 미만으로 떨어트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이미 지난해 말 기준 1400%를 넘겼다. 아시아나항공의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대규모 자금이 필요할 전망이다. 또 신규 항공기 등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가 예상된다.

현재 인수 결정을 내린 지난해 말보다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 에어부산, 에어서울의 재무상황이 나빠졌고 코로나19 사태로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어 우려의 목소리는 끊이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도 여전히 불안한 시선을 거두지 못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코로나19 여파로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업황 때문에 '승자의 저주'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미 제주항공도 지난해부터 이어진 실적 둔화에 악재가 겹치며 임금 반납, 무급휴직 등 고강도 긴축경영에 돌입했다. 인수 이후 이스타항공에 대한 추가 투자 과정에서 재무구조가 악화될 우려가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이스타항공은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국내 항공사 중 처음으로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에 들어갔다. 여객 급감은 물론 악화된 자금 사정으로 인해 항공사들이 입는 타격이 배가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아시아나항공은 엎친 데 덮인 격으로 코로나19로 대부분의 국제노선을 운항 중단하거나 감축했다. 전 직원을 대상으로 무급휴직도 진행중이다. 항공업계 전체가 채권 발행 때 국책은행을 통한 정부의 지급보증과 함께 긴급자금 지원 규모를 확대를 요구할 만큼 위기를 맞았다.

냉정한 분석도 나왔다. 항공업계가 다른 업계보다 훨씬 높은 부채비율을 유지하며 재무건전성 개선에 신경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항공컨설팅 업체인 CAPA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5월 말 국제 항공사 대부분이 파산할 것"이라며 "선별적 지원으로 주력 항공사만 살아남을 것"이란 비관적 전망도 내놨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제주항공이 결국 안정성보다 시장 재편의 기회를 선택했다"면서도 "현재로서는 중장기 구조조정 효과보다 당장의 재무 부담을 더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HDC그룹의 정몽규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시장의 우려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도 "이스타항공의 인력 효율성 제고에 많은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손익이 급격히 개선되기는 어렵다"며 "이스타항공의 현금 흐름이 단기간에 개선되지 않을 경우 제주항공의 추가 자금 투입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HDC그룹 상황도 마찬가지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신용등급을 하향검토 대상에 등재하면서 투자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신평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인한 유동성 감소와 차입금 증가는 HDC그룹의 신용등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백재승 삼성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개발업체로서의 역량 발휘를 위한 자본 확충이 더뎌질 수 있고, 신용등급 및 기존 사업 영향 최소화를 위한 유상증자 결정은 결국 주주가치에 대한 회사의 인식을 보여준다"고 했다. HDC그룹의 사세 확장이 주주들에게까지 긍정적이려면 피인수기업의 가치 제고가 필수적이지만 이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이연춘 기자 stayki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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