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X가 미래다]①4년 뒤엔 3천兆 투자…기업, 민첩해야 산다

[창간20주년 특집]'블랙스완 시대' 빠른 적응…클라우드가 출발점


거의 모든 기업들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DX)을 외치고 있다. 기업이 해당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새로운 기술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서비스와 제품을 제공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 이는 곧 고객 경험의 혁신을 의미하는 것으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그 시작점이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기업 경쟁력의 상관관계, 추진 사례 등을 짚어봤다. [편집자주]

[아이뉴스24 김국배, 최은정 기자] 두산그룹은 2022년 6월말까지 3년에 걸쳐 전체 계열사 모든 IT인프라를 클라우드 방식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클라우드 사업 중 최대 규모로 꼽힌다.

124년의 장수기업 두산이 클라우드에 '올인'하는 것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 전략을 추진하기 위해서다. 클라우드를 통해 민첩한 개발 환경을 갖추고, 시장 변화와 고객 요구에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겠다는 것. 이를 통해 미래 성장동력을 찾는다.

두산의 클라우드 도입을 지원하고 있는 이한주 베스핀글로벌 대표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미지=아이뉴스24]

◆'IT 못하는' 회사 망한다…DX가 최우선

기업들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에 속도가 붙고 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쉽게 말해 모든 사업 분야에 'IT를 녹여내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IT시장조사 업체 IDC가 발표한 '전세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지출' 보고서에 따르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투자는 매년 17.1%씩 증가해 2023년에는 2조3천억 달러(한화 약 2천93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기술 투자 가운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차지하는 비중도 53%로 절반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그야말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모든 조직의 최우선 전략이 되고 있는 셈이다.

국내에서도 두산 뿐 아니라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아모레퍼시픽, KB국민은행 등 다수의 기업들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기업들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매달리는 이유는 '더 늦어선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깔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IT를 잘하는' 회사가 기존 시장을 먹어치우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회사가 엔진만 잘 만든다고 해서 살아남기 어려운 시대가 된 것이다.

책 '디지털 매트릭스' 저자 벤캇 벤카트라만 미국 보스턴대 경영대 교수는 본지에 "모든 사업은 디지털 사업이 되고 있거나 디지털 사업과 경쟁하는 관계에 놓여 있다"며 "디지털 기술이 주는 장점으로 인해 기존의 경쟁우위는 밀려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료=IDC, 인포그래픽=아이뉴스24]

◆"클라우드, 비행기로 대서양 건너는 것"…'애자일' 조직이어야 위기 적응

전문가들은 클라우드로 전환하지 않고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성공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클라우드를 써야만 고객이 원하는 기능과 서비스를, 고객이 원하는 속도로 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루에 수백번 기능을 개선하고, 한달 내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하는 '민첩한' 환경은 클라우드에서만 가능하다.

이한주 대표는 "애플이나 화웨이는 클라우드에 있는 최고의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를 써서 고객을 분석하고, 실시간으로 영업 전략을 바꿔 나간다"면서 "자사 IT 시스템을 고집하는 기업이 있다면, 시장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배(레거시 IT)나 비행기(클라우드)나 대서양을 건너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비행기가 훨씬 더 빠르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비유했다.

더욱이 점차 빈번하게 나타나는 '블랙스완(Black Swan)' 현상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될 전망이다. 블랙스완은 일어날 것 같지 않지만, 만약 일어난다면 엄청난 충격과 파급 효과를 미치는 초대형 사건을 뜻한다. 최근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도 블랙스완에 비견되고 있다.

이 대표는 "예전에는 100년에 한번 정도 엄청난 자연재해가 발생했다면, 이제 ‘블랙스완'급 이벤트가 매년 생긴다"며 "빠른 적응만이 살 길이며, 이를 위한 '애자일'한 조직을 만드는 게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코로나19 상황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이미 실행한 기업들은 문제없이 재택근무를 실시했지만, 준비가 안 된 기업의 직원들은 떨면서 출근한다"며 "이것이 바로 속도(의 차이)"라고 덧붙였다.

◆경영진이 결단 내려야…'미루다 죽는다'

특히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추진하기 위해선 경영진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에 더해 '바텀업(bottom-up)'이 아닌 '톱다운(top-down)' 방식의 공격적인 목표 설정이 요구된다.

앤디 재시 아마존웹서비스(AWS)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12월 열린 연례 기술 콘퍼런스 'AWS 리인벤트' 기조연설에서 "경영진이 변화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가기 어렵다"며 "유기적으로 성장하는 것보다 빠르고 큰 목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범구 시스코코리아 대표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조직의 규모와 형태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며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CEO가 있느냐가 성공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CEO의 강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항상 거창한 것은 아니다"라며 "소규모 조직의 경우 원격근무를 돕는 업무용 협업 툴을 도입하거나 비용처리를 위한 앱을 다운받는 것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고도 했다.

벤카트라만 교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느리게 시작되고 가속된다"며 "지금 행동하라"고 조언했다.

또한 "기업은 그 동안 잘해온 분야에 자원을 배분하기 쉬워 정작 미래에 잘해야 할 분야에 투자가 부족해진다"며 "최고의 조건은 고위 관리자들이 과거의 추세가 미래에 그대로 지속되지 않는다는 점을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했다.

김국배기자 verme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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