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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사업 비상등 켜진 유통街, 코리아 포비아 확산에 발동동


韓 입국 제한 국가 늘어 현지 기업 활동 위축…잇따른 휴점으로 실적 타격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코로나19' 확진자 증가로 해외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는 유통업체들이 비상 상황에 놓였다. 중국 등 확진자가 급증한 곳에선 잇따른 휴점으로 매출 타격을 입고 있는 데다, 국내 확진자 급증 여파로 100개 국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다양한 입국 제한 조치가 이어져 현지 사업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6일 외교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시 기준 한국발 입국자에 대한 입국 금지 및 제한 조치를 취한 국가·지역은 총 100곳으로 집계됐다.

한국 전역에 대해 입국 금지를 취한 곳은 사우디·이스라엘·인도·몽골·터키·호주·홍콩 등 총 37개, 대구·경북 등 특정 지역을 방문한 외국인에 한 해 입국을 금지 시킨 곳은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일본·필리핀 등 6개 국이다. 다만 일본은 전날 한국인 무비자 입국 제도를 임시 중단하고 한국에서 오는 모든 여행객을 14일간 격리조치 하기로 하면서 사실상 전면 입국 금지 조치를 내렸다.

또 베트남·마카오·중국·오만 등 12곳은 시설 격리 조치를 실시 중이다. 특히 중국에선 산둥성·톈진시, 쓰촨성·베이징시 등 17개 성·시에서 한국발 여행객을 격리하고 있다. 검역 제한이나 격리 권고 등으로 제한하는 국가는 대만·러시아·미얀마·아이슬란드·영국 등 45개 국이다.

'코로나19' 사태로 한산해진 인천국제공항 모습 [사진=뉴시스]
'코로나19' 사태로 한산해진 인천국제공항 모습 [사진=뉴시스]

이처럼 한국인의 발길을 막는 국가들이 갈수록 늘어나면서 해외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는 유통업체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전 세계 하늘길이 닫히면서 필수 인력들이 현지에 들어가지 못해 기업 활동에 심각한 제약이 생기게 된 데다, 영업 활동 위축 등으로 인한 실적 악화도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일부 지역에선 '코리아 포비아' 확산으로 혐한 정서까지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재원들의 안전도 보장 받을 수 없게 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같은 상황이 계속돼 그 동안 국내 기업들이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해 추진했던 대규모 투자 계획들이 모두 물거품이 될까 걱정된다"며 "기업들은 생존하고자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전전긍긍하고 있는 반면, 정부는 각 나라의 '한국인 입국 제한 조치'에 대해 너무 안일하게 대처하는 것 아니냐"고 성토했다.

유통업계에서 해외 사업을 두고 가장 고민이 많은 곳은 롯데다. 특히 일본 정부가 한국인에 대해 '입국거부'에 준하는 입국제한 강화 조치를 내놓은 후 정부가 강력 대응을 시사하자, 불똥이 튈까 염려하는 눈치다. 또 이미 반일 프레임에 갇혀 국내 사업장에서 상당한 피해를 입은 만큼 이번 일에 좀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위기다.

롯데 관계자는 "한일 통합 경영을 하고 있지만 양국간 물적·인적 교류가 많지 않다"며 "마케팅 등 일부 교류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선 원격제어 시스템 등을 활용하면 될 듯 하지만, 이번 일에 따른 피해가 있을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앞서 신 회장이 일본 매체를 통해 밝힌 해외 사업 확장 계획도 이번 일로 다소 차질을 빚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 회장은 오는 6월 미국 시애틀에 고급 호텔을 오픈하는 데 이어 영국 호텔 인수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또 일본에서도 향후 3~4년에 걸쳐 도쿄 등에 호텔 수를 적극 늘리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화학 분야에서는 유력한 기술을 갖고 있으면서 글로벌 사업을 전개하지 않은 일본 기업을 중심으로 인수합병을 검토할 것이란 입장도 내놨다.

신 회장은 "세계 경제가 불안정하기 때문에 과거 20년간 동남아 등 개발도상국에 뒀던 해외 사업 중심을 호텔·화학 투자를 통해 선진국으로 옮길 것"이라며 "호텔 부문에선 인수·합병(M&A)을 포함해 향후 5년간 현재의 2배인 전 세계 3만 객실 체제로 확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신 회장의 계획은 당장 이달 말 개점 예정이던 롯데면세점 베트남 다낭 시내점 오픈부터 삐걱대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현지에 핵심 인력들을 파견해 오픈 마무리 작업을 하려고 했지만, '코로나19'로 출장이 사실상 어려워지면서 기존 일정대로 사업을 추진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6월 오픈하는 싱가포르 창이공항점 역시 사업 진행에 제 속도를 내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올해 해외 사업에서 매출 1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롯데면세점의 계획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다낭 시내점은 '코로나19'뿐만 아니라 작년부터 현지 라이선스 취득 등으로 문제가 생기면서 오픈 일정이 밀려 결국 이달 상반기 내 오픈으로 일정을 변경했다"며 "싱가포르 창이공항점은 관련 TF 팀원들이 입국조치가 시행되기 전에 이미 현지로 들어가 오픈 준비를 하고는 있다"고 말했다.

신 회장이 해외 시장에서 공들이고 있는 유망 스타트업 발굴도 당분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 회장은 지난해 이스라엘, 인도 등을 방문하며 유망 스타트업 기업 발굴과 향후 협력 방안을 적극 논의해 왔지만, 해당 국가들이 한국인 입국 금지 조치를 내리면서 제 속도를 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신라 모노그램 다낭 전경 [사진=호텔신라]
신라 모노그램 다낭 전경 [사진=호텔신라]

'신라 모노그램' 브랜드로 해외 첫 진출을 앞두고 있던 호텔신라도 이번 일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한국과 베트남 간 하늘길이 막히면서 호텔 오픈 초반부터 손님들을 끌어들이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호텔신라는 다음달 6일 베트남 다낭에 '모노그램 다낭'을 오픈하려고 했지만, '코로나19' 사태 확산으로 오픈 일정 연기 검토에 들어갔다. 국내 '코로나 19' 확산으로 베트남 당국이 지난달 29일부터 한국인 무비자 입국을 중단시킨 데다, 현지 항공사의 한국 노선 운항을 멈추면서 모객이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오는 7일부터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도 전 베트남 노선의 운항을 잠정 중단키로 한 상태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일단 홈페이지를 통해 오픈일인 다음달 6일부터 예약 접수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다낭시'로 불릴 만큼 한국인들이 많이 방문하던 곳인데 이번 일로 한국인 관광객들이 줄어들어 오픈을 예정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직까지 오픈 일정 변동은 없지만, 일정 연기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며 "우리는 위탁 운영사여서 결정을 하기 어렵고, 현지 오너사의 판단에 따라 움직이게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중국 등 확진자가 많은 지역에서도 현지에 진출한 국내 업체들이 어려움을 토로했다. '코로나19' 여파로 휴점이 장기화 되면서 매출 하락을 피할 수 없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감염 지역이 확대되면서 '코로나19' 발원지인 우한시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 있는 매장들도 문을 닫고 있는 추세"라며 "중국 현지에서 4월 말쯤 소강 상태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어, 일단 여기에 기대를 거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 외에 '코로나19' 여파로 해외서 혐한 기류가 조성되고 있는 것도 업체들에겐 부담이 되고 있다. 특히 베트남, 중국에선 혐한 분위기가 악화되면서 일부 피해 사례들도 나오고 있다. 이로 인해 기업들은 현지에 있는 주재원들까지 피해를 입을까 전전긍긍하는 눈치다.

또 해외 수출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들은 영업 활동에 제약을 받게 되면서 실적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돼 걱정하는 눈치다.

업계 관계자는 "일상 업무는 화상 회의 등으로 한다 해도 가격 협상이나 대규모 투자 논의는 현지 방문을 통해 가능한 일"이라며 "'코로나19'로 국내서 피해를 입고 있는 것도 모자라 해외 교류까지 막혀 막막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같은 상황이 장기화되면 해외 현지에서 입찰이 제한되는 등 상당한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며 "정부가 중국 등 다른 국가 눈치만 볼 게 아니라 외교적으로 적극 노력하는 자세를 보여야 하는 것 아니냐"고 성토했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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