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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판 다시 짜는 신동빈 회장…사업재편 가속도


유통 구조조정·온라인 강화에 호텔·화학 투자 확대…中 소비재 사업 철수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주력 사업인 유통 사업을 대대적으로 정리하는 대수술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동시에 호텔과 화학 부문은 투자를 확대하며 사업재편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또 유통사업에선 인터넷과의 융합을 강화하는 한편, 호텔·석유화학 사업을 중심으로 해외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신 회장은 5일 일본 매체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 진행한 단독 인터뷰를 통해 역대 최대 규모의 점포 구조조정 단행 등을 포함한 향후 사업 계획을 이같이 밝혔다. 신 회장이 국내외 미디어 인터뷰에 응한 것은 작년 10월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대법원에서 집행유예 확정판결을 받은 후 처음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롯데지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롯데지주]

이날 신 회장은 유통 사업이 한국 롯데그룹 전체 매출에서 약 40%를 차지하는 중요한 사업이지만, 경기 불황과 소비침체 장기화로 기존 사업으로 성장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특히 빠르게 성장하는 이커머스 업체들과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그룹 핵심 사업부문인 롯데쇼핑의 영업이익이 지난 5년간 3분의 1로 감소했다고 털어놨다.

신 회장은 "과거 점포 중심의 성공 체험을 모두 버리겠다"며 "국내 롯데마트와 슈퍼, 하이마트, 백화점 가운데 채산성이 없는 약 20%, 총 200개 점포를 올해 안에 폐쇄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롯데쇼핑은 슈퍼 563곳 중 대형점을 중심으로 20%, 롭스·하이마트 등의 점포도 전체에서 20%, 아울렛을 포함한 백화점은 71곳 중 5곳의 문을 닫는다는 방침이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기존에 발표한 3~5년 내 200여 개 점포를 순차적으로 정리하겠다는 기조에 변화가 없다"며 "사업 재조정은 올해 시작돼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신 회장은 올해 온라인 사업 강화에 주력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또 지난 정기임원 인사를 통해 그룹 계열사의 40% 가량인 22개 사에서 최고경영자를 젊은 층으로 바꾼 것도 이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신 회장은 "말로는 디지털화를 외치면서 (이전처럼) 점포 운영 중심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며 "(유통에선 여러 자회사가 운영하던) 인터넷 사업을 일원화 해 모든 상품을 가까운 (롯데) 점포에서 받을 수 있는 구조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올해 1월 중순 열린 사장단 회의에서 임원진들에게 '게임 체인저'가 되길 주문했던 것도 이 같은 신 회장의 뜻이 담겼다. 신 회장은 당시 "변화에 빠르게 대응해 미래에 대비하고자 젊은 리더들을 전진 배치한 것"이라며 "살아남기 위해 우물 안 개구리가 돼서는 안 되고 기존의 틀을 깨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이의 일환으로 롯데쇼핑은 지난 2월부터 여러 자회사가 별도로 운영하던 온라인 쇼핑몰 사업을 일원화 한 새로운 서비스 '롯데온'의 테스트 운영에 들어갔다. 이를 통해 고객들은 백화점이나 슈퍼, 하이마트 등 가까운 매장에서 롯데그룹이 취급하는 모든 제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롯데쇼핑은 이달 중 '롯데온' 서비스를 정식 론칭할 계획이다.

신 회장은 "디지털화를 추진해 현재 1만 곳 이상인 편의점 등 오프라인 매장과 인터넷의 연계를 강화해 매출 증대를 노리는 '옴니 채널 전략'을 본격화 할 것"이라며 "최고 경영진이 (디지털 분야에 대한 집중 투자를 계속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갖고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국내에서 독자적인 배송망을 토대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쿠팡에 대해선 "경쟁할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 쿠팡에 대해 "매년 100억 엔(약 1천100억 원) 이상 적자를 내도 주주로부터 보전만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더불어 신 회장은 한국 사회에 저출산·고령화가 일본 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내수만으로는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해외 시장 개척을 중요 과제로 삼고 호텔과 화학 부문 투자를 강화해 선진국을 중심으로 영역 확대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신 회장은 "세계 경제가 불안정하기 때문에 과거 20년간 동남아 등 개발도상국에 뒀던 해외 사업 중심을 호텔·화학 투자를 통해 선진국으로 옮길 것"이라며 "호텔 부문에선 인수·합병(M&A)을 포함해 향후 5년간 현재의 2배인 전 세계 3만 객실 체제로 확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신 회장은 오는 6월 미국 시애틀에 고급 호텔을 오픈하는 데 이어 영국 호텔 인수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또 일본에서도 향후 3~4년에 걸쳐 도쿄 등에 호텔 수를 적극 늘리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신 회장은 "화학 분야에선 유력한 기술을 갖고 있으면서 글로벌 사업을 전개하지 못하는 일본 회사가 많다"며 "일본 기업의 인수합병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에서 운영하던 롯데마트 [사진=장유미 기자]
중국에서 운영하던 롯데마트 [사진=장유미 기자]

여기에 신 회장은 한반도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 중국 정부의 보복으로 현지 사업을 더 이상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점도 토로했다.

신 회장은 "제과·마트·백화점 등 소비재 중심 중국 사업은 어려워졌다"며 "아직 영업 중인 백화점 2곳도 매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당분간 (소비재 관련 사업) 재진출은 생각하기 어렵다"며 "자동차 부품 공장만 빼고 다른 사업은 중국에서 완전히 철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5년 '경영권 분쟁'을 일으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관계에 대해선 "경영권에 대해 이젠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2011년부터 한국에서 회장직을 맡아왔고, 현재 일본, 한국 모두 내가 이끌고 있다"며 "한국 재벌은 이런 (가족) 문제가 많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경영권 분쟁이 드러난 후) 처음엔 기업 이미지가 떨어지는 등 영향이 있었다"며 "이젠 거의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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