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천재지변 아니라서'…수수료 부담에 두 번 우는 여행객


코로나19 등 감염병 관련 약관 부재…여행지·항공사마다 조건 달라

[아이뉴스24 서민지 기자] # A씨는 2주 전 베트남 여행을 앞두고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한국인이 격리될 수 있다는 기사를 접하고 여행사에 문의했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입국 금지'가 내려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취소가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수수료 부담이 커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여행을 다녀왔다.

# B씨는 4개월 전 여행사를 통해 몰디브 신혼여행 상품을 구매했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몰디브가 한국 일부 지역을 방문한 외국인을 대상으로 입국을 금지하면서 여행을 갈 수 없게 됐다. 항공권은 수수료 없이 취소했지만, 현지 리조트는 취소가 불가능해 결국 기약 없이 여행을 미루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한국인들의 입국을 제한·금지하는 국가가 늘어나면서 여행객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더구나 여행을 취소하고 싶어도 수수료까지 부담해야 하는 경우가 있어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3일 외교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한국으로부터 입국을 막거나 입국절차를 강화한 국가·지역은 87곳이다. [사진=정소희 기자]

3일 외교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한국으로부터 입국을 막거나 입국절차를 강화한 국가·지역은 87곳이다. 입국을 금지한 곳은 36곳, 검역 강화와 격리 등을 통해 입국절차를 강화한 국가·지역은 51곳이다.

현재 한국 국적 항공사와 여행사 대부분이 입국 제한·금지 국가에 대한 여행을 취소하는 경우 수수료를 면제하고 있다. 하지만 여행 국가와 항공사, 여행사 정책에 따라 전액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우선 한국인에 대한 입국 금지가 아닌 입국 제한 조치를 내린 국가로 떠나는 경우 약관에 맞춰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아예 입국을 막거나 격리 조치를 취할 경우 여행에 차질이 생기지만, 이외에 상황에서는 여행 자체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코로나19 관련 우려만으로는 취소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 '국외 여행 표준약관'에 따르면 '천재지변, 전란, 정부의 명령, 운송·숙박기관 등의 파업·휴업 등으로 여행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 여행 조건이 변경될 수 있다. 수수료 없이 환불이 가능하다는 것인데,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은 천재지변에 해당하지 않는다.

또한 항공사가 수수료 면제로 항공권을 취소한다 할지라도 여행사 등을 통해 예약했다면 발권대행수수료는 받지 못할 수 있다. 발권대행수수료는 이미 발권 과정에서 인건비 명목으로 지불한 것이기 때문에 항공편 탑승 여부와 상관없이 내야 하는 돈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현지 사정으로 취소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항공권 등은 수수료 없이 취소했음에도 현지 호텔이나 리조트에서 수수료를 대거 물게 하거나 취소 자체를 허용하지 않아서다. 일정 변경을 허용해주는 곳이 있긴 하지만, 이런 경우에는 막연하게 여행을 나중으로 미룰 수밖에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한국인들의 입국을 제한·금지하는 국가가 늘어나면서 여행객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조은수 디자인팀 기자]

실제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이후 해외여행 취소와 관련한 환불·위약금 분쟁도 급증하는 추세다. 공정위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1월 20일부터 2월 27일까지 '1372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해외여행 위약금 관련 민원 건수는 1천788건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배나 늘어난 수준이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지난달 26일 여행업협회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 "한국인에 대한 입국금지, 강제격리, 검역강화 조치를 결정한 나라의 경우 소비자의 의도와 관계없이 여행 자체가 불가능해진 것이니 위약금 없이 환불이 이뤄질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협회 측은 "최대한 소비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겠다"면서도 "입국금지, 강제격리 등으로 인한 여행 취소는 위약금 없는 환불이 합리적이지만, 검역강화 단계에서는 여행이 가능한 만큼 해당 국가로의 여행 취소는 일반적 약관에 따라 위약금을 부과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여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항공사, 호텔에서 취소를 진행하거나 여행사 자체적으로 취소하는 경우에는 수수료를 전액 면제해주고 있다"면서도 "항공사와 호텔에 따라 정책이 다르기 때문에 모든 상황을 맞추기엔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고객들에게 선제적으로 취소 처리를 해줬지만, 외항사나 현지 호텔들이 수수료를 면제해주지 않는 경우가 있다"며 "이런 경우 여행사가 손해를 감수하고 취소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서민지 기자 jisse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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