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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 품은 제주항공 ㊦] 지각변동 신호탄…'승자의 저주' 우려도


두 항공사 작년 적자상황…항공업황 하반기도 안갯속

[아이뉴스24 이연춘 기자] 국내 1위 저비용항공사(LCC) 제주항공이 5위인 이스타항공을 전격 인수했다. 국내 LCC업계가 신규 면허를 취득한 3곳까지 포함해 9곳으로 극심한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내려진 결정이다.

아시아나 매각에 따른 대형 항공사의 경쟁에다, LCC까지 무더기로 취항에 나서면서 항공업계의 본격적인 구조조정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나온다.

제주항공이 2일 이스타항공 경영권 인수를 최종 결정하고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어 이스타항공 최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와 545억원에 이스타항공 경영권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인수 주식수는 이스타항공 보통주 497만1천주이며, 지분비율은 51.17%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품에 안지만 넘어야 할 산도 많다. 대규모 자본투자가 진행돼야 하고, 부채비율의 급격한 변화가 수반된다는 점에서 상당히 우려스럽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품에 안지만 넘어야 할 산도 많다. 대규모 자본투자가 진행돼야 하고, 부채비율의 급격한 변화가 수반된다는 점에서 상당히 우려스럽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지난해 12월18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이스타홀딩스에 이행보증금으로 지급한 115억원을 제외한 차액 430억원은 지분 취득예정일자인 오는 4월29일에 전액 납입할 예정이다고 제주항공 측은 설명했다.

다만 시장 일각에선 이번 인수를 두고 우려의 시선을 보낸다. 당분간 항공업이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 무리한 인수는 '승자의 저주'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저비용항공사를 중심으로 올 상반기까지 실적 둔화가 이어질 수 있어서다.

실제 두 항공사는 최근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여기에 항공 업황이 좀처럼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고 있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매출은 10% 가까이 성장했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모두 적자전환했다. 일본 불매 운동과 홍콩 시위 등 해외 여행 수요 위축이 반영된 결과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지난해 실적(연결기준)을 집계한 결과 매출 1조3천840억원, 영업손실 329억원, 당기순손실 341억원을 기록했다. 연결기준 지난해 4분기는 매출액 3천94억원, 영업손실 451억원, 당기순손실 166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분기부터 일본수출규제에 따른 불매운동 여파가 본격 반영됐고, 홍콩 시위 등이 겹쳐 여행 수요가 급격히 위축된 원인으로 읽힌다. 전년 대비 악화된 환율 등 부정적 외부요인 역시 업계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쳤다.

때문에 제주항공이 이번 인수합병으로 이스타항공을 품에 안지만 넘어야 할 산도 많다. 대규모 자본투자가 진행돼야 하고, 부채비율의 급격한 변화가 수반된다는 점에서 상당히 우려스럽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이스타항공의 취약한 재무구조가 가장 큰 걸림돌로 보인다. 이스타항공은 자본 확충이 시급한 상황이다. 2018년 말 기준 이스타항공은 자본금 486억원, 결손금 266억원, 부채비율 484.4%, 자본잠식률은 47.9%를 기록했다.

이스타항공은 비상장사로 분기마다 실적 공시를 하지 않아 올해 매출이나 영업이익은 알 수 없다. 하지만 2018년말부터 시작된 단거리노선 공급과잉과 일본 불매운동 여파로 경쟁사들이 영업적자를 기록 중인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실적은 더욱 나빠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인수 후 제주항공은 경영 정상화를 위해 신주 발행을 통한 자본금 확충에 나서야만 한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저비용항공 업계 1위인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지분을 인수하면서 앞으로 항공사 경쟁구도 재편을 주도할 동력을 확보했다"면서도 "다만 이스타항공은 대규모 자본 결손(당사 추정 700억원)이 예상되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제주항공의 부담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국내 항공산업이 저가항공사를 중심으로 공급 과잉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는 점도 불안 요소라고 지적했다.

박광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역시 "이스타항공 인수를 통해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는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이스타항공의 분기별 실적을 확인할 수는 없으나 올해 초부터 보잉737 맥스8 기종 2대가 안전 이슈로 운항을 하지 못했고 여기에 일본 노선 부진까지 겹쳐 자본잠식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는 상태"라고 했다.

이스타항공의 연결 편입 후 제주항공의 수익성 악화와 이스타항공의 정상화를 위한 추가 자금 수혈 가능성 상존이 부정적인 요인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이연춘 기자 stayki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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