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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홈플러스 노조 "본사, 경영 실패 책임 노동자에 전가"


조합원 2명 동의없이 익스프레스 강제발령…회사 "정당한 경영활동"

[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홈플러스 노동자들은 회사가 팔려도 묵묵히 일했고, 사측이 제시한 부실한 마스크를 쓰고 최선을 다했습니다. 실적이 안 좋은 것은 임일순 홈플러스 대표와 MBK의 실책인데, 이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것은 안될 일입니다."

18일 오전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홈플러스 본사 앞에서 만난 정민정 마트산업노동조합(마트노조) 사무처장은 홈플러스가 직원의 의사에 반해 전환배치(전배) 조치 등을 행하는 것은 소극적 구조조정의 일종이라며 이 같이 규탄했다.

홈플러스 노조가 사측이 대상자 동의 없이 전배발령을 내렸다고 규탄하는 회견을 열었다. [사진=이현석기자]
홈플러스 노조가 사측이 대상자 동의 없이 전배발령을 내렸다고 규탄하는 회견을 열었다. [사진=이현석기자]

◆노조 "홈플러스 사측, 절차 무시하고 조합원 2명 임의발령시켜"

마트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홈플러스 사측이 서울 동대문점, 경기 시화점에서 근무하고 있는 조합원 2명을 지난 17일 자로 인근 익스프레스 매장에 강제발령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 과정에서 노사가 필히 거쳐야 할 3단계의 면담 절차도 약식으로 진행했으며, 사측이 사실상 반강제로 직원의 의사에 반하는 인사발령을 냈다고 비판했다.

마트노조에 따르면 사측은 이 같은 인사이동을 정기적으로 행해지는 인사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노조 측은 홈플러스가 매월 2회의 인사발령을 내고 있어 사실상 노동자들의 직업 안정성을 해치는 '수시 발령'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함께 이번 전배조치가 경영진의 실패를 직원에게 전가하는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는 조치라고도 지적했다.

주재현 마트노조 홈플러스 지부 위원장은 "이번 강제발령은 경영진의 경영실패와 실적 부진의 책임을 직원들에게 떠넘기는 것일 뿐이며, 실적 부진에 따른 책임을 직원에게 떠넘기는 것"이라며 "무리한 인력감축으로 정상적 매장운영이 힘들어지자 강제 전배를 통해 인력을 돌려막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현재 별도 인력을 채용하지 않고, 대형마트 노동자들을 파견 형태로 발령내는 기형적 시스템으로 인력 공백을 메우고 있다"며 "이 같은 상황을 해결하지 못하면 더 큰 '도미노 발령'이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재현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 위원장이 규탄 성명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이현석기자]
주재현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 위원장이 규탄 성명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이현석기자]

◆"MBK 파트너스, 약속한 1조 투자 진행 안 해…배당만 챙겨"

마트노조는 현재 홈플러스를 운영하고 있는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인수할 시 약속했던 1조 원 투자도 진행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회사의 당기순이익 대부분을 배당으로 가져가는 등 홈플러스를 자신들만의 이익을 위해 활용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김광창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사무처장은 "모든 노동자들은 홈플러스가 힘들 때도 회사를 믿고 묵묵히 일해 왔지만, 회사는 이런 노동자들에게 칼을 대고 있다"며 "MBK파트너스 또한 지난 2015년 7조 원에 홈플러스를 인수하며 밝혔던 1조 원 규모 투자 약속을 어겼고, 당기순이익이 2천100원에 불과함에도 2016~2017년 2년 동안 1조 원이 넘는 배당금을 가져갔다"고 밝혔다.

마트노조는 조합원 2인에 대한 강제전배 조치가 철회되지 않으면 홈플러스를 넘어 이마트, 롯데마트 등 주요 대형마트의 노조와 연대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무리한 인력감축보다는 동반 상생을 추구하는 회사의 전향적 협상 자세를 요구했다.

마트노조 홈플러스 지부 관계자는 "회사는 지금 당장 강제전배를 철회하고 당사자 2명을 원상복귀 시켜야 한다"며 "이 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시 노조는 조만간 중대결심을 채택하고, 전 조직적 투쟁 태세를 갖춰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트노조 관계자들이 규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이현석기자]
마트노조 관계자들이 규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이현석기자]

◆홈플러스 "10년 이상 동일지점 근무자 전환 배치한 것…문제 없어"

이에 대해 홈플러스는 급변하는 유통 시장 환경을 고려해 정규직 직원을 대상으로 유연한 인사 운영을 했을 뿐 법적·원칙적 문제가 없었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특히 해당 조합원 2명의 경우 오히려 기존에 근무하던 점포보다 거주지에서 가까운 곳으로 전환 배치해 인사발령 과정에서 노동자의 상황을 배려한 것임을 강조했다.

또 인사 대상자 총 150여 명을 대상으로 3회의 면담을 진행하는 등 노조와 협의한 과정들을 철저하게 준수했으며,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장으로 전환 배치된 직원 52명 중 이번 회견의 대상이 된 2명의 일방적 주장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유통업계는 대형마트를 찾는 고객이 줄고 온라인이나 가까운 슈퍼마켓, 편의점을 찾는 고객이 늘어나는 등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이 같은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대형마트 정규직 인력을 온라인 업무 및 산하 슈퍼마켓으로 전환하는 것은 회사의 정당한 경영활동이며, 회사는 거주지와의 거리를 고려하는 등 인사 대상자의 편의를 최대한 존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조 측은 지난해 풀필먼트센터 인사발령 당시에는 집과의 거리가 더 멀어서 부당한 발령이라고 주장한 한편, 이번에는 새 근무지가 집과 너무 가깝다고 부당함을 호소하고 있다"며 "이 같은 논리에 따르면 회사는 어떤 경영활동도 제대로 펼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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