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마 아가야" "슬픔 전부 버리고 돌아올게요"...'까마귀' 엄마·막내의 노래 뭉클


라벨라오페라단 2020시즌 첫작품부터 화제...'강렬한 작품' 호평 이어져

[아이뉴스24 민병무 기자] 다섯 살 때 놀이공원서 잃어버린 뒤 13년 만에 집으로 돌아온 막내(테너 서필 분)는 가족과 어울리지 못하고 자꾸 겉돈다. 먹을 것을 보면 무조건 훔치고 빼앗아 ‘까마귀’로 불려온 막내는 ‘더 삐뚤어 질거야’ 하면서 못된 짓만 골라 한다. 자신만 빼놓고 평온한 삶을 살아온 것에 복수라도 하려는 듯 가족에게 날을 세우며 위협적인 존재가 됐다.

그런 아들을 안타깝게 지켜보는 엄마(소프라노 강혜명 분) 마음은 숯검정이다. 새까맣게 탔다. 사실 엄마와 아빠는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로 생활고를 견디지 못하자 동반자살을 계획했다. 막상 실행 순간이 되자 너무 어린 막내만은 살리고 싶어 어쩔 수 없이 버렸는데, 자살이 실패해 애꿎은 아들만 잃어버렸던 것. 두고두고 마음의 빚으로 남았다.

라벨라오페라단이 7일 무대에 올린 창작 오페라 '까마귀'의 출연자들이 노래를 하고 있다. 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양석진(아빠 역), 강혜명(엄마 역), 장성일(형 역), 서필(막내 역), 한은혜(누나 역). [사진제공=강희갑 작가]

“울지마 우리 아가, 엄마가 달래줄게. 갓난아이였을 때 날보고 방긋 웃었지, 잘 잤냐고 인사하는 것처럼.” 바닥에 털썩 주저앉은 엄마는 애끓는 아리아를 토해 냈다. 다시는 너를 버리지 않겠다, 앞으로 어떤 힘든 상황이 생긴다 해도 끝까지 너를 보호하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담겨있어 울컥했다.

하지만 막내는 다시 집을 나갔다. 이번엔 버려진 게 아니라 자기 발로 나갔다. “전부 버리고 올게요, 우리의 오래된 슬픔도 전부. 꼭 돌아올게요.” 당장은 이별이지만 희망은 살아있다.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뭉클했다. 엄마와 막내의 처절한 노래는 공감을 이끌어내며 가슴을 울렸다.

라벨라오페라단의 2020년 시즌 첫 작품인 창작오페라 ‘까마귀’가 7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무대에 올라 관객의 환호를 받았다. 국내 초연임에도 세련된 작곡과 깊이있는 음악과 치밀한 연출이 3박자를 이루며 완성도 높은 작품을 선사했다.

창작 오페라 '까마귀'에서 양석진(아빠 역), 강혜명(엄마 역), 한은혜(누나 역)가 노래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강희갑 작가]

‘까마귀’는 2019 공연예술 창작산실 창작오페라 부문 올해의 신작에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선정돼 큰 주목을 받았다. 극작가 고연옥의 연극 ‘내가 까마귀였을 때’를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작곡가 공혜린이 오페라로 재해석했다. 구모영이 지휘를, 이회수가 연출을 맡았고 뉴서울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메트오페라합창단도 힘을 보탰다.

아직은 낯선 아리아와 합창이었지만 한국어 가사의 전달력 덕에 내용이 쉽게 이해됐다. 누나(소프라노 한은혜 분)와 형(바리톤 장성일 분)이 부르는 “내 잃어버린 동생. 내 잃어버린 시간. 다시 찾을 수 있다면”의 2중창은 오랜만에 마주할 동생을 기다리는 설렘을 잘 표현했고, 아빠(베이스바리톤 양석진 분)가 노래한 “날씨가 참 좋았던 그날”은 막내의 손을 놓치게 된 13년 전의 아픔을 생생하게 묘사해 절절했다. 새벽별이 뜰 때까지 막내를 계속 찾아다닌 아빠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겼다.

라벨라오페라단의 창작 오페라 '까마귀' 공연을 마친뒤 출연자와 제작진이 무대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강희갑 작가]
라벨라오페라단의 창작 오페라 '까마귀' 공연을 마친뒤 메트오페라합창단이 무대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강희갑 작가]

‘까마귀’를 관람한 관객들은 “강렬하고 뇌리에 남는 작품이었다” “가족과 인생을 뒤돌아보게 만들었다” 등의 찬사를 남겼다. 또한 "창작 오페라의 새로운 묘미를 느끼게 해줬다"는 의견도 많았다.

8일 공연에서는 소프라노 최영신이 엄마 역을, 소프라노 이정은이 누나 역을, 테너 김지민이 막내 역을 맡았다.

라벨라오페라단의 다음 공연은 제19회 한국소극장오페라축제 출연작인 키즈오페라 ‘푸푸아일랜드’로 오는 3월과 4월에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민병무기자 min6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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