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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 리스크 덫'에 걸린 이재용 2년…민간 외교관 행보 눈길


지배구조개선·신뢰 회복 주력…'뉴삼성' 성장통

[아이뉴스24 이연춘 기자] "삼성이 위기를 극복하고 국가 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도움과 성원을 부탁한다."

지난해 8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대법원이 '파기환송'을 선고하자 삼성전자의 송구하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8년 2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같은 해 8월 대법원이 서울고법으로 사건을 파기환송하면서 여전히 재판을 받고 있다. 2년째 과거 덫에 휘말려 '뉴삼성' 방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3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집행유예로 구치소에서 풀려난 이후 2년간 대내외 악재 속에서도 적극적인 경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향후 이 부회장의 향후 거취와 삼성의 경영 시계도 파기환송심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파기환송심 과정에서 재판부 재량에 따라 집행 유예형이 내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묵직한 법적 리스크지만 삼성은 겸허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부회장은 "새롭게 창업한다는 각오로 도전해야 한다"며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이 부회장의 역할은 미래 비전 확립에 그치지 않았다. 재계 1위 그룹 총수로서의 민간 경제 외교관에도 행보를 이어나갔다. 해외 네트워크 구축은 그룹 총수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로 꼽힌다. 그는 2018년 3월부터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 레이쥔 샤오미 회장 등 중국 정보기술(IT)업계 거물뿐만 아니라 무함마드 빈자이드 알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제 등 도 만났다.

지난해 그는 글로벌 정상들을 한 달에 한 번 꼴로 만나 오고 있다. 지난해 초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아부다비 왕세제와 면담했다. 같은 달에는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도 만났다. 5월에는 조지 W 부시 전(前) 미국대통령과 면담했고, 6월에는 방한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삼성그룹의 영빈관인 ‘승지원’에서 회동하기도 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는 지난해 9월에도 재차 만났으며, 이는 사우디가 추진하는 사막의 엔터시티로 불리는 ‘키디야(Qiddiya)’ 엔터테인먼트 복합단지 조성에 삼성이 뛰어드는 결실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일본이 한국에 대해 수출규제를 단행하자 이 부회장은 지난해 7월 직접 일본으로 건너갔다. 이후 현지 기업과 들을 만나 고순도 불화수소 재고를 확보하기 위한 민간 차원의 해법을 모색한 바 있다.

지난 12월에는 스웨덴 발렌베리그룹의 오너이자 스웨덴 금융그룹 SEB 대표인 마르쿠스 발렌베리 회장과 만나 양사 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발렌베리그룹은 지주회사인 인베스터AB 아래에 에릭슨(통신), 일렉트로룩스(가전), 사브(자동차), ABB(발전), 스카니아(건설장비), 아스트라제네카(제약) 등을 두고 있는 스웨덴 최대 기업집단이다.

재계에선 이 부회장의 민간 외교 행보 역할을 주목하고 있다. 각국 정상급 인사들과의 만남에서 쌓아온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정치적으로 풀기 어려운 국내·외 문제들을 풀 수 있는 물꼬를 틀 수 있다는 얘기다.

아울러 이 부회장은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D램·낸드) 불황에 따른 실적 부진,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복합위기에서도 이 부회장은 직접 리스크를 관리하는 한편 성장동력 마련에도 발 벗고 나서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가는 와중에 이 부회장은 지난해 시스템반도체분야에 133조원에 달하는 유례 없는 대규모 투자를 발표하며 시스템반도체를 삼성전자의 새 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는 비전을 제시해 주목을 받았다.

이 부회장은 '시스템 반도체 비전 선포식'에서 "메모리에 이어서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확실한 1등을 하겠다"고 다짐했고, 문재인 대통령이 '종합반도체 강국' 도약을 위해 적극적으로 업계를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힌 데 대해선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 시스템 반도체 산업의 성공을 위해서 사람과 기술에 대한 투자를 더 적극적으로 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 보면 국내에 팽배한 잘못된 선입견이 삼성의 어려움을 더욱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당성과 근거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가 대표적이다.

삼성은 겉으로 겸허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현장에서 '뉴삼성'의 미래를 찾아 나서고 있다. 이 부회장은 최근 설 연휴기간 브라질 마나우스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미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힘은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에서 나온다"며 "과감하게 도전하는 개척자 정신으로 100년 삼성의 역사를 함께 써 나가자"고 당부했다. 이어 "오늘 먼 이국의 현장에서 흘리는 땀은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는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계 일각에선 최근 몇년간 이 부회장 재판 등으로 인해 미뤄왔던 본격적인 '글로벌 전략'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고 평가한다. 앞으로 진행될 파기환송심의 부담으로 적극적인 경영 행보에 다소 차질이 있다는 설명이다.

A그룹 재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대법원 선고를 계기로 국민들에게 반성의 뜻을 밝히며 과거의 관행과 잘못에 대해 선을 그었다"며 "현재 삼성 내부에서 느끼는 위기감은 바깥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해 '위기를 돌파할 기회를 달라'고 호소할 수 밖에 없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삼성 입장에서는 '국정농단' 사태에 따른 리스크가 지난 4년간 이어지면서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는 분석이 적지않다.

B그룹 관계자는 "이 부회장을 빼면 글로벌 정·재계의 거물을 쉽게 만날 수 있는 사람이 한국에 몇이나 되겠느냐"며 "'민간 외교관'의 역할을 하며 삼성의 이익 차원을 넘어 대한민국의 이익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연춘 기자 stayki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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