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멕시코 총격사건이 게임 탓? 너무 단순한 분석"

이근우 가천대 교수 "여러 변수 복합적으로 얽혀…핵심 살펴야"


[아이뉴스24 김나리 기자] 올 초 멕시코에서 총기 난사 사고가 발생하면서 게임 유해성 논란이 다시 불거진 형국이다.

한 초등학생이 교사와 다른 학생들을 향해 총기를 난사, 본인을 포함해 2명이 숨지고 6명이 다친 가운데 멕시코 당국이 사건의 원인을 총쏘기 게임(FPS)으로 추정한 것. 가해 학생이 총격 당시 1인칭 총쏘기 게임인 '내추럴 셀렉션'이 적힌 티셔츠를 입었고, 과거 이 게임의 이름을 언급했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지난해 미국 텍사스에서 연달아 벌어진 총기 난사 사건의 원인으로 비디오 게임을 지목한 바 있다. 당시 미국 텍사스주 부지사는 "비디오 게임업계가 어린이들에게 살인을 가르친다"는 강경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종종 범죄의 원인 중 하나로 게임 중독 등이 꼽히기도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처럼 살상 등 극단적인 범죄의 책임을 게임에만 돌리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총격 사건의 경우도 게임보다 오히려 총기를 쉽게 구할 수 있는 해당 국가의 상황과 가해자의 생활 환경, 타고난 기질 등에서 문제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근우 가천대학교 법학과 교수

형사법 전문가 이근우 가천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최근 기자와 만나 "게임을 단순하게 살상 범죄의 원인으로 볼 수는 없다"며 "이는 가해자의 기질과 주변 환경, 우연적 요소 등 여러 가지 변수가 복합적으로 얽혀서 발생하는 문제"라 진단했다.

이어 "우리나라에서 미성년자 총격 사건을 찾아볼 수 없는 것은 애초에 쉽게 총을 구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무턱대고 문제의 원인을 게임으로 돌리기보다는 핵심을 정확하게 보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근우 교수와의 일문일답.

◆게임을 살상 범죄의 원인으로 보기도 하는데.

"용어 싸움이다. 어디까지를 원인으로 규정하는지에 따라 다르다. 누군가는 결과에 50% 이상 영향을 미쳐야 원인이라 하는 반면, 1~2%만으로도 원인이라 보는 사람도 있다. 따라서 원인이다 아니다를 딱 잘라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러나 게임이 유일한 원인이냐 물어본다면 그건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다. 멕시코 총격 사건도 멕시코 당국은 게임을 원인으로 지목했지만, 가해자의 가정 환경, 타고난 성향 등 다방면에서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

또 외국에서 발생하는 총기 난사 사건에는 특이한 종교적 신념, 백인 우월주의 등 다양한 원인이 있다. 혼자 죽기 무서워서 누군가와 같이 죽으려하는 공격형 자살의 형태일 수 있다는 부분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물론 게임을 오래하다가 총을 쏠 때 느끼는 쾌감을 학습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학습보다 중요한 것은 선택이다. 많이 했다고 무조건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

실제로 형사 정책 분야에서 보면 차별적 접촉 이론, 혹은 선택적 접촉 이론이라는 내용이 나온다. 80년 정도 된 이론인데 여기에 따르면 모방은 선택적으로 이뤄진다. 오래 접했다고 다 모방하는 것은 아니다. 가령 의사 아버지에 교수 어머니를 둔 학구적인 집안에서 자란 아이에게 불량배를 숭배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인생을 통틀어 더 자주 접한 것은 부모인데 불량배를 숭배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보고 배운 게 중요하다는 학습 이론이 우세했다. 그러나 이처럼 학문적으로 소년범을 연구하면서 부유한 집안에서 깡패를 동경하는 아이가 나오고, 빈민가에서 목사가 되는 아이가 나오는 사례들이 밝혀졌다. 단순히 많이 접했다고 다 수용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수용자 스스로가 동경하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지, 접촉하는 시간이 많다고 해서 무조건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다.

사실 게임을 접하는 시간만 따지면 게임을 가장 많이 하는 것은 프로게이머다. 그러나 아무 사고 없이 잘 지내는 프로게이머들이 대부분이다. 총쏘기 게임을 하는 사람들은 전 세계 수십만 명인데, 총기 난사 사건 발생 수는 제한적이다. FPS 게임 상위 랭킹인데도 건전히 사는 사람들이 많다. 대량 살상이 벌어지는 이슬람의 경우도 FPS를 많이 해 그 같은 전쟁을 벌이는 게 아니지 않나. 확률상으로도 게임을 살상 범죄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하기 어려운 이유다.

특히 멕시코 총격 사건의 경우, 범죄의 원인으로 게임을 탓하기 전에 미성년자가 그 총을 어떻게 구할 수 있었냐부터 따져봐야 한다. 중요 포인트는 미성년자가 게임을 많이 했다는 게 아니라 미성년자가 어떻게 총을 구했냐는 것이다. 결국 미성년자로 하여금 총을 쉽게 구할 수 있게 한 그 나라 상황이 가장 잘못된 것이라 볼 수 있다.

게임을 원인으로 몰기 이전에 문제의 핵심을 봐야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우리나라만 봐도 게임을 많이 하는 미성년자가 많지만 총격 사건은 일어나지 않는다. 총을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사일을 쏴서 사람들을 죽이는 게임이 있지만, 이를 아무리 많이해도 실제 일반인이 미사일로 누군가를 죽이는 것은 보기 힘들다. 일반인이 미사일을 구하는 게 거의 불가능한 까닭이다.

부모가 게임에 빠져 아이를 방치해 죽음에 이르게 한 사건도 마찬가지다. 이 역시 결국 부모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 부모가 돼 발생한 문제다. 게임이 아니더라도 술을 먹다가, 도박을 하다가 아이를 방치해 죽일 수도 있다. 종교에 빠져 아이를 죽게 하기도 한다. 게임은 문제의 원인이 아니라 중간 결과처럼 도중에 튀어나온 것일 뿐이다."

◆지난해 강서구 PC방 살인 사건도 게임이 원인으로 거론됐다.

"PC방 살인 사건 역시 게임이 원인이 돼 발생한 사건이라고 딱 잘라 말할 수 없는 케이스다. 이 사건은 전형적인 '묻지마 살인'으로, 큰 틀에서 보면 오히려 한강 토막 살인 사건과 유사하다. 두 사건 다 가해자와 피해자는 모르는 사이였고, 가해자가 피해자로부터 '무시당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한 사건은 피해자가 종업원이고, 다른 사건은 가해자가 종업원이라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즉, PC방과 모텔이라는 장소가 중요한 게 아니라 하필 PC방에서, 모텔에서 트리거가 되는 그런 계기를 만난 것이다.

그럼에도 PC방 살인 사건은 장소가 게임을 하는 공간이었다는 이유만으로 게임 때문에 살인을 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만약 게임이 실제 살인의 주된 원인이라면, PC방에서 게임을 즐기던 이용자에 의한 다른 살인 사건도 많이 나와야 한다. 하지만 통계적으로 보면 PC방 살인보다 술집이나 길가 등에서 발생한 살인이 훨씬 많다. 살인 사건의 절반 이상은 가해자가 아는 사람인 경우다. 전남편 등 피해자와 가까웠던 사람이 범행을 저지르는 게 대다수다. 묻지마 살인 자체는 원래 발생률이 높지 않다. 특이 사례라 기억에 잘 남을 뿐이다.

따라서 PC방 살인 사건은 한마디로 게임과 엮을 부분이 있어 그 부분만 크게 부각된 것으로 봐야 한다. 그러나 이로 인해 사람들의 인식 속에 PC방이 범죄의 온상으로 여겨지게 됐고, 게임은 살인의 주된 원인처럼 자리잡았다.

이를 개선하려면 관련 연구가 많아져야 한다. 현재 이런 얘기가 매번 나오는 것은 결국 구체적인 연구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게임이 살인과 같은 범죄를 유발하기 보다 오히려 분노를 해소해줬을 수도 있지만 관련된 연구가 많지 않다. 이에 대한 연구가 더 활발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라 본다."

◆게임의 폭력성 문제도 자주 거론된다.

"폭력성으로 문제를 제기하고자 하면 끝이 없다. 유아용 게임에서 요술봉으로 괴물을 때리는 것도 폭력적 행태다. 게임 속에서 적을 처단하는 것은 게임의 매커니즘 그 자체다. 게임 폭력 문제는 부모들이 과잉반응하는 경우가 많다고 봐야 한다.

사실 부모가 자식에게 이렇게 관심을 갖고 키우는 것은 오래된 문화가 아니다. 오히려 과거에는 아이는 유모가 키우고 부모는 사랑채에 살았다. 양반이 아니더라도 부모가 밭일 등을 하러 나가야 했기 때문에 자식을 간섭할 시간이 없었다. 지금처럼 부모가 자녀에게 간섭하는 것은 현재 우리가 새롭게 만들어나가고 있는 문화다.

물론 부모 마음에 조심시키고 싶을 것이고, 실제 조심하면 좋은 것도 있다. 다만 지나친 것은 문제다. 너무 호들갑을 떠는 것도 아이들을 무시하는 행위다. 로미오와 줄리엣도 어떤 관점에서 보면 자살 조장이다. 춘향전은 미성년자 일탈이다. 그러면 이제 아이들이 로미오와 줄리엣, 춘향전을 읽는 것을 금지할 것인가."

◆그렇다면 진짜 원인을 개선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결국 가정과 학교다. 예전에는 동네에 이상한 아이가 있으면 주민들이 나서서 야단쳤다. 동네 어른들이 교정의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문제 청소년들 중에는 조손 가정이거나 보호자 및 양육자가 아이를 제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사회가 교정의 기회를 대신 제공해야 하지만 현재는 그렇지 못하다보니 문제가 나타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이들을 입시로만 줄 세우는 것도 해결해야 한다. 청소년들이 왜 게임에 빠지는지를 따지기 전에 스트레스를 해소할 만한 다른 창구가 없다는 점부터 살펴봐야 한다. 게임보다 더 재밌는 것을 주면 아이들은 거기에 빠진다. 그 대안이 없는 아이들이 게임에 과몰입하는 것이다. 공부가 재미없는 아이들이 있다. 이 아이들에게는 가급적 국가와 사회가 공부가 아닌 다른 것을 해서도 잘 살아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는 게 급선무다."

김나리기자 lor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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