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공룡'과 '괴물' 사이에 선 GA


[아이뉴스24 허재영 기자] 최근 보험법인대리점(GA)이 보험업계 논란의 중심에 섰다. 막강해진 영향력을 앞세워 보험사에 이른바 '갑질'을 하는가 하면 불완전판매 등 각종 모집질서 혼탁행위들이 적발된 것이다.

GA(General Agency)란 보험사와 계약을 맺고 보험 판매를 전문으로 하는 대리점을 말한다. 일종의 '보험 백화점'이라 봐도 무방하다.

1990년대까지 보험시장의 판매채널은 전속설계사 뿐이었다. 다른 채널이 존재하지 않아 이들의 숫자가 시장점유율을 결정했다. 2000년대 들어서자 GA, 방카슈랑스, 텔레마케팅(TM)·온라인(CM) 채널 등이 생겨났다.

이중 GA채널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여러 보험사의 다양한 상품을 비교한 뒤 가입할 수 있고, 설계사 입장에서도 폭 넓은 보험상품을 취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 파격적인 수수료율을 무기로 설계사들을 대거 흡수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GA소속 설계사수는 40만명으로 보험사 전속설계사수(18만명)보다 약 두배 이상 많다. 여전히 대면채널의 비중이 절대적인 보험업계에서 설계사의 수는 곧 핵심 경쟁력이다. GA는 설계사들을 앞세워 매출을 올리며 급성장했고, 보험사들은 GA채널 공략을 위해 시책 경쟁을 벌였다.

2018년 소속 설계사 100명 이상인 중대형 GA 총 178개가 보험 판매 수수료로만으로 벌어들인 돈은 6조934억원으로 2017년 대비 17% 증가했다. GA업계 1위인 지에이코리아의 매출은 2017년 5천305억원에서 2018년 5천748억원으로 443억원 늘었다. 지난해 상반기에만 3천209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당기순이익도 100억원을 넘어섰다.

2018년부터는 GA가 전체 보험상품 판매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는 등 보험사 매출을 좌지우지하는 존재가 됐다. GA가 특정 보험사 상품을 집중적으로 판매하거나 불매할 경우 보험업계 순위까지 요동칠 수 있는 것이다. 일부 중소형 보험사들은 GA 없이는 사실상 영업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한편 이러한 급성장의 이면에는 '갑질'과 불완전판매 등 각종 부작용도 드러났다.

갑질의 대표적인 사례가 GA 소속 설계사 해외여행 경비 지원이다. 일부 GA가 매년 우수 설계사 600~800명에게 해외 여행 시상을 하면서 보험사에 수십억원 규모의 여행경비를 요구했고, 보험사들은 이들의 영향력을 두려워해 경비를 지원한 것이 최근 금감원에 적발됐다.

양적 성장에만 급급하면서 매출실적을 과장하기 위해 대규모 허위 계약을 작성하는가 하면 고소득 전문직에 대한 특별이익 제공, 불완전판매, 무자격자에 대한 모집위탁, 수수료 부당지급 등 각종 모집질서 위반 행위들도 확인됐다.

이에 당국은 과도한 모집수수료를 문제의 원인으로 보고 설계사 모집수수료 체계를 개편했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보험업감독규정 일부개정안’을 의결해 현재 1700%에 달하는 모집수수료를 1200%로 축소하고, 선지급대신 분할지급방식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또한 금감원도 향후 GA의 위법행위에 대해 무관용의 원칙을 적용해 엄정 제재하겠다고 나섰고, 영업전반에 대한 지속적인 검사와 보험사와의 연계검사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보다 못한 당국이 나섰지만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GA 내부의 자정노력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보험은 단순한 수익성 상품이 아니다. 위험을 보장하기에 상품 판매의 근간에는 소비자의 신뢰가 있어야 한다. GA는 소비자의 신뢰를 잃고 있다. GA는 보험업계의 '공룡'인가 '괴물'인가. 답은 GA에게 달렸다.

허재영기자 hurop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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