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조'의 기회비용…자동차업계, 새해부터 파업에 시름시름

車업계 누적손실 현대차 수소전기차 투자금액과 맞먹어


[아이뉴스24 이연춘 기자] 지난 11년간 자동차산업 파업으로 인한 누적 손실액이 7조6천억원에 달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는 현대자동차그룹과 협력사가 2030년까지 수소전기자동차 50만 대 생산 체제를 구축하는 데 들어가는 투자금액과 맞먹는다.

국내 자동차업계가 새해부터 노사갈등으로 뒤숭숭한 분위기다. 맏형인 현대자동차를 제외한 모든 완성차 업계가 노사가 충돌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임금 문제를 두고서 회사와 노동조합이 충돌했고 쌍용자동차와 한국GM자동차는 노동자 고용 문제로 마찰을 빚고 있다. 문제는 노사 갈등에 멍드는 사이 한국의 자동차 산업 경쟁력은 날로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때문에 올해 업계가 신차를 앞세워 10년만에 무너진 '400만대 생산'을 회복할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 나왔지만 노조의 무분별한 파업으로 빛이 바라고 있다.

르노삼성차 노사는 지난해 임금단체교섭 과정에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채 갈등을 겪었다. 노조는 지난달 20일 야근 근무조부터 파업에 돌입한 이후 최근까지 게릴라식 파업을 벌이고 있다. 사측은 부산공장의 부분 직장폐쇄로 맞서기도 했다.

현재 르노삼성차 노동조합이 파업을 일시 중단하고 작업장 복귀를 선언했다. 그러나 평화기간을 갖고 성실교섭을 하자는 사측의 요구에는 묵묵부답인 상태다. 사측은 노조가 언제든 기습파업을 재개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어 공장 정상가동까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사측은 언제든 파업이 재개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 8일에도 협상 도중 게릴라 파업을 결정하면서 공장 가동에 타격을 입혔다. 사측이 당장 직장 폐쇄 조치를 철회하기 힘든 이유기도 하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노조의 기습파업으로 회사뿐만 아니라 협력업체도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노조가 진정성을 가진다면 평화기간 설정에 동의하고 협상에 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쌍용차는 10년 전 옥쇄파업 사태 당시 해고한 노동자들의 복직을 둘러싸고 연초부터 어수선하다.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이 2018년 9·21 합의에 따라 지난 7일 평택공장에 출근할 계획임을 밝히자 사측은 경영난을 호소하며 부서배치까지 시간을 더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쌍용차는 9·21 합의에 따라 해고자 119명 가운데 60%를 2018년 말까지 복직시키고 나머지는 지난해 상반기까지 복직 시켜 6개월간 무급휴직으로 전환한 후 연말 부서 배치를 완료하기로 했다.

하지만 최근 경영난을 이유로 마지막 남은 46명에게 당장 부서배치나 근무 투입은 어렵고 무급휴직 상태에서 유급휴직(급여 70% 지급)으로 전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쌍용차 관계자는 "실적 부진으로 해고자 부서배치는 당장 이행하기 어려운 상황"라며 "다만 작년 7월 복직 후 6개월간 무급휴직 기간이 만료됐으므로 이달부턴 유급 휴직으로 전환하는 수준에서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는 말밖엔 할 수가 없다"고 했다.

한국GM은 최근 출시한 신차 '트레일블레이저' 신차발표회에서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과 김성갑 민주노총 금속노동조합 한국GM지부장이 손을 맞잡았다. 김 지부장은 "지난해까진 구조조정 등으로 인해 노사관계가 대립적·적대적일 수밖에 없었지만, 올해는 상호 간 합의한 경영 정상화를 위해 노사가 힘을 모아 같이 갈 것"이라고 했다.

다만 실제 한국GM은 위기에 직면해있다. 2018년 군산 공장 폐쇄로 시작된 노사 갈등의 골은 작년 임단협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노조는 작년 회사 출범 이후 처음 전면 파업을 감행했다. 한국GM의 작년 생산량은 40만9천830대로, 전년보다 7.9% '뚝' 떨어졌다. 김 위원장은 "오는 3월 협상을 재개해 마무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기본급 문제로 노사가 충돌하며 부분 파업에 들어갔던 기아차 노조는 찬반투표를 통해 '2019 임금 및 단체협약' 잠정합의안을 가결시켰다. 앞서 17일 기아차에 따르면 전국금속노조 기아차지부는 조합원을 대상으로 임단협 2차 잠정합의안에 대한 투표를 실시, 59.5% 찬성으로 가결시켰다. 총원 2만9천281명 중 2만7천923명이 투표에 참여, 1만6천575명(59.5%)가 찬성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말 생산라인 근무 중 와이파이 제한 조치로 인한 노조와의 마찰이 완전히 봉합되지 않았다. 새해 들어 특별한 갈등 상황은 빚어지지 않고 있지만, 새 집행부 출범과 함께 문제가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자동차업계의 생산량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연 400만대 붕괴가 예상되는 가운데 노조가 눈앞의 이익에 급급해 공멸의 길을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 2008∼2018년 자동차산업 파업으로 인한 누적손실액이 7조6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현대차 그룹과 협력사들이 2030년까지 수소차 50만대 생산체계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투자액에 해당한다.

김동배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난 21일 서울 서초3동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서 열린 '제8회 자동차산업 발전포럼'에서 "노사관계 악화로 국내 자동차업계에서 파업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같은 기간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파업이 없었고, 폭스바겐은 2018년 발생한 2시간 파업이 전부였다"고 꼬집었다.

이연춘기자 stayki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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