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원 자성체 비밀 한꺼풀씩…스핀 반도체 시대 앞당긴다

IBS-포스텍-KIST 연구진, 2차원 자성체 연구 잇달아 발표


[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 전자의 전하를 이용하는 일렉트로닉스 시대를 넘어 전자의 스핀을 정보화하는 스핀트로닉스 시대를 앞당길 연구결과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잇달아 발표돼 주목된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자제어 저차원 전자계 연구단(단장 염한웅)은 김준성 연구위원(포스텍 물리학과 부교수)과 포스텍 화학과 심지훈 교수, 신소재공학과 최시영 교수를 비롯한 국내 공동 연구진이 상온에서 자성을 띠는 철-게르마늄-다이텔루라이드(Fe4GeTe2)를 설계·합성하고, 이를 수 나노미터 두께의 얇은 층으로 떼어내 2차원 자석을 만들었다고 19일 발표했다.

IBS-포스텍 공동연구진이 개발한 2차원 자석. Fe4GeTe2 결정사진. [IBS]

연구진이 만든 2차원 자석은 '전기가 통하는 2차원 자성체'를 계산에 의해 '설계'하고 이를 '합성'까지 해 낸 것으로, 특히 상온에서 강자성을 띠는 2차원 물질의 합성에 성공함으로써 차세대 스핀트로닉스 소자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스핀트로닉스 소자는 전자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각운동량(스핀)을 정보 저장과 처리의 기본단위로 사용하는 소자를 말한다. 전자가 가진 전하 정보를 사용하는 현재의 일렉트로닉스 소자보다 전력소모가 적고 반응속도도 더 빠르며, 정보의 저장과 처리를 동시에 할 수 있어 차세대 소자로 주목받고 있다.

2차원 물질이란 두께가 거의 없이 원자 한 층으로만 이뤄진 물질로 스핀 정보를 생성·전달·조절할 수 있는 핵심 소재로 꼽힌다. 그래핀이 대표적인 2차원 물질로 정보의 '전달' 에 강하다. 스핀 정보‘생성’을 위해서는 강자성을 띠는 2차원 물질, 즉 2차원 자석이 필요하다. 하지만 강자성을 띠는 2차원 물질은 매우 드문데다 대부분 전기가 흐르지 않거나 극저온에서만 자성이 발현돼 활용 가능성이 적었다.

연구진은 결합이 약해 한 층씩 떼어낼 수 있는 반데르발스 물질 중 철(Fe)원자가 포함된 물질에 주목했다. 철 원자 때문에 자성을 띠면서 전기가 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자구조 계산을 통해 1만1천개에 이르는 철 기반 후보물질을 탐색한 끝에 2차원으로 분리할 수 있는 반데르발스 물질 후보 3개를 찾아냈고, 그 중에서 Fe4GeTe2를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개발된 물질의 특성을 측정한 결과 이 물질이 강자성을 나타내는 온도는 0~10℃로, 기존 2차원 자석이 –200~-50℃ 부근에서 자성을 띠는 데 비해 매우 높았다. 수 나노미터 두께 층으로 떼어냈을 때도 강자성이 그대로 유지됐고, 스핀 상태가 열에 쉽게 변하지 않아 스핀 정보 보존에 유리하다. 또한 다른 2차원 물질과 쉽게 결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어 향후 서로 다른 2차원 물질을 접합해 만들어질 스핀정보소자 연구에 활용이 기대된다.

김준성 연구위원은 “물질 설계와 합성, 소자 제작 및 측정을 아우르는 이번 연구는 국내외 다양한 분야 연구진의 협업으로 가능했다”며“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자성이 더 강한 2차원 물질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지에 18일 새벽 4시(한국시간) 온라인 게재됐다. (논문명 : Nearly room temperature ferromagnetism in a magnetic-metal-rich van der Waals metal)

양자계산 기반 물질 설계 및 신물질 합성 모식도. (왼쪽) 2차원 자석 설계를 위해서는 반데르발스 구조와 강자성을 동시에 고려할 필요가 있다. (가운데) 철, 텔루륨, 게르마늄의 상대적인 비율에 따른 물질 분포도. 녹색 선은 게르마늄 대 텔루륨 비율이 1:2가 되는 조건인데, 선 위의 숫자 3,4,5는 해당 지점에서의 철 원자 비율을 나타낸다. 이 중 사각형 '3'(Fe3GeTe2)은 이미 구조가 알려져 있었고 자성을 띠는 온도가 극저온이다. 연구진은 '4', '5', '6' 의 구조를 새롭게 예측했다. 합성에 성공한 것은 도형 '4'(Fe4GeTe2)다. (오른쪽) 예측한 Fe4GeTe2의 구조와 실제 합성된 물질 사진. [IBS]

같은 날 KIST 스핀융합연구단의 장차운, 최준우, 류혜진 박사팀은 기초과학연구원(IBS) 강상관계물질연구단 박세영 박사팀과 공동연구로 반데르발스 자성체의 자성특성을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KIST-IBS 연구팀은 IBS-포스텍 연구팀이 합성한 물질보다 철 원자가 하나 적은 FGT 반데르발스 물질(Fe3GeTe2)을 대상으로 자성 특성을 효율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방법과 원리를 찾아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실험적으로 전자의 개수를 조절하며 자성체를 관찰한 결과, 반데르발스 자성체(FGT)의 특성 변화가 자성체 내부에서 자화 방향에 따라 에너지가 바뀌는 자기이방성(Magnetic anisotropy) 현상 때문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KIST 류혜진 박사는 "반데르발스 자성체의 특성을 밝혀내 스핀트로닉스 소자로 응용하기 위한 연구"라면서 “향후 반데르발스 자성물질과 다른 반데르발스 물질들의 이종 접합구조를 이용해 보다 다양한 특성의 반도체 신소재 개발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나노레터스(Nano Letters)' 최신 호에 게재됐다.(논문명 : Controlling the Magnetic Anisotropy of the van der Waals Ferromagnet Fe3GeTe2 through Hole Doping)

동시에 발표된 두 연구 모두 2차원 반데르발스 물질을 스핀트로닉스 소자로 활용하기 위해 상온에서 강자성을 띄게 만들기 위한 과정이다.

이론적으로 실리콘보다 100배 이상 빠른 정보처리가 가능한 스핀 소자의 구현이 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최상국기자 skcho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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