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한수연 기자]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에 모처럼 대어(大魚)급 기업들이 상장을 앞두면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증시 침체로 상장 철회가 잇따랐던 IPO 시장은 올해 공모금액 4조원을 가뿐히 넘길 것이란 전망이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에는 SK바이오팜과 CJ헬스케어, 카카오뱅크, 호텔롯데 등 공모금액이 조 단위인 대어들이 상장에 나설 예정이다. 여기에 소부장(소재·부품·장비)과 핀테크 기업에 대한 금융당국의 상장요건 완화로 공모규모는 더 불어날 가능성이 높다.
올해 대어급 IPO의 첫 타자는 지난해 말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SK바이오팜이 꼽힌다. 이 회사는 SK가 지분 100%를 보유한 신약 개발사로 작년 11월 뇌전증 치료 신약인 '엑스코프리'가 미국 FDA(식품의약국) 허가를 받으면서 주목을 받았다.

현재 기업가치는 5조원 이상, 공모금액은 1조원 이상으로 대표 주관은 NH투자증권과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이 맡았다. 대기업 계열사란 프리미엄과 함께 실적 기대감까지 있어 상장 후 제약·바이오 업종의 투자심리 회복도 점쳐진다.
CJ헬스케어 또한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 JP모건을 대표주관사로 선정하고 올해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기업가치가 2조원대로 평가되는 CJ헬스케어는 공모금액이 1조원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건강관리 업종의 투자심리 개선 여부도 시장의 중요한 관심사다.
카카오뱅크와 호텔롯데는 하반기 상장이 기대되는 대어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지난 3일 이용우 공동대표가 '범금융 신년 인사회'에 참석해 "올 하반기 IPO를 하려고 한다"고 언급하면서 상장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출범 당시 3천억원 수준이던 카카오뱅크의 자본금은 세 차례의 유상증자를 거쳐 현재 1조8천억원으로 불어났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금융당국의 승인으로 카카오로의 최대주주(지분율 34%) 전환도 완료했다. 산업자본이 은행의 최대주주가 된 첫 사례다. 시장은 카카오뱅크의 예상 공모규모를 1조원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호텔롯데는 올해 IPO 최대어로 거론된다. 롯데그룹은 앞서 지난 2016년 호텔롯데의 상장을 추진하다가 철회한 바 있다. 최근 롯데가 '재무통'으로 불리는 이봉철 사장을 호텔&서비스 BU(Business Unit)장으로 선임하면서 상장 기대감이 다시 커지고 있다. 호텔롯데의 공모금액 또한 조 단위가 될 전망이다.
한편 올해 또 하나의 대어로 알려졌던 태광실업은 상장시기를 내년 이후로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충분한 사전작업을 한 이후 본격적인 상장 준비에 돌입할 방침이다.
이들 4개 업체만 상장에 성공해도 올해 IPO 공모금액은 4조원을 훌쩍 넘게 된다. 여기에 당국의 소부장 기업 심사우대와 기술평가 부담 완화로 다양한 상장트랙 시스템이 가동돼 공모규모 뿐 아니라 업종 다변화 가능성도 커졌다.
현재 소부장 기업은 다른 상장예비심사 청구 기업보다 우선해 상장심사를 받을 수 있다. 심사기간도 45영업일에서 30영업일 내외로 단축됐다. 특히 기술특례상장의 경우 2개 평가기관으로부터 A등급+~BBB 등급 이상의 평가를 받아야 하는 일반적인 경우와 달리 1개 평가기관에서만 A등급 이상을 받으면 상장자격이 주어진다.
나승두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한·중·일 정상회담으로 일부 화해 분위기가 형성되긴 했지만 일본의 무역규제에서 시작된 소부장 국산화 기조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므로 이들 기업의 상장환경은 매우 우호적인 편"이라며 "평가절차 간소화와 기준 완화로 인한 비용절감 효과는 소부장 기업들의 상장을 유인할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우리나라 대표 IT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선방중인 만큼 그간 잠잠했던 전방산업의 투자 재개로 소부장 기업의 수혜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상장을 통한 공모자금 유입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증시 환경이 지난해보다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굵직한 매물들을 필두로 상장심사 청구를 하는 기업들이 급증하고 있다"며 "핀테크 등 신기술 위주의 혁신기업에 대한 문턱도 낮아져 코스닥 IPO도 활황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수연 기자 papyru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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