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육감' 지구자기장 기억…초파리는 굶으면 태어난 곳 찾아간다

경북대 채권석 교수 연구팀, 초파리 실험으로 지구자기장 기억 규명


[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 철새나 바다거북, 연어 등이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돌아올 수 있는 것은 몸에 기억된 지구자기장 위치정보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세균부터 포유동물 및 인간에 이르기까지 약 60 여 종의 생명체가 지구자기장을 감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언제 지구자기장을 기억하고 어떻게 지구자기장을 이용하는지, 후손에게 유전되는지 등은 밝혀지지 않았다.

경북대 생물교육과 채권석 교수 연구팀은 초파리를 이용한 7년간의 실험 끝에 동물이 지구자기장을 각인하고 후손에 전해주는 메커니즘에 대한 단초를 규명했다고 밝혔다. 실험결과는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12월30일 게재됐다.

경북대 채권석 교수(교신저자, 왼쪽)와 오인택 대구 경상고/진량중 과학교사(제1저자, 오른쪽)[한국연구재단 제공]

연구팀은 다양한 실험을 통해 초파리의 지구자기장 각인이 어느 시기에 이루어지는지, 어떤 조건에서 각인된 기억에 의한 행동이 발동하는지, 유전이 되는지를 확인했다.

실험결과 초파리는 산란된 지 여섯 시간에서 아홉 시간 사이의 알(egg) 시기에 노출된 특정 지역의 지구자기장을 각인하며, 성체(adult) 초파리가 된 이후 30시간 정도 굶으면 알 시기에 노출됐던 자기장 쪽으로 이동하는 것이 관찰됐다. 또한 부모가 모두 동일한 지역의 지구자기장 기억을 갖고 있을 경우 1세대 후손에게 기억이 유전되는 것도 확인했다.

각인된 초파리라도 굶지 않은 상태에서는 각인행동이 나타나지 않았으며 태어난 지역의 자기장이 아닌 다른 지역 자기장에는 반응하지 않았다. 산란후 6시간에서 9시간 사이가 아닌 다른 시기에 자기장에 노출된 초파리나 ‘밴쿠버자기장’, ‘마드리드자기장’을 각인한 초파리는 굶어도 대구자기장 쪽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또한 지구자기장 각인행동은 수컷보다는 암컷 초파리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 실험을 통해 ▲동물은 성장의 특정 시기에 지구자기장을 각인, 기억할 수 있으며 성체가 된 후 동일한 자기장에 반응할 수 있다 ▲부모 세대의 지구자기장 각인은 일정한 세대까지 후손에 유전될 수 있다 ▲지구자기장 정보를 각인해 먹이 탐색 등에 이용할 수 있다 ▲기존의 연구결과를 고려하면, 지구자기장을 감각하는 인간도 지구자기장을 각인하고 이를 특정 기능에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시사점을 도출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70년대에 자기감각(magnetoreception, magnetic sense) 연구가 시작된 이래 50여 년간 미해결 문제 중 하나였던 지구자기장 각인과 그의 유전, 각인의 생물학적 기능에 대한 실험적 증거를 보고한 것으로, 보편적 현상으로 동물에 적용하기에는 이르지만 향후 고등동물에서의 기초연구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자연의 지구자기장 세기 지도. 대구광역시 팔공산 기슭, 한 임야 지역에서 보행 궤적을 따라 실측한 지구자기장 세기. 지구자기장은 그림에서처럼 지역, 장소에 따라 큰 편차를 보인다. 지도에서 지구자기장 세기는 색깔의 진한 정도에 비례한다. [연구진 제공]

◇논문명 : Behavioral evidence for geomagnetic imprinting and transgenerational inheritance in fruit flies

◇저자 : 오인택(제1저자/경북대), 권혜진(경북대), 김형준 박사(한국뇌연구원), 김수찬 교수(한경대), 케네뜨 로만 교수(노스캐롤라이나大), 채권석 교수(교신저자/경북대)

최상국기자 skcho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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