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은희 기자] “공연할 때 행복하기만 하긴 굉장히 어려워요. 아주 고통스러운 순간이 지나야 잠깐 행복이 오는데 이 작품은 스토리가 재밌다보니까 즐겁게 작업하게 돼요.”
배종옥은 2016년에 이어 3년 만에 또 다시 연극 ‘꽃의 비밀’ 무대에 올라 관객들에게 웃음을 주고 있다. 코미디 연기가 하고 싶던 시기에 박정미 파크컴퍼니 대표의 추천으로 2015년 ‘꽃의 비밀’ 초연을 본 후 장진 연출에게 출연 의사를 밝히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소심한 듯 보이지만 늘 술에 취해 고래고래 노래를 부르며 극의 웃음을 담당하는 털털한 주당 ‘자스민’ 캐릭터에 매료돼 장 연출에게 콕 집어 자스민 역을 달라고 했다. “장 연출이 처음엔 제가 그 역할을 못할 거라며 소피아를 하라고 했어요. ‘그럼 안한다’고 해서 울며 겨자먹기로 따낸 배역이에요.”
재연과 삼연을 올리기까지 배종옥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 배종옥은 “장 연출이 사석에서 안하겠다고 하더라”며 “나 스케줄 싹 다 뺐는데 빨리 하자’ 이렇게 밀어붙여서 재연을 했고 이번에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공연에 대한 부담이 없는 건 아니지만 재밌는 작품을 하다보니까 공연 하는 것도 정말 재밌었어요. 관객들이 즐거워하시니까 그런 모습을 보는 게 보람차더라고요. 나이 들면 넋 놓고 웃을 일이 없어요. ‘공연을 보면서 3년 웃을 거 다 웃고 갔다, 너무 재밌었다’ ‘재밌어서 배꼽이 빠지게 웃었고 너무 고맙다’ 이렇게 애기하시니까 배우로서 그런 보람을 처음 느껴봤어요. 저한텐 신선한 충격이었어요.”

그는 “캐릭터 안에 있을 때 사람들이 ‘쟤 진짜 웃기다’ 실소가 나오는 그런 캐릭터기 때문에 연기를 너무 하면 이상해진다”며 “워낙 캐릭터 자체가 굳건하게 자리잡고 있어서 오히려 그 안에 깊이 들어가면 자스민이 더 빛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연기 포인트를 짚었다.
이어 “지난 시즌에는 캐릭터를 따라가려는 노력을 했고 이번에는 설정돼 있는 캐릭터가 있으니까 ‘그 안에서의 변화를 좀 더 가져야하지 않나’ 그런 고민을 했다”고 밝혔다.
배종옥은 “공연을 할 때는 거기에 빠져있기 때문에 객관적인 측면이 잘 안 보이는데 끝나면 아 ‘그때 내가 그걸 놓쳤나’ ‘거기에 대한 해석을 이렇게 가야되는 건가’ 문득문득 생각날 때가 있다”며 “이 작품도 그런 부분들이 있었는데 세 번째 작업을 통해서 캐릭터에 대한 디테일 등을 다듬었다”고 설명했다.

자스민과의 접점에 대해 그는 “나는 모르겠는데 사람들이 나한테 엉뚱하다고 하더라”며 “엉뚱한 말을 순간순간 뱉는 게 있나보다”고 말했다.
“배우는 나로부터 끌어내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맞는 부분도 있을 거예요. 어떤 캐릭터든 내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캐릭터를 녹여내는 게 배우가 연기를 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그게 굳이 내 것이 아니라도 내 걸로 만들어오거나 내가 그리로 가거나 어떤 방법을 선택해서 인물을 만드는 거죠.”
배종옥은 자스민을 표현할 때 특히 어려운 부분을 묻자 “도입부가 굉장히 어려웠다”며 “그래서 저번 시즌에도 마지막까지 장 연출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고백했다.
또 “처음 등장하고 나면 캐릭터로 가는데 그 등장이 내게 풀리지 않는 숙제였다”며 “그걸 푸는 과정이 제일 어려웠다. 이번에는 디테일을 잡아가고 있다”고 답했다.

배종옥은 재연에 ‘모니카’ 역으로 참여한 이청아와 삼연의 김규리를 직접 섭외했다. 연극에 출연하고 싶다는 후배들에게 작품을 소개하고 기회를 만들어준 것이다. “후배들이 저한테 연극을 하고 싶다고 얘기를 많이 해요. 어떤 작품을 선택해야 될지 모르겠다고 조언을 구하면 좀 둘러보고 제대로 된 작품을 하라고 말해주곤 해요.”
그는 “배우로서 연극무대는 기본이라고 생각한다”며 “매체는 카메라를 통해서 연기를 하다보니까 디테일하고 섬세해지는 건 있지만 자꾸 매너리즘에 빠진다. 그런 부분들을 나는 연극을 통해서 많이 해소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큰 공간에서 맘껏 움직이고 맘껏 연기할 수 있는 게 내 연기 생활에 있어서 큰 공부가 된다. 그런 과정을 겪고 매체로 가면 훨씬 더 편안해진다”며 “무대를 하면할수록 무대가 멋있고 재밌다는 생각이 드니까 무대작업을 계속 하게 된다”고 의견을 전했다.

이를 듣고 있던 장 연출은 “‘매체에서 자기가 작품을 선택해서 할 수 있는 배종옥이라는 배우가 왜 저렇게 무대에서 주기적으로 뭘 할까’ 궁금해 하는 후배나 다른 매체에서 잘 하는 배우들이 누나를 보면서 더 큰 매체로 가기 위해서 연극을 징검다리로 삼으려는 게 너무 싫다”고 우려를 보탰다.
아울러 “연극을 통해서 좋은 배우가 되고 더 큰 배우가 되신 분들도 자연스럽게 무대로 모셔서 편하게 작업하는 환경이 되면 좋겠다”며 “점점 그렇게 되지 않을까. 누나가 좋은 역할을 해주고 계신다”고 강조했다.
장 연출과의 작업에 대해 배종옥은 “진짜 너무 웃기고 센스 있다”며 “영화나 다른 작품들을 통해 ‘저런 생각은 어떻게 하지’ 싶었는데 이번에 한번 느꼈다”고 밝혔다.
그는 “장 연출과의 작업이 재밌다. 유머가 굉장히 독특하다. 그런 걸 많이 배운다”며 “배우들에게 디렉션을 주면서 상당히 유머러스하게 장점을 끌어낸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좋은 작품을 좀 더 많이 쓰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을 했어요. 사실은 지금 굉장히 좋은 작품이 나올 나이거든요. 제 바람은 오히려 더 치열하게 작품에 매진하면서 지금부터는 깊이도 가지고 자기의 장점을 살려가면서 작품을 잘 풀어갔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나이를 실어가면서 정말 좋은 작품, 빛나는 작품들을 많이 할 수 있을 거라고 봐요.”

배종옥은 “나도 30~40대엔 캐릭터 만드는 게 고통스러웠는데 나이가 드니까 오히려 내가 그 안에서 많이 놀고 있더라”며 “젊었을 때 발견하지 못한 여유와 감정을 느끼고 있다”고 자신의 경험을 빗댔다.
이어 “나이가 들수록 배우라는 직업이 너무 좋고 더 좋은 작품을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며 “나이를 가지고 가면서 좋은 역할들을 해야 된다는 생각으로 작업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연기는 감성이 아닌 것 같다. 연기 작업은 체력전이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됐다”라며 “작품을 할 때는 일단 다른 일을 안 한다. 일상에 작품과 운동밖에 없다”고 체력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배종옥이 출연 중인 연극 ‘꽃의 비밀’은 이탈리아 북서부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수상한 4명의 여인들이 20만 유로 보험금을 타기 위해 벌이는 소동극을 코믹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주부들이 겪는 소소한 에피소드와 박장대소를 유발하는 남장 장면, 사회적 약자 여성이 안고 있는 문제까지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3월 1일까지 서경대학교 공연예술센터 스콘2관에서 만날 수 있다.
/박은희 기자 ehpar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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