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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쇄신+승계 포석'으로 CJ 위기 돌파…이재현, 장고 끝 인사


'내실 강화' 초점 맞춰…'여성·성과주의·글로벌' 핵심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그레이트 CJ(2020년까지 매출 100조 원 달성)'를 외쳤던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재무 악화로 어려움을 겪자 장고 끝에 '내실'을 기반으로 한 정기 임원 인사를 30일 발표했다. 외형 확대보다 계열사 책임 경영을 통해 수익성을 강화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이 회장은 이번 인사를 앞두고 장남의 마약 논란과 CJ제일제당 등 주요 계열사의 실적 부진, CJ ENM '프로듀스 101' 투표 조작 논란 등이 연이어 터지자 인력 배치를 두고 오랫동안 고민해왔다. 이로 인해 그 동안 10월 말께 진행됐던 정기 인사도 올해는 두 달이나 미뤄진 12월 말에 진행됐다.

이재현 CJ그룹 회장 [사진=CJ그룹]
이재현 CJ그룹 회장 [사진=CJ그룹]

이번 인사에서 이 회장이 가장 고민했던 것으로 보이는 부분은 '경영승계'다.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은 올해 임원 승진이 점쳐졌으나, 지난 9월 마약 문제가 터지면서 이번 승진자 명단에서 제외됐다.

이로 인해 일각에선 이 부장 대신 장녀인 이경후 상무가 CJ그룹의 리더로 선택받을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관측했으나, 이 회장은 자녀들을 승진시키는 대신 사위인 정종환 CJ 부사장을 승진시키는 것으로 마무리지었다. 이선호 부장을 후계자로 낙점한 상태에서 이경후 상무를 이번에 승진시키면 경영승계에 대한 뒷말이 나올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재계 관계자는 "장남인 이선호 부장이 이번 임원인사 명단에선 배제됐지만, CJ 신형우선주 증여, CJ올리브네트웍스 IT 부문의 CJ 자회사 편입 등 최근까지 행보로 미뤄볼 때 이 회장이 여전히 장자승계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앞으로도 이 부장을 중심으로 한 승계 작업은 차질 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번 인사에서 경영 목표도 '외형 확장'보다 '수익 강화'로 전환했다. 최근 몇 년간 '글로벌 CJ'를 앞세워 외형 확장에 주력했지만, 무리한 확장 탓에 주력 계열사들의 자금 사정이 원활해지지 않자 내실 다지기로 방향을 틀었다.

특히 CJ그룹 내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는 CJ제일제당 수장을 신현재 전 대표에서 강신호 총괄부사장으로 교체하며 변화를 꾀했다. 현재 CJ제일제당이 재무 악화로 '비상경영'을 선언한 상황에서 수익성 개선, 재무 안정화 등의 문제를 개선해 나가는 데 적임자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CJ제일제당은 미국 슈완스컴퍼니 등 굵직한 M&A(인수합병) 등으로 차입금이 급증하고 수익성이 악화돼, 최근 서울 가양동 부지·구로동 공장 부지 매각과 외식사업부 구조조정 등을 진행하며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CJ 관계자는 "지난해 CJ제일제당 식품사업부문 대표를 지낸 강 대표는 비비고 브랜드를 중심으로 K푸드 글로벌 확산을 가속시키고, HMR(가정간편식) 등 국내 식문화 트렌드를 선도했다는 성과를 인정 받았다"며 "신 전 대표는 1월 1일자로 CJ기술원장으로 자리를 옮겨 R&D 경쟁력 강화와 인재 발굴에 힘쓰기로 했다"고 말했다.

CJ올리브네트웍스 수장으로는 IT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는 차인혁 신임 대표가 선임됐다. 차 대표는 배우 차인표의 형으로 알려져 있으며, 삼성 SDS 상무, SK텔레콤 전무를 거쳐 지난 9월 CJ그룹에 합류했다.

CJ그룹 내 젊은 피 대표 주자로 꼽히는 구창근 CJ올리브영 대표는 이번에 부사장대우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1973년생인 구 대표는 2010년 CJ그룹에 영입돼 CJ주식회사 기획팀장, 전략1실장 등을 거쳐 지난 2017년 CJ푸드빌 대표로 발탁되며 그룹 내 가장 젊은 CEO로 주목받았다. 지난해 인사에서 CJ올리브네트웍스 올리브영부문 대표로 자리를 옮긴 구 대표는 '올리브영'의 꾸준한 성장과 상생 산업 생태계를 공고히 한 점을 인정 받아 이번에 승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구 대표 외에도 최진희 스튜디오드래곤 대표, 윤도선 CJ대한통운 SCM부문장도 각각 부사장대우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최 대표는 '호텔델루나', '아스달연대기' 등 웰메이드 오리지널 콘텐츠를 기반으로 K 드라마 확산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았다.

특히 최 대표는 CJ 여성 임원 중 내부승진으로 부사장까지 오른 첫 사례로, CJ의 '여성 임원 발탁' 기조의 대표적 인물이 됐다. CJ그룹은 이번 신임 임원 규모는 예년보다 축소했지만, 19명 중 4명을 여성 임원으로 선임해 눈길을 끌었다. 신임 임원 여성 비중이 20%를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배수영 FS본부장, 박정신 신성장담당 등이 포함됐다.

CJ 관계자는 "신임임원 여성비중이 20%를 넘은 것은 올해가 처음"이라며 "여성 리더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고,성별에 관계없이 일·가정 양립이 가능한 조직문화를 확산해 온 결과"라고 설명했다.

(왼쪽부터) 강신호 CJ제일제당 대표, 차인혁 CJ올리브네트웍스 대표 [사진=CJ그룹]
(왼쪽부터) 강신호 CJ제일제당 대표, 차인혁 CJ올리브네트웍스 대표 [사진=CJ그룹]

이 회장의 글로벌 사업 강화 기조 역시 이번 인사에서 드러났다. 전체 승진 임원 가운데 28%에 해당하는 16명이 해외본사 및 각 사 글로벌 부문에서 나왔다. 이 회장의 사위인 정종환 CJ 부사장이 이번에 부사장대우 승진과 함께 글로벌통합 팀장 겸 미주본사 대표로 선임된 것도 이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이 회장은 2030년까지 3개 이상 분야에서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는 '월드베스트 CJ'를 그룹 비전으로 내세우고 있는 상태다.

다만 '프로듀스 101' 투표 조작 논란과 관련해 문책성 인사가 예상됐던 허민회 대표는 이번에 유임됐다. '프로듀스 101'을 연출했던 안준영 PB, 김용범 CP를 비롯해 보조 PD 1명은 사기 및 업무 방해 혐의 등으로 검찰에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상태로, 이번에 내부 인사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CJ ENM 측은 재판 결과가 나온 후 인사 조치를 취한다는 방침이다. 허 대표는 이날 이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CJ그룹의 임원 인사는 예년보다 규모가 축소돼 눈길을 끌었다. 승진 임원 규모는 지난해 77명보다 줄어든 58명에 그쳤고, 신임 임원 수도 예년에 비해 축소된 19명에 불과했다. 다만 평균 연령은 45.3세로 지난해(47세)보다 낮아졌으며, 외부에서 대표를 영입하는 등 분위기 쇄신을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엿보였다.

여기에 지주사 조직개편도 함께 진행해 기존 실을 폐지하고 팀제로 전환하는 등 의사결정구조를 단순화시켰다. 앞서 지난 16일 지주사 인력의 절반 수준인 200여 명을 계열사로 이동 시킨 것도 이의 일환이다.

CJ 관계자는 "2020년은 그룹의 경영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해로 사업별 초격차 역량 확보 및 혁신성장 기반을 다질 중요한 시기"라며 "철저한 '성과주의' 원칙에 따라 이번 임원 인사를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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