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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아이다’ 윤공주 “연기엔 정답 없어…듣고 깨닫고 발전하는 과정 즐겁다”


“신년 계획? 내년 봄까지 아프지 않고 아이다 역 잘 하는 것…현재 삶에 충실”

[아이뉴스24 박은희 기자] “좋아하는 일로 절실함을 채울 수 있었다는 건 무척 감사한 일이에요.”

대학 재학 중이던 2001년 뮤지컬 ‘가스펠’ 앙상블로 데뷔한 윤공주는 내년이면 20년차 뮤지컬배우가 된다.

공연계에서 열심히 하는 배우로 손꼽히는 그는 미래를 내다보지 않고 하루하루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매일을 충실히 보내왔기에 그 만큼의 시간이 지난 걸 체감하지 못하고 있었다.

 [사진=정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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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과 함께 성실함·철저한 자기관리로 유명한 만큼 윤공주는 캐스팅 변경이 거의 없었다. 그야말로 신뢰의 아이콘인 그가 최근 뮤지컬 ‘아이다’에서 급성 편도선염으로 자신의 회차에 무대에 서지 못하는 일을 겪었다. 2016년에 이어 다시 만났고 마지막 ‘아이다’이기에 더욱 잘하고 싶은 작품이라 그의 속상함은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컸다.

지난 1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 내 한 카페에서 만난 윤공주는 “팀에 민폐를 끼쳤다”고 자책하며 “사실은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고백했다.

 [사진=정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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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도선염이 다 낫지 않은 상태에서 다음 무대에 오른 그는 자신으로 인해 드라마의 스토리가 깨지지 않길 간절히 바라면서 연기에 집중했다. 해당 공연을 본 관객들은 우려와 달리 윤공주가 개인의 컨디션을 드러내지 않고 제대로 된 공연을 보여준 것에 큰 박수를 보냈다.

윤공주는 “다른 배우들이 너무 잘해주고 무대를 다 채워줬다”고 말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이어 “너무 힘들게 했지만 끝까지 소리가 나와서 감사했다”고 그 안에서 긍정을 찾았다.

 [사진=정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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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다’ 초연부터 오디션을 봤다고 들었다. 꼭 하고 싶었던 이유가 있나.

“초연 때는 작품을 본 상태는 아니었지만 음악만 들어도 그 드라마의 감동이 느껴졌다. 영상으로 본 앙상블의 동작이나 ‘Dance of the robe’ 등 여러 장면들이 너무 감동적이었다. ‘저기에서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훌륭한 배우들과 할 테니까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배우고 싶기도 해 앙상블 오디션에 도전을 했다. 아무래도 앙상블은 고난도의 춤 실력이 있어야 되는 역할들이다 보니 나는 그 정도로 춤을 잘 추는 사람이 아니었기에 최종에서 떨어졌다. 몇 년 후에는 암네리스로 2~3번 도전했는데 떨어지고 2016년에 아이다로 무대에 서게 됐다.”

- 지난 시즌엔 암네리스가 아닌 아이다로 오디션을 본 계기가 있나.

“2015년에 ‘아리랑’이라는 작품을 하고 나서부터 암네리스보다 아이다에 도전해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주변 분들의 말씀이 있었다. 사실 개인적인 정서도 아이다가 잘 맞다. 그 전엔 아이다 역은 더 파워풀하고 강인하고 뭔가 큰 사람이 해야 된다는 생각이 있었다.”

- 작품에 대한 애정도 남다른데 팀 분위기도 아주 좋아서 마지막 시즌이 정말 특별할 것 같다.

“배우들이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하고 있는 게 보이니까 나 또한 그렇게 하게 되더라. 공연 전에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모여 막내부터 한마디씩 하면서 파이팅을 외치는 시간이 있다. 한명 한명이 다 너무나 꿈같은 시간이라고 하는데 그 사람들의 얘기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뭉클해진다. 하는 모든 사람들이 이 작품에 대한 마음이 절실한 거다. 그런 기운들이 모아졌기 때문에 작품의 완성도가 더욱 높아지는 것 같고 내 부족함 또한 채워지는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워낙 다들 유쾌하고 좋은 작품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들이 있어서 연습도 즐겁게 했다.”

 [사진=정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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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성격은 긍정적이고 안되는 게 있으면 될 때까지 도전하는 스타일이다. 그건 아이다와 비슷한 건 아닌데.(웃음) 비슷한 부분도 있겠지만 신분 자체가 다르니까 딱히 성격의 닮은 점을 짚기가 어렵다.

- 본인의 성격은 어떤가.

“책임감이 강하고 남한테는 되게 관대하면서 나 자신한테는 엄격하다. 그래서 자그마한 실수도 용납을 안 한다. 남들이 봤을 때는 피곤하게 산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게 나고 나 자신이 그렇기 때문에 계속 발전했다. 덕분에 지금 ‘아이다’란 작품도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나 자신을 인정하고 발전하는 나를 발견하니까 재밌고 좋고 나를 사랑하게 되더라.”

- 아이다를 연기하면서 중점을 둔 부분을 짚어 달라.

“아이다는 한 나라의 공주로서 정말 강인하게 자라온 사람이다. 그 민족 자체가 강인하다. 실제로 그들이 이집트를 침략하기도 하고 정복하기도 했다. 그 정도로 강인한 민족의 공주니까 강인함을 좀 더 보여주려고 했다. 그렇지만 그런 여자도 사랑에 빠지게 된다. 아이다는 어쩌면 아픔을 느끼는 것조차 모르고 며칠 만에 라다메스와 사랑에 빠지고 죽음까지 간 거다. 관객들이 ‘얼마나 아플까’를 더 느끼고 아이다 공주에 공감할 수 있게끔 표현하는 데 더 중점을 뒀다.”

- 초연 때와 비교해 좀 더 보완한 부분이 있나.

“배우가 연기를 하다보면 특히나 감정 신을 하다보면 자기감정에 취할 때가 많다. 나도 지난 시즌에는 내 감정에 취해서 더 많이 울게 되고 그랬던 것 같다. 나도 모르게 윤공주로서 무대 위에 서있을 때가 있었다. 이번에는 철저하게 아이다로서 ‘아이다는 어떨까’ ‘아이다라면 어떻게 할까’ ‘라다메스와의 사랑과 한 나라의 공주로서 무게감, 그 갈등 속에서 어떻게 할까’ ‘그 강인함을 어떻게 표현할까’를 더 생각했다. 그게 연출의 디렉션이었다. 연출이 하라는 대로 다 하면 정말 그 작품에 필요한 존재로서 더 가깝게 다가가지는 것 같다. 영화나 TV드라마는 한번 찍어놓으면 그게 끝이지만 뮤지컬은 주어진다면 다시 할 수 있는 공연이지 않나. 그때 당시에는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지만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다시 보니까 분명히 아쉬운 점이 있더라. 그걸 다시 한번 채울 수 있는, 아쉬운 점을 더 완성도 있게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또 주어져서 너무 좋다.”

 [사진=정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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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이는 감성이 좋고 노래를 아주 잘 한다. 나영이가 하는 걸 보면서 나도 많이 배운다. 교포라서 대사할 때 억양 같은 게 불편할 수 있겠지만 내가 하기에도 대사가 쉽지 않다. 평상시에 쓰는 말들이 아니고 구어체기 때문에 나도 대사가 꼬일 때가 있다. 나영이는 우리가 연습하기 몇 달 전부터 대사 연습을 했다고 하더라. 그래서 그런지 대사가 명확하게 잘 들린다. 아무리 멋들어지게 대사를 해도 안 들리면 소용이 없는데 나영이는 대사 전달력이 좋다. 그리고 워낙 감성이 좋아서 누비아 공주로서 소울을 잘 표현한다. 내가 흉내낼 수 없는 것들이 또 있더라. 젊어서 그런지 에너지도 넘친다. 훌륭한 더블을 만났다.”

- 라다메스 역의 김우형·최재림과의 연기 호흡도 궁금하다.

“우형이가 아무래도 나이도 있고 듬직한 면이 있다 보니까 무게감·깊이감이 더 있을 수 있다. 재림이는 건강미 넘치는 청년 라다메스다. 정말 신선하다는 느낌이 맞는 것 같다. 평상시에도 우형이는 든든하고 기댈 수 있는 친구이자 배우라서 항상 고맙다. 재림이는 ‘노트르담 드 파리’ 이후로 두 번째 같이 작품을 하는데 상대배우로는 처음 만났다. 그때도 유쾌했는데 너무 재밌다. 항상 옆에 있는 사람을 기분 좋게 해주고 웃게 해주는 에너지 넘치는 친구여서 다르게 상대배우에게 힘을 준다.”

- 암네리스로서 아이비와 정선아의 다른 매력은 무엇인가.

“둘 다 너무나 완벽한 암네리스를 하고 있다. 선아는 오며가며 인사만 하는 사이로 10여년을 알고 지냈는데 이번에 작품으로는 처음 만났다. 무대에 있는 모습만 보고 되게 강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따뜻하고 순수한 사람이더라. 암네리스도 따뜻한 사람이지 않나. 무대에서 선아의 그 따뜻함이 느껴지고 사랑스러움이 표현된다. 은혜도 웃기고 사랑스러운데.(웃음) 은혜는 변화가 더 명확하게 보이는 암네리스인 것 같다. 철없는 공주가 깨닫고 성장해가는 게 잘 보인다. 나는 남자배우들과 연기하는 것도 재밌지만 두 여자배우와 눈을 보고 교감을 하고 같은 공주로서 공감을 하는 게 좋다. 암네리스가 아이다한테 친구라고 얘기할 때 어떻게 보면 가볍게 넘어갈 수 있는 장면인데 죄책감 등을 연기하는 게 너무너무 재밌다.”

 [사진=정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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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공연한 날엔 인스타그램에서 ‘윤공주’를 검색해보긴 한다. 당연히 안 좋은 평을 하신 분도 계시지만 대부분 좋게 봐주신다. 특히 긴 후기들을 집중해서 읽는다. 사실 아프고 나서는 미안해서 잘 안 보게 되더라. 여러 글들을 보면서 깨닫는 게 많다. 나는 몰랐는데 ‘이 장면에서 이렇게 느껴지는구나’ ‘이 장면의 분석이 이렇구나’ 싶어서 되게 많은 도움이 된다. 그러면서 ‘다음 공연 때는 이렇게 할 수도 있겠구나’라는 도전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매일매일 공연이 새롭다.”

- 기억에 남는 평이 있다면.

“캐릭터의 감정선이나 여정, 스토리가 명확하게 보인다는 말씀을 해주셨을 때 기분이 무척 좋더라. 단순히 화려하고 넘버가 좋은 뮤지컬이 아니라 아이다와 라다메스의 사랑, 그 중간에 있는 암네리스가 다 보여야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다. 분명 완성도 있는 스토리가 그 안에 있다.”

-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많이 듣는 편인 것 같다.

“사실 나는 사람들에게 많은 걸 물어본다. 귀찮아할 수도 있는데, 스태프들에게 ‘지금 노래 어땠어?’ ‘관객들은 어떻게 느꼈을까?’ ‘뭐가 달랐어?’ 이렇게 물어보기도 하고 해주는 말들을 귀담아 듣는다. 저번에도 이승철 무대조감독한테 ‘요즘 자꾸 노래가 잘 안되는데 왜 이럴까요’ ‘왜 이렇게 두려울까요’ 하니까 그냥 ‘Easy as life’처럼 하면 안 되냐고 하더라. 그 한마디가 되게 와 닿아서 ‘그래, 그 노래 할 땐 그렇지 않은데 다른 건 왜 두려워했지’ 이렇게 깨닫기고 했다. 내가 하도 물어보니까 사람들이 내가 할 때 더 주의 깊게 듣더라.”

- 그런 것도 부지런함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겠다.

“이 세상에 100% 정답은 아무 것도 없다. 특히나 연기는 더 그렇다. 내 연기에 대한 의견을 항상 공유하고 나누고 싶다. 그중에서도 아닌 것 같은 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왜 이렇게 보였을까’를 또 고민하게 되고. 이런 과정이 재밌고 익숙한 내 삶이다. 나는 공연을 항상 녹음한다. 내 감정과 소리가 어떻게 들렸는지, 혹시나 실수한 부분들은 어땠는지 궁금한 걸 늘 체크한다.”

 [사진=정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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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아프면 안되겠다 싶어 운동을 더 체계적으로 하기 위해서 PT를 시작했다. 조깅을 하거나 혼자 운동을 해왔는데 미세먼지도 심하고 최대한 감기 안 걸리게 실내운동으로 바꿨다. 특히나 아이다는 계속 무대 위에 나와 있는 배역이고 말을 많이 하다보니까 목에 무리가 안 가게 올 겨울은 잠잠히 무대에서만 놀려고 한다. 사실 아이다는 더 재밌는데 지금 맘껏 못 놀고 있어서 속상하다.”

- 아직 ‘아이다’를 보지 못한 예비관객을 위해 관전포인트를 말해보자.

“우선 ‘아이다’라는 작품은 이번이 마지막이다. 디즈니에서 이제 공연을 안 하기로 결정을 내려서 다음 시즌이란 게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작품이다. 그렇기 때문에 봐야 된다. 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사랑이야기와 아름다운 무대·음악이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준다. 그리고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의 연결이 진짜 마법 같다. ‘Every story is a love story’ 그 노래와 무대와 스토리에 감탄이 나온다. 완성도 있는 대본과 음악이 어우러지니까 감동적이고 행복해진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삶에 대해서,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서 생각하는 시간이 될 수 있다.”

- 내년 데뷔 20년차를 맞이하는 배우로서 소감이 어떤가.

“솔직히 그런 거 없다.(웃음) 20년 가까이 무대 위에서, 그것도 이렇게 좋은 역할로 설 수 있다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다. 내가 이렇게 긴 시간 동안 할 수 있을 거라곤 생각을 안했다. 나는 그냥 현재에 충실하면서 하루하루를 살아왔다. 그렇게 하다보니까 계속 뮤지컬을 하고 있다. 되돌아보면 ‘후회 없는 삶을 살았구나’ 싶다. 삶에 있어서 정답은 없지만 지금처럼 주어진 거에 최선을 다해서 즐겁게 감사하며 살아가면 되겠다는 생각뿐이다.”

- 본인만의 작품 선택 기준이 있나.

“있다. 나한테 하자고 하는 거.(웃음) 제안이 들어왔을 때 시간이 맞으면 대부분 한다. 내가 좋아하는 선배님이 하자고 해도 하고. 예를 들면 ‘오케피’라는 작품의 경우 황정민 오빠가 하자고 해서 대본도 보지 않고 하겠다고 했다. ‘삼총사’는 힘들 거 알았지만 2005년에 ‘사랑은 비를 타고’라는 작품을 제작했던 대표님이 하시는 거라서 했다. 언젠가 나도 그 대표님께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고 싶었기 때문이다.”

- 마음을 움직이는 기준도 있을 것 같다.

“배우로서 다양한 장르의 작품과 캐릭터에 도전하는 편이긴 하다. 처음에 ‘그리스’란 작품을 하면서 많은 분들이 목소리 때문에 내가 청순한 이미지의 역할을 잘 할거라고 생각하셨다. 실제 성격은 그렇지 않아서 알돈자 같은 역할을 하고 싶더라. 오디션을 봐서 알돈자를 하고 나니까 코믹한 걸 해보고 싶었다. 내가 희극이나 웃긴 걸 되게 좋아한다. 웃겨야 되는데 못 웃기면 음이탈보다 더 속상할 정도다. 오랜만에 ‘타이타닉’을 통해 웃긴 연기도 해보고. 딱 나이에 맞는 말 많은 푼수 아줌마 역할을 해서 되게 재밌었다. 한복을 입는 작품을 했으면 현대극을 하고 싶고, 음악적으로 클래시컬한 작품을 했다면 팝적인 작품이 하고 싶어진다.”

 [사진=정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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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캐릭터에 도전하면서 나에 대한 이미지를 좀 깼던 것 같다. 사람들이 나에 대해서 암네리스도 아이다도 다 어울릴 것 같은 배우라고 한다. 그렇지만 어떻게 보면 ‘아이다로 0순위 제격’ ‘암네리스로 0순위’ 이건 아니다. ‘나는 딱 나만의 이미지가 없어’라는 생각에 조금 속상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많은 캐릭터에 도전해오면서 ‘윤공주는 다양한 캐릭터를 주면 다 소화해내는 배우’라고 생각을 해주시더라. 믿보배?(웃음) 그래서 내가 생각할 때는 윤공주만의 색깔, 내 색깔이 있는 것 같다. 그게 한 20년 하니까 생기더라. 나는 밋밋한 윤공주만의 색깔이 좋다.”

- 배우로서 터닝포인트가 된 작품이 있나.

“매 작품이 사실 나에겐 터닝포인트가 된다. 정말이다. 시작했을 때와 끝났을 때 그리고 다음 작품을 할 때 전 작품을 되돌아보면 한 작품 한 작품 할 때마다 한 계단씩 올라가고 있는 내가 느껴진다. 그런데 좀 많은 계단을 올라갔을 때가 처음 ‘맨 오브 라만차’를 했을 때인 것 같다. 당시 27세였는데 스물일곱 살이 하기엔 너무 버거운 역할이었다. 김선영 언니랑 더블이었는데 주 2회 정도만 공연을 하는 얼터 같은 느낌이었다. 어떻게든 연습만이라도 참여하고 싶은 작품에 모든 여배우가 하고 싶어 하는 역할로 조금 어린 나이에 기회가 주어진 거다. 당연히 하기에 벅찼고 쉽지 않았다. 그때도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완벽하진 않았지만 후회는 없다. 그 이후 그만큼 힘든 건 없더라.(웃음) 그리고 감사하게도 그 작품을 30대 초에 또 하게 되고 몇 년 후에 또 하면서 할 때마다 표현하는 게 달라지니까 그것 또한 재밌었다. 처음에 알돈자를 힘들게 하면서 나름 많이 단단해진 것 같다. 같이 했던 선배님들, 선영이 언니를 보면서 많이 배우기도 했다.”

- 올 한해 마무리하는 기분은 어떤가.

“정말 다양한 일들이 많았다. 좋은 작품인 ‘지킬 앤 하이드’도 했고 갑작스럽게 들어갔지만 ‘안나 카레니나’라는 작품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그리고 연말에 ‘아이다’까지, 바쁘지만 여배우로서 너무나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러면서도 아버지가 올 초부터 좀 편찮으셔서 결국 하늘나라로 가시는 일도 있었다. 최근엔 공연을 취소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10년 전 ‘올슉업’을 할 때 딱 한번 공연을 취소한 적이 있었다. 그러니까 ‘진짜 아홉수가 있구나’ 싶더라. 스물아홉 살때도 개인적으로나 작품적으로 조금 힘들었기 때문이다. 분명히 아주 좋은 일들도 있는 스펙터클한 한해였는데 연말에 공연을 취소하는 사태가 발생하니까 올해가 빨리 지나가길 바라는 마음도 있다. 하지만 이걸 기회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번에 아팠던 시간이 기회가 될 수 있게끔 이제는 더 아프지 않기 위해 ‘뭐가 문제지’를 계속 생각한다. 이것 또한 후회 없이 보내기 위해서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고 있고 공연 한회 한회를 더 잘하고 싶다.”

 [사진=정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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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최악의 상황까지 간 거다. 나는 매일매일 기도가 ‘아프지 말자’는 것밖에 없다. 건강이 최우선인데 아파서 공연을 못하게 되는 최악의 상황까지 갔더라. 내 잘못인데 주변 사람들은 그럴 수 있다고 얘길 해주고 위로해줘서 감사함을 많이 느꼈다. 그 와중에 감사함을 느끼게 되는 건 다행이고 좋은 거니까 ‘이 힘든 시간을 잘 이겨내자, 극복하자’ 이렇게 다짐을 하곤 한다.”

- 마지막으로 2020년 신년 계획이 궁금하다.

“우선은 ‘아이다’가 2월까지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하고 봄까지 부산에서도 이어지니까 나에게 주어진 이 작품을 멋지게 마무리 지으려고 한다. 그때까지 더 이상 아프지 않고 잘 하는 것, 그거 하나인 것 같다.”

박은희 기자 ehpar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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