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기술유출 무방비 노출된 한국기업


[아이뉴스24 양창균 기자] 4차 산업혁명의 태동은 정보화시대(情報化時代) 진입을 앞당긴 촉매제다. 정보화시대의 포문은 현대 우주론의 정설인 빅뱅(Big Bang)이론 처럼 기술과 경제가 어우러진 지식정보의 대폭발이다.

이미 수십년 전부터 미래학자들이 예견한 일들이다. 미래학자로 잘알려진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 역시 오래 전에 정보화시대의 진입을 암시했다. 토플러가 10년 간격으로 쓴 1970년 '미래의 충격(Future Shock)', 1980년 '제3의 물결(The Third Wave)'에 이어 1990년 3부작 완결판 '권력이동(Powershift)'에서 말이다.

'권력이동'은 다가올 미래의 변화를 누가 통제할 것인가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기존의 차원과 달리 권력 본질 자체가 변화하면서 궁극적으로는 지식정보 계층으로 대체된다는사실을 분석하고 있다.

1982년 펴낸 '메가트렌드(Megatrends)'를 통해 21세기를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게 예측한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Jhon Naisbitt)도 그랬다. 37년 전 그는 저서에서 산업사회가 정보사회로, 국가경제가 글로벌경제로 현대사회의 변화된 모습을 예측했다. 이 책은 출간 당시 뉴욕타임스 선정 베스트셀러에 2년간 올랐으며 전세계적으로 800만권 이상이 팔릴만큼 주목을 받았다. 나이스비트를 세계적인 미래학자로 굳히게 한 저서다.

산업사회의 등장이 돈의 절대권력을 낳았지만 지식정보 사회로 넘아가면서 돈은 지식정보로 대체되고 있다. 이제 힘의 저울추는 기술력을 아우르는 지식정보로 넘어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1세기 글로벌시대에 각국이 국가경쟁력 우위확보를 위한 첨단기술 개발에 주력하면서도 상대 국가의 산업정보를 획득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경제전쟁을 벌이고 있는 배경이다. 연장선상에서 G2(미국·중국) 간 패권싸움 역시 정보화시대의 경제전쟁 표본으로 읽힌다.

천문학적인 자금과 인재를 투입해 개발한 첨단기술이 경쟁 국가로 유출될 경우 해당 기업뿐 아니라 국가경쟁력 저해는 불 보듯 뻔하다. 기술 유출로 인한 국내 산업계의 피해액은 연간 50조원을 크게 웃도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비근한 예로 지난해 산업기술에 해당하는 OLED 관련 장비 기술 도면을 대기업 A 협력사 소속 연구원 등이 경쟁국인 중국 최대 패널업체 B사에 넘기려던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로 인한 피해규모만 6조5천억원 수준이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은혜 의원실이 밝힌 내용은 기가 찬다. 당시 정 의원실은 "SK해운이 산업부에 도면반출신고 없이 KC-1 도면을 프랑스 프란시피아와 영국 ICE에 유출했다"고 지적했다. KC-1은 정부가 액화천연가스(LNG) 시장 활성화를 대비해 10여 년간 수백여억원을 들여 만든 LNG 핵심기술이다.

당시 유출 당사자로 지목된 SK해운은 "의도적으로 유출한 게 아니라 제한된 목적으로만 제공해 산업부 승인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는 궁색한 변명을 늘어놨다. 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정부의 조치다. SK해운의 국가핵심기술 해외유출에 대해 4월 신고접수를 받아 7월까지 조사를 진행했는데 정작 검찰고발 없이 지난 8월 SK해운에 원상복구 조치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그쳤다.

이 보다 더 심각한 것은 무선해킹의 위협이다. 핵심기술이나 정보가 빠져나가도 알아채기가 힘들고, 설령 눈치를 채더라도 이미 다 털린 경우이기 때문이다.

최근 만난 국내 유일의 도청·해킹 탐지시스템 자체 개발·제조업체 (주)지슨의 한동진 대표이사가 밝힌 국내 기업들의 정보보안 실태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한 대표는 "아직 무선해킹에 대해 무지한 회사가 많아서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아직 방어에 나서고 있지 않다"며 "스파이 칩 하나로 마음만 먹으면 기업의 핵심정보를 통째로 빼내는 일도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지난 2011년 개봉한 '미션 임파서블4-고스트 프로토콜'에서 주인공인 에단 헌트(톰 크루즈)가 당시 세계 최고층 건물(828m)인 부르즈 칼리파 빌딩을 직접 오르는 명장면이 나온다. 이는 군사시설급 최고 수준의 보안체계를 갖춘 부르즈 칼리파 빌딩에 헌트와 그 소속조직인 IMF(Impossible Mission Force)팀이 호텔 내부시스템에 스파이칩을 심기 위한 과정이다. 물론 주인공인 헌트는 무사히 호텔 내부시스템에 스파이칩 장착에 성공한다. 이처럼 영화속에서나 나올 법한 일들이 가능하다는 게 한 대표의 전언이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2014년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무선 통신이 가능한 스파이 칩을 세계 PC 10만대에 심었다고 폭로했다. 이 스파이 칩은 소형 USB의 형태로, 최장 13km 거리 내에서 내부 정보를 유출할 수 있다.

정보화시대에서 핵심기술을 포함한 지식정보는 기업의 생존뿐 아니라 국가의 패권 싸움에서도 전략무기다. 그만큼 기업 정보보호의 중요성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의미다. 잊을만 하면 터지는 핵심기술 유출이나 해킹사태 등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은 근절책 마련이 시급하다.

양창균기자 yangc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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